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의 삼성 라이온즈가 일찌감치 고착화되는 듯 했던 프로야구 하위권 판도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주 SK-한화와의 원정 6연전에서 예상을 깨고 2연속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5승 1패의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한화에게는 올시즌 구단 최초이자 2015년 이후 약 2년만의 3연전 스윕승이라는 기쁨도 누렸다.

삼성은 개막 후 4월까지 4승 2무 20패, 승률 1할 6푼 7리에 그치며 창단 이후 최악의 시즌 출발을 보였다. 이미 프로야구 원년 꼴찌이자 KBO 역사상 최저 승률팀으로 남아있는 삼미 슈퍼스타즈(.188, 15승65패) 1982년보다 더 저조한 팀 승률이었다. 4월까지 연승은 고사하고 위닝시리즈조차 아예 전무했다. 이대로라면 구단 역사상 첫 꼴찌는 물론이고 100패 이상을 걱정해야 한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삼성은 5월들어 전혀 다른 팀이 되어가고 있다. 이 달에만 8승 9패로 벌써 지난 달의 두 배에 이르는 승수를 챙겼고, 월별 승률로 따지면 5할(.471)에 근접한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 달까지 전무했던 연승도 지난 주에만 두 번이나 2연승을 달성했다. 삼성은 현재 시즌 성적은 12승 2무 29패. 승률 .293으로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지난 주말 9위 한화와의 3연전 스윕승을 통하여 단숨에 승차를 5게임까지 좁혔다.

삼성보다 불과 한 계단 위의 한화는 최근 4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다. 한화가 2015년 6승 10패, 2016년 5승 1무 10패의 맞대결 성적으로 지난 두 시즌간 삼성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것을 감안할 때도 이번 시리즈 스윕승은 더 큰 의미가 있다. 삼성으로서는 아직 갈길이 멀기는 하지만 적어도 시즌 초반의 절망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탈꼴찌에 대한 희망을 찾았다는 것만해도 괄목할만한 성과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사상 최초로 9위까지 떨어진 데 이어 다시 지난 겨울에는 FA 자격을 얻은 투타의 주축 차우찬(LG)과 최형우(기아)까지 잇달아 이적하며 전력 약화가 뚜렷해졌다. 유출된 전력에 비해 FA시장이나 트레이드를 통해 보강된 전력은 손익상 마이너스에 더 가까웠고 설상가상 믿었던 외국인 선수들 역시 올해도 초반부터 부진과 부상에 허덕였다.

삼성의 5월 중순부터 조금씩 상승세로 돌아선 데는 선발진의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2연속 위닝시리즈를 챙길 동안 16일 윤성환(7이닝 2실점)-17일 재크 페트릭(6.1이닝 2실점)-18일 백정현(5이닝 1실점. 이상 SK전), 19일 우규민(6이닝 2실점 1자책, 한화전) 등 여러 투수들이 비교적 고르게 제몫을 해냈다. 21일 한화전에서 벤치클리어링 사태로 선발투수 윤성환이 퇴장당하는 악재가 있기는 했지만 구위와는 관련이 없는 돌발 변수였기에 선발진 자체는 상당히 짜임새있게 돌아갔다고 할만하다.

고질적인 투타 밸런스의 불균형 역시 많이 완화됐다. 삼성은 지난주 까지 37경기에서 경기당 4.1점을 뽑아내는데 그쳤는데 지난주에만 6경기에서 6.2점을 뽑아냈다. 유일하게 패배했던 18일 SK(1-4)전에서만 1점에 그쳤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5점 이상을 뽑아냈다. 선발이 3자책점 이상을 내준 경기는 한 번뿐이었고 한화와의 20-21일 경기에서는 타선 폭발로 이틀 연속 1점차 역전승을 따낼만큼 후반 뒷심도 강해진 모습을 보였다.

타선에서 무엇보다 4번타자 다린 러프의 부활이 고무적이다. 시즌 초반 4월까지 타율 0.143(56타수 8안타)에 그치며 2군행을 지시받는 등 '제2의 발디리스' 악몽이 되풀이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지만 다행히 5월 복귀 이후에는 17경기에서 타율 3할3푼8리(65타수 22안타) 4홈런 12타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점점 KBO리그에 적응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시즌 성적도 타율 2할 4푼8리 6홈런 17타점으로 많이 향상됐다. 최근 경기에서는 밀어쳐서 장타를 만들어내는 비중이 높아지는 등 일시적인 반등이 아니라 자기 스윙을 확실히 찾은 모습이 두드러진다.

삼성은 지난해 외인 흉작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강했다. 하지만 패트릭과 러프가 조금씩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는 가운데, 부상으로 아직 전열에서 이탈해있는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가 빠진 상황에서도 이 정도로 선방했다는 게 고무적이다. 레나도는 빠르면 이번 주부터 다시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할 전망이다.

러프가 살아나면서 함께 중심타선을 이루는  구자욱(5월 타율.292 5홈런 11타점)과 이승엽(.340 3홈런 8타점)도 5월들어 타격이 확연히 동반 회복세다. 특히 이승엽은 지난 21일 한화전에서 KBO리그 최초로 개인통산 450홈런이라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수립하기도 했다.

삼성은 이번 주 KT(홈)-넥센(원정)과의 6연전을 앞두고 있다. 특히 주중 상대인 KT도 최근 1승 5패의 하향세인 것을 감안하면 삼성으로서는 3할대 승률 회복과 탈꼴찌에 대한 가능성을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선발진과 중심타선이 살아나면서 투타 엇박자가 줄어든 삼성으로서는 충분히 상승세를 이어갈만하다.

삼성은 지난 21일 한화전에서 다소 불미스러운 장면도 있었지만 선발 윤성환의 퇴장과 벤치클리어링 사태라는 악재를 딛고 선수단이 똘똘 뭉쳐 역전승을 일궈내는 장면을 보여줬다. 시즌 초반의 패배주의를 딛고 선수단이 완전히 자신감을 되찾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의 선전이 시즌 판도의 또다른 변수가 될까. 아니면 일시적인 회복세에 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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