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한국 대 아르헨티나 경기에서 이승우가 첫 골을 성공시킨 뒤 신태용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23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한국 대 아르헨티나 경기에서 이승우가 첫 골을 성공시킨 뒤 신태용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어린 축구 선수들에게 감독의 역할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잘 가르쳐준 명승부였다. 자신이 불러모은 선수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너무나 잘 알고 준비시킨 신태용 감독이었다. 신태용의 아이들은 축구의 역습이 얼마나 유용한 전술인가를 제대로 배우고 실천한 덕분에 귀중한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20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3일 오후 8시 전주성에서 벌어진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A조 2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이승우, 백승호의 맹활약에 힘입어 2-1로 승리를 거두고 16강 진출권을 시원하게 따냈다.

침착하면서도 빠른 '역습의 정석'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전반전 한국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전반전 한국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90분 이상 소요되는 축구 경기에서 공의 소유권이 왔다갔다 급변하는 상황은 수십 차례 반복된다. 그렇게 급변하는 상황을 제대로 읽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선수 개인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조직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신태용 감독은 아르헨티나가 비록 첫 경기에서 잉글랜드에게 0-3으로 완패했지만 강팀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신중하게 대처했다. 3-4-3 포메이션을 내밀고 역습 전술을 조직적으로 주문했다. 아르헨티나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급하게 덤빌 것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것이다.

이런 양상에 대해 한국 선수들은 상대의 압박 수비에서 벗어나 공 소유권을 쥔 다음 정확하면서도 빠른 패스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실천했다. 무턱대고 전방 패스만 집착한 것이 아니라 백 패스를 하더라도 잡지 않고 3자 패스로 새로운 공간을 열어나가는 패턴을 침착하게 펼친 것이다.

축구장 '역습의 정석'에서 두 가지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향 선택'과 '정확한 타이밍의 패스'를 제대로 실천했다. 그 덕분에 경기 시작 후 18분 만에 보기 드물게 경쾌한 선취골 명장면을 즐길 수 있었다.

그 주인공은 역시 한국의 차세대 에이스 이승우였다. 왼쪽 측면으로 전개된 역습 패스 줄기를 조영욱이 슬쩍 흘려주자 이승우가 가속 페달을 밟았다. 아르헨티나 수비수 둘이 이승우를 막아내기 위해 커버 플레이를 펼쳤지만 놀라운 방향 전환 드리블 기술을 자랑하며 이승우가 완벽한 왼발 찍어차기 골을 성공시켰다. 그들이 자랑하는 리오넬 메시 흉내를 이승우가 먼저 자랑한 셈이다.

후반전, 실점 후에도 중심 흔들리지 않아

이상헌과 이진현 조합으로 구성된 가운데 미드필더가 이 역습 패스 타이밍과 공간을 주도한 것이다. 조급한 아르헨티나의 수비 라인이 올라온 것을 확인한 우리 선수들은 그 취약점인 뒤쪽 공간을 노렸다. 39분에 바로 그 선택이 또 한 번 빛났다. 아찔한 충돌이 일어났지만 퀴네트 카키르(터키) 주심은 냉철하게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한국 백승호가 패널티킥으로 팀 두번째 골을 넣고 있다.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한국 백승호가 패널티킥으로 팀 두번째 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상대 수비 뒤쪽 공간이 벌어졌을 때 골잡이 조영욱이 제대로 빠져들어간 것이다. 거기서 조영욱의 재치있는 헤더가 앞섰고 아르헨티나 골키퍼 프랑코 페트롤리가 조영욱을 덮쳤다. 이 페널티킥 기회를 백승호가 놓칠 리 없었다. 그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은 골키퍼가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공간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벼랑 끝에 내몰린 아르헨티나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마르셀로 토레스와 브라이언 만시샤 둘을 한꺼번에 들여보내며 극단적인 공격을 선언했다. 그리고 50분에 바로 그 교체 선수인 마르셀로 토레스가 역습 상황에서 만회골을 터뜨렸다.

이후에 우리 선수들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흐름을 겪었지만 골키퍼 송범근의 슈퍼 세이브와 키다리 수비수 정태욱이 끈질긴 수비력을 자랑하며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짐을 꾸리도록 만들어버렸다.

이로써 신태용호는 B조 돌풍의 팀 베네수엘라와 나란히 16강 진출을 확정하는 쾌거를 올렸다. 26일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에서 열리는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놓고 있지만 최소 순위 2위를 확보하는 기쁨을 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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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FIFA U-20 월드컵 A조 결과(23일 오후 8시, 전주성)

★ 한국 2-1 아르헨티나 [득점 : 이승우(18분,도움-조영욱), 백승호(42분,PK) / 마르셀로 토레스(50분)]

◎ 한국 선수들
FW : 이승우, 조영욱, 백승호(72분↔임민혁)
MF : 윤종규, 이상헌(52분↔이승모), 이진현(86분↔하승운), 이유현
DF : 김승우, 이상민, 정태욱
GK : 송범근

◇ A조 현재 순위
1위 한국 6점 2승 5득점 1실점 +4 ***** 16강 진출!
2위 잉글랜드 4점 1승 1무 4득점 1실점 +3
3위 기니 1점 1무 1패 1득점 4실점 -3
4위 아르헨티나 0점 2패 1득점 5실점 -4
축구 U-20 월드컵 이승우 신태용 백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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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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