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사운드트랙 표지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사운드트랙 표지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닌 마블의 영화 중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런 와중에도 영화 제목과 동일한 블랙 사바쓰의 명곡을 전면에 내세웠던 <아이언맨> 1편, OST를 모두 AC/DC의 명곡들로 채운 2편,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등은 사운드트랙이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한 영화로 언급할 만하다.

최근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역시 1편에 이어 1960~70년대 올드 팝의 대향연으로 구성되어 화려한 영상과 멋진 호흡을 이뤄냈다. 마치 낡은 소니 워크맨, 불과 몇해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마이크로소프트 Zune 플레이어로 들어야할 것 같은 음악들로 가득 채워진 것이 본작만이 주는 매력이다.

영화의 처음을 신나게 장식한 'Mr. Blue Sky'(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를 비롯해서 플리트우드 맥, 조지 해리슨(비틀즈)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의 음악 뿐만 아니라 지금은 거의 잊혀진 가수, 팀들의 곡들도 적재 적소에 배치되어 관객들의 귀를 사로 잡았다.

요즘 음악팬들에겐 낯선 이들 그룹 및 가수들의 주요 삽입곡에는 나름의 숨은 의미 또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과연 어떤 비밀이 담겨져 있을까?  

(주: 현재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저작권상의 문제로 인해 국내 음원 사이트에선 1분 미리듣기만 허용되었고 무제한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신곡 'Guardians Inferno'를 제외한 모든 곡들은 다행히 해당 가수들의 정규 및 히트곡 모음집을 통해선 모두 들을 수 있다.)

[관련 기사]'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기대하게 만드는 이 노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개봉에 맞춰 재발매된 스위트의 싱글 `Fox On The Run` 표지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개봉에 맞춰 재발매된 스위트의 싱글 `Fox On The Run` 표지 ⓒ 소니뮤직코리아


'Fox On The Run' (스위트)

영화 예고편(2차 티저)을 통해 일찌감치 공개되어 이목을 끌었지만 막상 본편에는 사용되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한 곡이다. (1975년 미국 빌보드 차트 5위)

실제론 영화와는 크게 관련 없어 보이는 '그루피'(록그룹을 쫒아다니는 여성 광팬으로 일종의 사생팬 개념)를 다룬 노래로 주인공 스위트(Sweet)는 1970년대 화려한 화장과 무대 매너 등으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글램 록(Glam Rock) 장르의 대표적인 밴드 중 하나였다.

그 무렵의 록 그룹들이 주로 정규 음반 및 공연을 중심으로 승부를 건 반면, 이들은 단일곡(싱글) 위주로 사랑받은 다소 특이한 팀이었다. 그런 연유로 인해 고정 팬덤을 튼튼히 다지지 못했고 일찌감치 전성기를 마감했지만 최근에도 여전히 소규모 공연장을 중심으로 통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선 이 곡과 더불어 극적인 구성력이 돋보였던 'Love Is Like Oxygen' (1978년 빌보드 8위)이 큰 사랑을 받았다.

 `Brandy`가 수록된 룩킹 글래스의 데뷔 음반 `Looking Glass` 표지

`Brandy`가 수록된 룩킹 글래스의 데뷔 음반 `Looking Glass` 표지 ⓒ 소니뮤직코리아


'Brandy' (룩킹 글래스)

룩킹 글래스(Lookin' Glass)는 1972년 그룹 명과 동일한 데뷔 음반 한장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후속작 실패 이후 해산, 팝음악계의 대표적인 원-히트-원더가 된 미국 출신의 소프트 록 그룹이었다.

'Brandy'는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는 떠돌이 선원을 애타게 그리워한 여인 브랜디를 등장시킨 노래로 마치 극 중 주인공 피터 퀄(크리스 프랫 분)의 어머니를 거의 빼닮은, 나름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노래였다.(1972년 빌보드 1위 기록) 2000년 영화 <미녀삼총사> 사운드트랙에도 사용되기도 했다.

 과거 LP 시절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샘 쿡의 베스트 음반 표지.  명곡 `Bring It Home To Me`가 담겨져 있다.

