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음악을 넘어 전세계 대중음악계를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마빈 게이(Marvin Gaye)·다이아나 로스(Diana Ross)·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 등 솔로 뮤지션, 슈프림즈(Supremes)·템프테이션즈(The Temptations)·포 탑스(Four Tops)·잭슨 파이브(Jackson 5)·코모도스(Commodores)·보이즈 투 멘(Boyz II Men) 등 그룹까지 팝 음악계 수많은 슈퍼스타를 발굴해 낸 명문 레이블이다.

물론 음악시장의 급변화에 따라 흥망성쇠의 부침도 있었지만 모타운이 발굴하고 만들어 낸 수많은 곡들과 아티스트는 지금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깊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작년 9월 미국에서는 모타운 레코드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역사의 산증인 바니 엘스(Barney Ales)와 그의 솔직하고 생생한 증언과 목격담을 토대로 세밀하고 치밀하게 그려 낸 애덤 화이트(Adam White)의 공저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가 출간되어 전세계 모타운 음악 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한국에도 지난 4월 30일 번역서가 나와 '모타운 레이블의 음악역사'에 관심을 두었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뉴스로 다가왔다. 지극히 제한적인 국내 음악서 시장에서 이 책을 발행한 태림스코어 최우진 대표(아래 '최'), 번역가로 함께 한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교양학부 조교수(아래 '이')와 <폴 매카트니: 비틀즈 이후 홀로 써내려간 신화>의 공동번역자였던 김두완 작가(아래 '김')와 지난 4월 28일 망원동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에 서문을 쓰고 자신의 모타운 관련 아트 이미지를 출판사에 제공한 뮤지션 나얼(아래 '나'), 서문 및 쇼케이스에 참여한 뮤지션 DJ 소울스케이프(본명 박민준·아래 '박')와는 스케줄상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규탁(좌)과 김두완(우). ⓒ 태림스코어


반세기가 넘는 모타운의 생생한 음악역사를 집대성

-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에 대해 소개해달라.
"미국에서 미국 대중음악사 공부를 했는데 모타운 레코드사를 책들은 여럿 봤지만 이렇게 풍부한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발매된  모든 앨범과 곡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도 상세하게 담겨 있던 서적은 처음 본 것 같다. 아마도 모타운 레이블의 창시자 베리 고디(Berry Gordy)와 함께 일했던 이 책의 공동저자 바니 엘스의 생생한 목격담과 증언을 생생하게 서술돼있기 때문이다."
"바니 엘스는 모타운에서는 영업과 마케팅 분야를 총괄 담당했던 백인 임직원이었다. 흑인음악이 백인들에게 쉽게 다가살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해낸 사람으로서 몸소 경험했던 숱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진행과정과 출간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다.
"모타운 관련 송 북(Song Book)을 내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작년 9월에 이 책이 미국에서 나오는 것을 4월에 알고 서둘러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후 섭외를 해서 두 분에게 의뢰를 드렸고 7월 번역작업에 들어가 9월에 원고를 받았다. 여러 작업 과정을 거쳐 마침내 번역서가 1년 만에 완성된 거다. 모타운 음악을 원래 좋아한다.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상업적 성공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했다."
"현재 대학에서 <미국 대중음악사>란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모타운 음악역사도 다루고 있는데, 소울·알앤비는 물론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 1960년대 미국 사회에 팽배했던 인종차별문제를 포함한 여러 사회정치적 이슈들과 모타운 음악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게 된다."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이 상당수다. 특히 보컬 전공생이나 지망생의 경우 자신의 연습곡 또는 롤 모델을 찾을 경우 모타운 음악을 지나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을 통해 음악 공부를 진지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거다."
  
- 번역작업은 어떻게 해 나갔나?
"대학에서 모타운 관련 강의를 학기과정 또는 특강을 통해 '음악이 어떻게 사회통합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더군다나 미국에서 박사공부를 할 때 모타운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한 여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음반도 자주 사서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운명처럼 번역작업도 하게 됐다. 특히 일본에서 발매됐었던 '모타운 50주년 기념 CD 시리즈'를 구입 감상하며 번역작업을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기본적으로 음악서적 번역을 하는 사람이면 내용을 숙지하고 노래를 청취하면서 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다. 본문 안에 노래가사나 뮤지션들이 TV쇼 등 라이브 무대에서 펼친 곡들에 관한 정확한 설명을 했어야 하기에 오디오 또는 동영상물을 반복하는 과정은 필수였다." 

