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안철수 의원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영화산업 불공정 생태게 개선을 위한 공청회

지난 12월 안철수 의원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영화산업 불공정 생태게 개선을 위한 공청회 ⓒ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국민의당 대선 후보인 안철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아래 영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대기업 수직계열화 규제 목소리를 높이던 영화계의 요구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불어 민주당 도종환 의원 역시 참여연대와 함께 비슷한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마찬가지 상황이 되면서 영화계가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안철수 의원의 영비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31일 발의됐다. 12월에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과 함께 공청회 등을 거치며 영화계의 의견도 수렴했다. 그러나  핵심 조항에서 헌법 충돌 우려 등의 부정적 평가가 나와 법안심의 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3월 영화전문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월 국회통과를 목표로 했으나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등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4월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위원회 논의에서도 배제되면서 계류상황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영화산업의 대기업 독과점을 막겠다고 준비했던 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안철수 의원과 도종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의 핵심은 상영과 배급의 분리다. 한국영화산업을 독과점하고 있는 CJ와 롯데를 겨냥한 것이다.

개정안은 '소수의 업체가 상영관의 약 90%를 점유해 다양한 영화들이 제대로 된 상영기회를 고루 분배받지 못하고 있고, 업체들 중의 일부는 한국영화 배급시장 매출의 40~60%(2012~2015년)를 점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사 또는 계열사 영화에 상영 기회를 몰아주는 부당지원을 하면서 비계열사 영화들의 상영기회를 잠식시키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투자 배급과 상영을 하고 있는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분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재산권 침해, 타 산업 독과점, 한미FTA 문제 거론

 두자 배급 상영 등 영화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CJ와 롯데시네마의 상영관

두자 배급 상영 등 영화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CJ와 롯데시네마의 상영관 ⓒ CGV, 롯데시네마


하지만 국회 검토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두 의원이 제출한 영비법 개정안에 대한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핵심 사항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관객들로부터 인기 있는 상업 영화는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수의 스크린을 점유하게 되는 것으로, 일부 예술영화를 제외하고는 관객 선호도를 무시한 채 자체 또는 계열회사의 배급영화에 차별적으로 스크린을 배정하는 일은 오히려 극장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배급업과 상영업의 겸영이 반드시 불공정행위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재산권 침해에 따른 위헌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상영업과 배급업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는 막대한 투자를 하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존 사업자로 하여금 인위적으로 영업 양도 또는 회사 매각을 강제하는 것으로서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의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화산업 이외에 타 산업분야 및 문화콘텐츠 내 타 장르 내에서도 독과점 및 수직계열화 사례가 많음에도(자동차, 유통, 화학, 태양광, 방송, 음악 등) 영화산업에 대해서만 특별히 수직계열화를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특정 분야에 대한 차별로서 비칠 수도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쉽게 말해 현대자동차는 되고 왜 영화 쪽은 안 되냐는 것이다. 

1940년대 상영과 배급을 분리시킨 미국의 일명 '파라마운트 판결'에 대해서도 '현재 국내 영화산업의 환경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며,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도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검토보고서는 명시하고 있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등 기존 법 제도하에서도 충분히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한·미 FTA협정에도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개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법안에 대한 국회 쪽의 우려였다.

"안철수가 집권해도 법안 통과 어려워"

 지난 2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CGV에서 '2017 상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이 열렸다. CGV 서정 대표는 국회에서 발의된 영비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2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CGV에서 '2017 상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이 열렸다. CGV 서정 대표는 국회에서 발의된 영비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 CJ CGV


이 때문에 상임위 법안심사에서 안건으로 올랐으나 아예 논의조차 되지 못하면서 영비법 개정작업은 사실상 옆으로 밀려난 셈이 됐다.

국회 측 관계자는 4월부터 다뤄질 것'이라는 안 의원의 인터뷰에 대해 "뭘 모르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법안소위가 언제 열릴지 알 수 없고 다시 안건으로 올라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라며 "여야의원들 반대도 만만치 않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이 집권한다고 해도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영비법 개정안이 난관에 부딪힘에 따라 영화계에서는 법안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이사장은 "상영과 배급의 분리를 넘어 수직계열화 문제 전반을 검토해 봐야 한다"며 "각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과 전문위원들의 문제제기 등을 영화인들이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 정교한 법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뿐만 아닌 문화예술 전반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최현용 소장은 "현재까지 제안된 정책방안 중 실효성 측면에서 보면 독립예술영화 상영을 일정하게 보장해 주는 하위쿼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며 "상영과 배급 분리보다는 투자와 제작 분리가 우선적으로 고민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비법 안철수 도종환 CJ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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