과거 LP 시절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샘 쿡의 베스트 음반 표지. 명곡 `Bring It Home To Me`가 담겨져 있다. ⓒ 소니뮤직코리아


'Bring It on Home to Me' (샘 쿡)

극중에선 피터 퀼과 가모라(조 살다나 분)가 춤 추는 낭만적인 장면에 사용되었다. (1962년 빌보드 13위 ) 집 없이 우주를 떠돌아 다니는 피터에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곡의 주인공 샘 쿡은 1950~60년대의 전설적인 R&B가수로 후일 오티스 레딩, 마이클 볼턴 등 수많은 후배 음악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다.

난잡한 사생활로 빈축을 사기도 했던 그는 1964년 투숙 중이던 모텔의 관리자가 쏜 총에 맞아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결국 그의 인생은 이 노래와는 정반대가 된 셈이었다. 이밖에 'You Send Me', 'Only Sixteen',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 'Wonderful World'(루이 암스트롱의 명곡과는 제목만 같은 곡) 등이 그가 남긴 대표곡들로 기억되고 있다.

 `Father and Son`, `Wild World` 등이 수록된 캣 스티븐스(유서프)의 걸작 음반 `Tea For The Tillerman` 표지

`Father and Son`, `Wild World` 등이 수록된 캣 스티븐스(유서프)의 걸작 음반 `Tea For The Tillerman` 표지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Father and Son' (유서프/캣 스티븐스)

영화의 막판, 관객들의 눈물 샘을 자극하는 중요 장면에서 거의 전곡 감상 수준으로 사용된 곡이다.  그래서인지 국내 극장 화면에선 이 노래의 가사가 상세히 자막으로 처리되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버지와 아들이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의 가사로 꾸며져있다.  마치 극중 피터 퀼과 욘두(마이클 루커 분)처럼.

1970년 발매된 캣 스티븐스의 정규 4집 < Tea For The Tillerman >에 수록되었고 발표 당시엔  'Wild World'(미스터 빅의 1993년 리메이크 버전으로 유명)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나중에 입소문을 타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훗날 1995년 아일랜드 출신의 보이그룹 보이존이 리메이크 하면서 영국과 유럽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캣 스티븐스는 'Morning Has Broken', 'Oh, Very Young', 'Sad Lisa' 등의 히트곡으로 한국에서도 1970년대 많은 사랑을 받은 영국의 대표적인 포크 싱어였다. 1978년 이후 이슬람으로 개종한 후 갑자기 은퇴했다가 2004년 보이존의 리더 로넌 키팅와의 듀엣 버전으로 'Father and Son'를 셀프-리메이크하면서 음악계로 돌아왔다. 현재는 유서프(Yusuf)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작품 및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서프/캣 스티븐스 공식 유튜브 영상 - 'Father and Son (Live)']


'Guardians Inferno' (스니퍼스, feat. 데이빗 핫셀호프)

사운드트랙 중 유일한 신곡이자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본 분들이라면 기억할만한 197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디스코 형식의 곡이다. 스니퍼스는 정식 팀은 아니고 감독 제임스 건과 음악을 맡은 타일러 베이츠가 OST를 위해 잠시 내건 이름이며 이 노래 역시 두 사람이 합작한 작품이다.

극중 잠깐 카메오로 출연한 데이빗 핫셀호프가 투박하지만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랩을 선사, 나름의 즐거움을 줬다. 추억의 TV시리즈 < 전격 Z작전 >, < SOS 해상구조대 >의 주인공 데이빗은 1980년대 후반 유럽 댄스 클럽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가수이기도 하다. 특히 1989년 발표한 싱글 `Looking For Freedom`은 그해 독일 차트를 석권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달말 미국에서 개봉되는 < 베이워치 >(SOS해상구조대)에도 원작 TV시리즈의 주인공인 데이빗이 또 한번 카메오로 등장한다.

[마블 공식 유튜브 오디오 클립 - 'Guardians Inferno']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된 글 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마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