- 한국어판 출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다. 어떤 마음으로 서문을 써나갔는지?
"이미 미국에서 발간된 영어 서적을 구입해 갖고 있었는데 내가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내용을 제대로 알 수는 없었다. 그런데 한국어판이 나온다니 내겐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여러 감정이 들었다. 괜히 애틋하면서도 이런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또 뭔가 짠하기도 하고. 여하튼 모타운에 대해 예전부터 애착이 강했던 터라 자연스럽게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얼·DJ소울스케이프에게도 특별한 모타운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쇼케이스 이미지 사진. ⓒ 태림스코어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DJ소울스케이프. ⓒ 태림스코어


- 앨범커버 및 아티스트 이미지를 이용해 만든 나얼씨 작품들이 특별하게 다가선다.
"학창시절부터 모타운에 관한 미술작업을 틈틈이 해왔었는데 내 작업이 이렇게 사용될 줄은 정말 몰랐다. (서문 건으로 만나게 된 회의 중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내 작품 이미지에 모타운 로고가 함께 있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참 뿌듯하다."

- 지난 주 목요일 밤에 개최된 쇼케이스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쇼케이스 형식으로 진행된 <스트릭틀리 모타운(Strictly Motown)>은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와 뮤직라이브러리, 그리고 내가 함께 기획제작하고 있는 '스트릭틀리(Strictly)'라는 시리즈의 일환으로 준비된 것이다. 매번 뮤직라이브러리에 있는 음악들을 테마로 해 디제잉(DJing)과 라이브 형식으로 꾸미는데, 4월 모타운 레코드 법인(Motwon Record Corporation - 모타운의 과거 정식회사명)의 설립을 기념해 이 달의 테마를 <스트릭틀리 모타운>으로 정했고, 이 레이블의 음악들을 좀 더 깊이 있게 즐기는 시간으로 마련하게 됐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모타운의 명성과 업적에 비해 수많은 명곡들을 제대로 소개되거나 즐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마침 <모타운, 미국의 젊은 사운드> 발간 소식을 접하고 출판사로부터 양질의 사진자료들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책 서문 작업에 참여했고 쇼케이스까지 성황리에 마무리하게 되어 도와주신 모든 관계자와 관객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 쇼케이스는 어떤 아이디어로 구성을 했나?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 단일 레이블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앨범들이 모타운 관련 작품들이지만 마빈 게이나 스티비 원더 등 특정 음반들을 제외하면 그다지 많이 찾아듣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특히 1960년대 초중반에 쥬크박스 플레이용 7인치로 발매되었던 모타운 초기 아티스트들의 음악들 위주로 디제잉 셋을 구성했다. 밴드로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곡들을 커버하기로 해서 더 세션(The Session 멤버 - 세컨 세션, 이희경, 윤석철, 깐돌)이 함께 커버곡 무대를 꾸몄다."

- 관객들에게 모타운의 명곡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소울 뮤직의 역사에서도 위대하지만 팝 뮤직의 역사라는 관점에서도 위대한 레이블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타운 음악이 만들어 낸 노던 소울(Northern Soul - 영국 젊은 층이 열광했던 컬트 소울 음악)의 트렌드는 댄스뮤직과 디제잉 컬쳐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서의 모타운을 보여주고 싶었다."

