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엔터테인먼트


1989년에 개봉한 <마이키 이야기>는 아기에게 가지는 보편적 판단을 뒤집는 신선한 접근으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마치 천사와 악마의 양면성을 활용한 두 얼굴을 가진 듯한, 깜찍한 아기의 내면에 울려 퍼지는 엉큼한 어른 목소리(주인공은 다름 아닌 브루스 윌리스!)를 보여준 <마이키 이야기>는 보는 이의 배꼽을 뺐다.

아기였던 마이키가 어느덧 30대를 눈앞에 둔 2017년, <마이키 이야기>처럼 역발상이란 펀치를 제대로 날리는 후계자가 나타났다. 기저귀 대신에 검은색 정장을 말끔하게 입고 귀여운 미소는커녕 썩소를 날리는 <보스 베이비>가 그 주인공이다.

어느 날 굴러들어온 아기 동생에게 부모의 사랑을 모두 빼앗겨 버린 팀(마일즈 크리스토퍼 박시 목소리). 평소엔 앙증맞은 아기가 알고 보니 '베이비 주식회사'의 경영진인 '보스 베이비(알렉 볼드윈 목소리)'. 보스 베이비는 업계 라이벌인 '퍼피 주식회사'가 새로이 내놓는 강아지 '포에버 퍼피'의 정보를 파악하는 파견 근무를 나왔다. 팀은 부모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보스 베이비는 임무 완수를 위해 원치 않는 공조를 시작한다.

완벽한 수트핏=치명적인 귀여움

<보스 베이비>는 말라 프레이지가 쓴 36페이지 동화 <우리 집 꼬마 대장>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마다가스카> 시리즈와 <메가마인드>를 연출한 바 있는 톰 맥그라스 감독은 영화의 출발에 대해 "원작을 읽으면서 내가 어릴 때 우리 가족에게 생겼던 일들이 많이 생각났고 순간 아이디어가 번뜩했다. 이것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아마 부모님들이 보셔도 어렴풋한 향수가 느껴질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소한 것들이 다 그분들이 어렸을 때 있었던 것들로 채웠다"라고 연출자의 바람을 밝혔다.

<보스 베이비>는 다양한 재미를 갖췄다. 완벽한 수트핏을 자랑하며 서류 가방을 들고 다니는 보스 베이비는 치명적인 귀여움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알렉 볼드윈의 목소리는 보스 베이비의 매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다. 회사에 무한 충성하며 승진을 꿈꾸는 보스 베이비는 <글렌게리 글렌 로즈>에서 "능력이 없는 놈에겐 동정도 없다"라고 부르짖던 블레이크(알렉 볼드윈 분) 캐릭터를 장난스럽게 빌린 혐의가 짙다.

영화의 몇몇 장면은 7살 먹은 팀이 그린 상상력으로 덧칠돼있다. 예를 들면 욕조에 있는 팀은 상어로부터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바다를 질주하는 모험을 떠올린다. 팀과 보스 베이비 일당이 벌이는 추격전은 그들에겐 엄청난 속도로 벌어지나 어른들의 시선엔 느린 장난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영화 속 상황은 어린이의 눈이란 필터를 통과하여 정글을 달리고, 고릴라와 싸우며, 우주선의 남자를 만나거나, 해적선에서 해적과 맞붙는 형태로 출력된다. 패러디는 양념으로 쳤다. <슈렉> 시리즈로 패러디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는 드림웍스는 영화 곳곳에 <메리 포핀스> <인디아나 존스> <007> <저주 받은 아이들> 등을 깔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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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베이비>엔 사회 문제도 녹아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출산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아기가 점차 사라지고 애완동물이 가족으로 자리 잡는 현상은 <보스 베이비>의 이야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화 속에서 보스 베이비는 "아기들은 옛날만큼 사랑받지 못해"라고 외친다. 아기들은 숙적 퍼피 주식회사의 애완견을 이기기 위해 전의를 불태운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팀의 상상의 모험을 보여주며 "적자생존은 정글의 법칙이다"를 강조한다. 이것은 영화에서 두 가지 형태로 드러난다. 하나는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형제의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아기 주식회사와 퍼피 주식회사의 경쟁, 그리고 임무 완수와 성과를 요구하는 아기 주식회사 장면으로 나타난다. 여기엔 현실에서 펼쳐지는 무한 경쟁이 반영돼 있다. 영화는 적자생존이란 대립 구도를 깨고 가족으로 대변되는 사랑의 품 안에서 화해하길 원한다.

<보스 베이비>는 전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로 손색이 없다. 공갈젖꼭지, 젖병, 아기의 탱탱한 볼살은 그 자체로 행복을 준다. 2016년에 <마이펫의 이중생활>이 멋지게 '애완동물의 이중생활'을 그렸다면 올해는 <보스 베이비>가 '아기의 이중생활'을 근사하게 묘사했다. 보스 베이비 임무 성공!

 <보스 베이비> 영화 포스터

<보스 베이비> 영화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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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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