수비수로 최다이닝을 소화한 두산 허경민

허경민 선수 ⓒ 두산 베어스


두산이 주말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가져가며 최근 10경기 8승2패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역전과 재역전을 주고 받은 접전을 벌인 끝에 9-5로 승리했다. 두산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이영하는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2016년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았던 특급 유망주 이영하는 입단 직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가 지난 19일 1군 데뷔전을 치른 바 있다.

타선에서는 오재일이 선제 솔로 홈런을 터트렸고 닉 에반스와 박건우도 나란히 3안타 경기를 펼치며 승리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초반 득점 기회를 만들고 5회에는 결승타를 터트렸고 7회 도망가는 타점을 올리며 두산 승리에 가장 크게 기여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이제 두산의 라인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붙박이 주전 3루수로 자리를 굳힌 허경민이 그 주인공이다.

동기들보다 출발 느렸던 허경민, 2015년부터 주전 입성

전국적인 야구명문 광주일고 출신의 허경민은 고교 시절부터 오지환(LG트윈스), 안치홍(KIA 타이거즈),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이학주(일본 독립리그)와 함께 '고교 5대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이들은 나란히 2008년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는데 당시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선수가 바로 허경민이었다. 그만큼 수비 실력은 유격수 풍년이었던 해에도 최고로 평가 받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고팀 KIA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허경민의 학교동기 정성철(은퇴)을 1차지명으로 선택했고 2차 1라운드에서도 안치홍을 지명했다. 결국 허경민은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안치홍이나 김상수 같은 동기들은 입단 첫 해부터 1군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지만 허경민은 손시헌(NC 다이노스), 오재원, 이원석(삼성) 같은 선배들에 밀려 1군에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두산에서는 허경민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키우기 위해 2009 시즌 종료 후 곧바로 경찰 야구단에 입대시켰고 허경민은 경찰야구단에서 2년 연속 도루왕에 오르며 착실하게 경험을 쌓았다. 2012년 드디어 1군 무대에 데뷔한 허경민은 92경기에서 타율 .266 9도루를 기록했고 2013년에는 75경기에서 타율 .298 1홈런25타점14도루를 기록하며 백업내야수로서 쏠쏠한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허경민은 손시헌이 NC로 이적한 2014년 타율 .247로 부진하며 김재호와의 유격수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그렇게 백업 신세를 면치 못하던 2015년, 허경민은 이원석의 입대와 외국인 선수 잭 루츠의 부진을 틈 타 주전 3루수 자리를 차지하며 117경기에서 타율 .317 1홈런41타점8도루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특히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는 14경기에서 23안타를 때리며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허경민의 활약은 한 해 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허경민은 작년 시즌에도 정규리그 전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286 154안타7홈런81타점96득점으로 대활약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견인했다. 비록 동기들보다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동기들의 명성을 따라 잡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우뚝 선 것이다.

초반 부진 씻고 5월 월간 타율 3할대 진입

지난 2년 동안의 활약으로 두산의 대체 불가 3루수로 성장한 허경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선발됐다. 물론 2016 시즌 홈런왕 최정(SK 와이번스)을 제치고 대표팀에 선발된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지만 김인식 감독은 최정의 장타력보다는 유격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허경민의 멀티 능력을 더 선호했다(당시 대표팀의 주전 3루수로 낙점된 선수는 NC의 박석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두산 타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허경민도 대표팀을 다녀온 후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했다. 허경민은 4월까지 타율 .250 9타점2도루9득점의 평범한 성적으로 국가대표 내야수로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4월17일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3루수 요원 신성현이 합류하면서 허경민의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물론 실제로는 허경민이 동갑내기 신성현의 두산 적응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한다).

허경민은 5월에 열린 19경기에서 타율을 .288로 끌어 올리며 타격감을 조금씩 회복해 나갔다. 하지만 5월 월간 타율 3할 이상의 선수만 6명(민병헌,최주환,에반스,박건우,양의지,김재호)이나 포진해 있는 두산에서 허경민의 존재감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팀 타선의 상승세에 자신만 소외(?)된 것이 서운했던 탓일까. 허경민은 28일 kt전에서 3안타를 몰아치며 5월 월간타율을 단숨에 .321로 끌어 올렸다.

2회 첫 타석부터 좌측 담장을 때리는 2루타로 추가점의 물꼬를 튼 허경민은 4회에도 무사1루에서 중전안타를 터트렸다. 그리고 5-5로 맞선 5회 2사2루에서 엄상백을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터트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7회에는 히트앤드런 작전이 걸린 상황에서 유격수 땅볼로 8-5로 스코어를 벌리는 타점을 추가했다. 5회 역전 적시타를 치고 난 후에는 시즌 6번째 도루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사실 허경민은 통산 홈런 10개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장타력을 가진 3루수와는 거리가 멀다. 올 시즌에도 38안타 중에 홈런은 단 1개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허경민은 빠른 발을 앞세워 조금만 틈이 벌어져도 단타를 2루타로 만들 수 있고 날렵한 몸놀림과 강한 어깨로 누구 못지 않게 견고한 3루 수비를 자랑하는 선수다. 게다가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은 무려 .398에 달한다. 두산팬들이 허경민을 격하게 아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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