- 공동저자 애덤 화이트가 한국독자만을 위해 특별한 것을 썼다고 하는데?
"오롯이 이 책을 만나게 되 한국 독자 분들을 위해 소중한 서문을 남겨주었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어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웃음) 바니 엘스의 서문은 발행된 모든 작품에 담겨 있는데, 실제로 이 책을 쓴 분은 애덤 화이트 작가다."
"모타운의 산증인 바니 엘스가 입으로 전한 숱한 이야기들을 애덤 화이트 작가가 글로 잘 옮겼는데, 서문을 읽다 보면 그에게 여전히 글로 남기고 싶은 모타운 스토리가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 모타운 음악이 우리 가요계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사실 가장 '모타운'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시절은 60년대였고, 그때는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시대이기 때문에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1980년대 스티비 원더를 필두로 1990년대 보이즈투멘의 등장은 우리나라 알앤비가 체계화되는 과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몇몇 밴드들이 실제로 모타운의 곡들을 커버하기도 하였고, 당연히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부모님도 처음 구매한 팝 레코드로 슈프림스나 템프테이션스를 꼽을 정도니까. 하지만 한국 음악 시장은 전통적으로 팝·소울 뮤직에 대한 이해도가 그다지 깊지 않았다."
"모타운 음악은 편곡 기법은 기본적으로 복잡하지 않고 단출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흥이나 감성이 모두 갖추어진 스타일이다. 최근 국내에서 나온 곡들을 듣다보면 음을 겹겹이 쌓아서 때로는 피로함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는데, 모타운 특유의 사운드는 단순한 구성 속에서도 그 이상의 곡을 만들어 내온 것을 우리 음악인들이나 대중도 인지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박진영씨가 발표한 곡들 중 상당수가 모타운 사운드를 그 뿌리로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리드미컬한 소울에 팝 사운드를 섞어 대중적 접근을 추구해 온 것을 보더라도 모타운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나 싶다. 고전적 알앤비 음악을 만들어 온 국내 음악인들도 해당된다고 본다."

신념과 즐거움으로 탄생된 모타운 음악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의 번역가인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교양학부 조교수. ⓒ 태림스코어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

<폴 매카트니: 비틀즈 이후 홀로 써내려간 신화>의 공동 번역자였던 김두완 작가. ⓒ 태림스코어


- 나에게 모타운 음악(아티스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타운 아티스트는 마빈 게이다. 나에게 모타운 사운드는 일종의 랜드마크 같은 느낌이다."
"모타운 사운드를 하나로 정의하기는 힘든 것이 1960년대의 홀랜드-도이저-홀랜드(Holland-Doizer-Holland), 1970년대의 더 코퍼레이션(The Corporation), 1980년대의 다른 프로덕션이 만들어낸 사운드의 경향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소울 뮤직의 팝(Pop)화'에 가장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고 종합적으로 말할 수 있겠다."
"모타운 음악은 즐거움이다. 여러모로 봤을 때 모타운에 즐거움이 없다면 모타운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타운은 미국이다. 모타운이란 음악회사,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마인드,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가 알 수 있는 '미국에 관한 모든 것'이 응축되어 들어간 곳이 바로 모타운이다. 이 책과 등장하는 모타운 곡들을 한 곡 한 곡 들으면서 미국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타운은 신념이다. 이 책을 읽으면 모타운 창립자 베리 고디에 관한 이야기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음악적 신념이 전 세계 음악계를 좌지우지 해왔다는 점에서 배리 고디의 신념으로 빚어진 유산이라 정의하고 싶다."

- 이 책을 만나게 될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수많은 사진이 담겨 있고 수많은 노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뭔가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고 싶으신 분은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를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웃음) 또 하나는 흑인 브랜드란 이미지가 강하지만 음악과 문화에 있어 '흑과 백' 같은 구별은 없다는 점을 모타운을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이 책을 읽는 용도 보다 즐기는 대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어느 누구나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는 엄청난 환상을 갖고 있거나 전설적인 신화 같은 존재겠지만, 음악 산업의 성공 스토리를 들여다보면 결국 우리와 똑같은 그냥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는 이 책 속에서 독자들이 '사람냄새'를 음미하게 되길 기대한다."
"책과 함께 모타운의 음반들도 함께 컬렉팅하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워낙 유명한 레이블이기에 음반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모타운의 매력이기도 하다."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는 모타운의 음악역사를 알아나가는데 안내서로써 너무도 훌륭한 작품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모타운을 빛낸 여러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삶 등을 소개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독자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웃음)"
"먼저 모타운 음악을 사랑하는 나얼·DJ 소울스케이프 두 분과 편집을 책임져 주신 한경석씨께도 이번 인터뷰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가능한 많은 분들에게 이 책과 함께 모타운의 명곡들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하니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MOTOWN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  (애덤 화이트 등 지음, 이규탁 외 옮김 / 스코어 펴냄 / 2017.04. / 4만3000원)

(애덤 화이트 등 지음 / 이규탁 외 옮김 / 스코어 펴냄 / 2017.04. / 4만3000원) ⓒ 태림스코어



모타운 레코드 나얼 DJ 소울스케이프 스티비 원더 젊은 미국의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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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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