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무어의 타계를 보도하는 영국 BBC 뉴스 갈무리.

로저 무어의 타계를 보도하는 영국 BBC 뉴스 갈무리. ⓒ BBC


'007 시리즈'를 대표하는 명배우 로저 무어가 눈을 감았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각) 무어의 자녀들은 성명을 통해 "아주 슬픈 소식을 전한다"라며 "아버지가 짧지만 용감했던 암과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라고 밝혔다. 향년 89세.

자녀들의 성명은 "평생 카메라 앞에서 열정적으로 연기한 아버지는 매우 특별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사람"이라며 "그동안 아버지를 사랑한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출신인 무어는 런던 왕립극예술아카데미에 다니면서 단역 배우로 데뷔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주로 TV 드라마를 통해 이름을 알려가던 무어는 스파이 영화 '007 시리즈'로 연기 인생이 바뀌었다.

숀 코너리, 조지 라젠비 이어 3대 제임스 본드로 발탁된 무어는 1973년 <죽느냐 사느냐>로 시작해 1985년 <뷰 투 어 킬>까지 12년 동안 7편의 '007 시리즈'에 출연하며 최장수 제임스 본드로 활약했다.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007 옥토퍼시> 갈무리.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007 옥토퍼시> 갈무리. ⓒ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무어가 출연한 '007 시리즈' 작품들은 최고의 흥행을 거두면서 코너리와 함께 최고의 제임스 본드로 꼽힌다. 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는 특유의 유머러스한 표정으로 자신만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만들었다.

특히 '007 시리즈'마다 제임스 본드가 "젓지 않고 흔든(shaken not stirred) 마티니"를 주문하는 모습은 역대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배우들 중에서 무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평가도 나올 정도였다.

무어는 1983년 인도에서 <옥토퍼시>에 출연하면서 당시 인도의 빈곤 문제에 큰 충격을 받았고, 1991년에는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서 아동 빈곤 해결에 힘쓰는 등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티모시 달튼에게 제임스 본드를 넘겨주고 '007 시리즈'와 작별한 무어는 다양한 작품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배우로서의 명성을 이어갔고, 1999년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훈장을 받기도 했다.

무어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도했다. 무어의 장례식은 고인의 유언에 따라 모나코에서 비공개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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