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가들은 언제나 순서를 매기고, 비교하는 일을 좋아한다. 조조와 유비, 호날두와 메시, 송대관과 태진아까지! 팝 음악계 역시 다를 것 없다. 그것은 바로 '제2의 마이클 잭슨'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의 답이 되려면 노래와 퍼포먼스, 작곡까지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가수여야 한다. 사람들을 춤추게 하는 댄스 음악을 선보일 줄 알아야 한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 후보로 뽑혔다. 21세기에 들어 그 후보들 중 가장 선두에 있는 아티스트는 어셔(Usher)였다. 그는 마이클 잭슨이 직접 인정한 '완전체의 뮤지션'이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 어셔는 자연스레 최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크리스 브라운도 한때 '포스트 마이클 잭슨'으로 주목받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제 그 후보군은 저스틴 비버와 브루노 마스, 위켄드, 이 세명으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브루노 마스와 위켄드는 작년 연말, 1주 간격으로 새로운 앨범을 내놓았다. (엔터테이너의 포지션을 선점한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제외하겠다.)

[브루노 마스] 90년대를 향한 노스탤지어

 Bruno Mars의 < 24K Magic >

Bruno Mars의 < 24K Magic > ⓒ 소니 뮤직


군대에 가기 직전, 브루노 마스의 첫 내한 공연을 보러 갔다. 운좋게 코앞에서 그를 볼 수 있었다. 대학생에게는 부담스러운 거금 15만원이 들었지만, 후회없는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제2의 마이클 잭슨이 여기 있다!'고 생각했다. 공간을 꽉 채우는 성량과 다재다능한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그는 그야말로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기타도 치고 드럼도 친다. 언제라도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이었다.

그는 2집부터 복고를 추구했지만, 작년 연말에 발표된 3집 < 24k Magic >은 더욱 노골적으로 복고(Retro)를 추구한다. 그가 여러번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이 앨범에는 그가 어릴 때 좋아하던 음악들이 오롯이 집약되어 있다. '90년대에 대한 노스탤지어'. 이 앨범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토크 박스 소리로 문을 여는 '24k Magic'은 'Uptown Funk'의 연장선에 있는 노래다. '24k Magic'은 파티에 최적화된 디스코, 펑크 넘버이며, 여자와 돈에 대해 자랑하는 '스웨거'(Swagger)에 집중한다. 누구나 듣자마자 아무 생각없이 춤출 수 있는 곡이다. 빈틈없는 팝송이지만, 전작의 성공을 그대로 이어가려고 한 안전 제일주의 경향도 엿보인다. 필연적으로 너무 훌륭한 전작과 비교될 운명을 타고난 곡인 것이다.

최근 차트 정상을 정복한 'That's What I Like' 등, 이 앨범의 많은 수록곡들이 사랑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뽑는 베스트 트랙은 'Finesse'다. 마이클 잭슨의 'Remember The Time' (< Dangerous > 수록)을 떠올리게 하는 이 곡은 90년대 초반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해낸다. 'Versace On The Floor'나 'Too Good To Say Goodbye'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 곡들은 복고의 모범이다. 베이비페이스가 만들어내던 90년대 발라드들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라면 도입부의 키보드 연주만 듣고도 이 곡의 선율에 빠져들 것이다.

[위켄드] 트렌드를 좇는 영리한 감각

 The Weeknd

The Weeknd ⓒ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선공개된 'Starboy'의 뮤직비디오는 다소 충격적인 오프닝 장면을 선사한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가 등장해 위켄드를 암살하는데, 복면을 벗은 범인의 얼굴은 짧은 머리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위켄드의 모습이었다. 위켄드의 성공을 견인한 '퇴폐미'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결연한 의지라고 느껴졌다. (위켄드를 사랑하는 어린이들은 절대 보지 말 것)

작년 연말, 브루노 마스와 비슷한 시기에 위켄드의 정규 앨범 < Starboy >가 발표됐다. 위켄드 역시 손꼽히는 '포스트 마이클 잭슨' 후보다. 이렇다 할 춤꾼은 아니지만 위켄드의 가녀린 고음과 가성은 전성기의 마이클 잭슨을 닮았다. 201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그는 꽤 부지런했다. 절친 드레이크(Drake) 못지 않은 스타가 되더니, 1년만에 새 앨범 < Starboy >를 발표했다. 그는 'PB R&B'의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트렌드를 더욱 좇아갔다. 다프트 펑크(Daft Punk), 디플로(Diplo), 캐쉬미어 캣(Cashmier Cat) 등,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들의 이름만 보아도 이번 앨범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Rockin'의 수려한 비트는 디스클로져(Disclosure) 풍의 딥 하우스를 빌려왔다. 퓨쳐(Future)가 피쳐링한 'All I Know' 역시 귀에 잘 들어오는 트랩 곡이다. 그 외에도 'False Alarm' 등 알앤비의 문법에서 완전히 탈피한 일렉트로닉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위켄드는 트렌드를 부지런히 좇았다. 동시에 R&B, 디스코, 힙합 등 다양한 장르들을 적절하게 버무리고 있다. 다만, 18개의 트랙은 과한 욕심이었다. 강약 조절이 훌륭했던 전작에 비해 뒤로 갈수록 비슷한 곡들이 반복되고, 청자의 집중력도 흐트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Starboy >가 야망으로 가득 찬 앨범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상반되는 방법론으로 승부를 건 두 남자

'옛것에 대한 사랑'과 '최첨단의 트렌드'. 현재 팝계를 대표하는 실력자들이 각자 다른 방법론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래서 두 앨범의 분위기는 판이하게 다르다. 브루노 마스의 앨범이 대낮의 야외 파티에 어울린다면, 위켄드의 앨범은 담배 연기가 뒤엉킨 클럽을 연상케 한다.

대중들은 두 앨범의 각기 다른 매력을 놓치지 않았다. 두 작품이 나란히 높은 판매량을 올렸고, 빌보드 1위 곡을 한 곡 씩 배출했다. 수상과 순위가 음악을 모두 말해줄 수는 없지만, 다가오는 시상식에서 누가 웃을지도 궁금해지는 노릇이다.

한편, 사후에도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는 마이클 잭슨은 어떤 마음으로 이 후배들을 바라보고 있을까. 재작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위켄드에게 트로피를 선물한 프린스(Prince) 역시 그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다.

브루노마스 위켄드 마이클잭슨 프린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