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S. 덴트는 그의 저서 <2018 인구 절벽이 온다>를 통해 '인구 절벽'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세상에 등장시켰다. 이 책은 주로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 젊은 층의 인구가 인구 그래프에서 절벽과 같이 뚝 떨어지고 있는 지점을 가리켜 '인구 절벽'이라 정의내린 것이다. 해리 덴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 원인이다. 그는 젊은 인구 감소가 경제적인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2018 인구 절벽이 온다>

<2018 인구 절벽이 온다>ⓒ 해리 덴트

세계은행(WB)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 현황 보고서는 2040년까지 한국에서 14세~60세 인구가 1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런 한국이 맞은 인구 절벽 상황은 그간 한국을 이끌어 온 성장 동력에 심각한 브레이크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이런 인구 절벽, 특히나 생산 인구의 감소를 직접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는 건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이다.

18일 공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 9~24세 청소년 인구가 924만 9천 명으로 한국 전체 인구의 1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978년 36.9%로 정점을 찍은 뒤 한국의 청소년 인구는 지속적으로 하락, 인구 5명당 한 명에도 못미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심각한 것은 이런 추세가 지속되어 2060년에는 청소년 인구가 11.1%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청소년들 중 51.4%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70%를 넘었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싶지 않은 나라, 아이 낳는 것이 쉽지 않은 나라, 청소년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대한민국, <MBC 스페셜-인구 절벽 원년 보고서>는 그런 '인구 절벽'의 나라 대한민국을 냉정하게 그려낸다.

 인구 절벽 보고서

인구 절벽 보고서ⓒ MBC


1부 : 2년제 인생, 결혼 못하는 청춘 

인구 절벽 시리즈가 첫 번째로 다루고 있는 건 '결혼은 꿈, 아이는 언감생심'인 이 시대의 청춘들이다. 인서울 잘 나가는 대학 미디어 관련 학과를 나온 김경민씨의 첫 직장은 영업직 인턴, 역시나 IMF를 뚫고 취업 문을 뚫었다는 최애란씨의 첫 직장 역시 비정규직 인턴이다. 입학금이 없어 대학을 가지 못했던 윤성노씨는 이후 한양대 경영학과에 편입해 학사 장교를 거치며 어렵사리 자신의 힘으로 대학을 졸업했지만 사회가 그를 맞이하는 방식은 역시나 '인턴'이었다.

비정규직 사원으로 사회의 첫 발을 내디딘 이들, 하지만 그 비정규직 사원에서 2년 안에 '정규직'이 되지 못하면 이들은 영원히 월 100만원 남짓의 '비정규직'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없다. 그래서 33살이 되어서 결혼식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김경민씨는 '탈조선'을 꿈꾸고, 자신의 꿈을 찾아 어렵게 요가 강사가 된 최애란씨는 단돈 10만원의 청약저축 통장과 8번의 이사, 그리고 결혼을 포기했다.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살아보려던 윤성노씨는 이제 일일 노동자가 되어 집도 없이 서울을 떠돈다. 과연 이렇게 자기 한 몸 벌어먹이기도 힘들고, 그래서 누울 곳도 마땅찮은, 비전이나 꿈따위는 사치가 되어버린 청춘들에게 '인구 절벽'이란 시대적 호소는 씨도 안 먹힌다.

 인구 절벽 원년 보고서

인구 절벽 원년 보고서ⓒ MBC


2부 : 1.17 기적의 출산율

결혼을 하면 좀 나아질까? 4월 17일 방영된 2부에서는 '문산여고 5인방'이라는 젊은 아기 엄마 다섯 명의 현실을 통해 출산과 육아가 기적인 나라를 살펴본다.

문산 여고에서 꽃다운 10대를 보냈던 다섯 명의 동창생, 그들이 아기 엄마가 되어 다시 만났다. 다섯 명의 엄마와 아빠들, 그들의 아이는 합쳐 일곱 명이다. 하지만 다섯 명의 동창생들은 그 일곱 명의 아이들을 대한민국 사회에서 기르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 입을 모은다.

모 대통령 후보의 유아 교육과 관련된 공약으로 인해 다수의 국민들이 분노와 호응을 앞다투어 드러내는 시절, 왜 그리도 많은 엄마들이 공약의 단어 하나에 일희일비했을까? 그 이유는 동창생 중 한 명인 송미영의 피말리는 유치원 입성기를 통해 드러난다. 2016년 21조가 넘게 보육 정책에 들였다는데,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아이를 낳자마자 어린이집에 대기를 타도 몇 년을 기다려야 갈 수 있을지 말지이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린이집 보육 아동 비율이 12.1%, 24.1%인 상황에서는 불을 보듯 뻔한 결과다.

엄마들은 말한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낳으면 하나는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둘은?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면 그것도 어찌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가 어디 있을까? 기업 임직원을 꿈꾸던 엄마는 아픈 아이 때문에 쉬고 온 회사에서 퇴직을 권유받았다. 낳는다 해도 돈이 문제다. 2월에 재희씨가 둘째를 낳을 수 있는 이유는 탈 서울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쁜 남편때문에 육아는 온전히 그녀의 '독박'이다. 세째를 가진 지근호씨 부부는 똑같은 고생을 하더라도 맘 편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캐나다 이민을 준비 중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다. 직장을 다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된 조성희씨는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다시 사회로 돌아가려하니 두려움이 앞선다.

엄마들은 묻는다. 3차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21조는 어디로 간 거냐고. 여전히 아이를 낳는 것이 모험이고, 자멸이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힘든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겠냐고 .

결혼은 말조차 꺼내기도 무색한 청춘, 결혼을 하기 위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서 '탈조선'을 해야하는 나라, 열 명 중 한 명만 나라에서 만든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는 나라. 한때 인구 12만의 번성했던 도시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청년 인구 400명도 안 되는 '도시 소멸'에 이른 일본 유바리시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청춘의 현실, 육아의 현황은 다큐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내용들이다. 하지만, 그 처절한 현실이 '인구 절벽'이라는 주제 아래 새롭게 묶여 구성되니, '헬조선'의 현실이 보다 극명하게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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