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 4월 7일 오후 4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은 일상의 활력소다. TV에서 '먹방'이 유행하고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것은 남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음식점은 '믿고 먹기' 힘들다. 청결하지 못한 음식점부터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먹어서는 안 될 재료를 넣거나 정량을 속이는 일이 더러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식당을 찾지만 마음 놓고 식사를 하기는 여전히 힘든 세상이다. 

그런 소비자들의 불만을 캐치한 프로그램이 바로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이다. '먹거리로 장난치지 못하게 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들고 나온 탓에 이영돈 피디가 주도했던 초반부터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자신이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소비자들이 그 상품을 선택하지 않게 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지난 '대왕 카스테라' 방송역시 그러하다. 그동안 크게 유행해 지점이 많이 생겼던 '대왕 카스테라'에 식용유를 들이붓는 모습이 강조된 방송이 나가자 시청자들은 '속았다'고 생각했다. 비윤리적인 음식점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는 분노도 일었다.

 '정직함'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먹거리 X파일>

'정직함'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먹거리 X파일>ⓒ 채널A


대왕 카스테라에 식용유? 반격을 맞다 

그러나 곧 이런 상황이 반전을 맞았다. 식품 전문가들이 제빵에서의 식용유 사용은 선택의 문제일 뿐 윤리적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으로 맞선 것이다.

문정훈 서울대 식품비지니스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버터보다 식용유가 들어가면 풍미는 떨어지지만, 반죽의 탄력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어 식용유를 쓴다"며 "'제빵시 식용유를 넣는 것은 부도덕하다'는 프레임으로 방송을 만들면 소비자들을 매우 오도하는 것"이라고 방송 내용을 비판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역시 26일 자신의 SNS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리며 <먹거리 X파일>을 비난했다.

"먹거리X파일이 사과하지 않았다고 한다. 카스텔라와 시폰 케이크의 구별 운운하며 자신들의 잘못은 없는 양 어물쩍 넘어간 모양이다. 이 둘을 분별할 능력도 없는 전문가들을 불러서 인터뷰 따고 이 둘을 같은 음식으로 상정하고 성분 검사해 비교했다. 그 구별 없음의 당사자에 당신들도 포함된다는 말이다. 쉬폰케이크에도 그만큼 들어가는 식용유를 두고 마치 못 먹을 음식인 듯이 방송했다. 잘못 붙인 이름과 무첨가 마케팅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정도만 지적했다면 지금의 이 사태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부풀리고 왜곡하고 과장했을 때 오는 파장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부풀리고 왜곡하고 과장했을 때 오는 파장ⓒ 채널A


비윤리적 음식점이냐, 비윤리적 방송이냐

문제는 <먹거리 X파일>에서 유사한 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먹거리 X파일>을 처음 진행했던 이영돈 PD가 시초였다. 그가 KBS에 재직했을 당시 만든 <소비자고발>에서는 배우 김영애가 런칭한 황토팩에서 중금속이 검출되었다고 방송했다.

김영애의 사업은 즉각 타격을 입었고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식약청 조사결과, 황토팩에 문제가 없었다. 당시 황토팩에 들어있었던 성분은 중금속이 아니라 황토 고유의 성분 '자성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고발>은 사과 방송을 했지만 이미 김영애의 사업은 지속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은 후였다.

 <먹거리 X파일>에서 유사한 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먹거리 X파일>을 처음 진행했던 이영돈 PD가 시초였다.

<먹거리 X파일>에서 유사한 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먹거리 X파일>을 처음 진행했던 이영돈 PD가 시초였다.ⓒ 채널A


그런 그가 <먹거리 X파일>의 PD겸 진행자로 나서 나쁜 식당, 착한 식당을 구별한다는 콘셉트는 굉장히 모순적이다. 이영돈 PD는 <먹거리X파일>에서 <소비자고발>에서와 비슷한 문제를 여러 차례 일으킨 끝에 결국 하차하고 만다. 그리고 2015년 2월 JTBC로 옮겨 <먹거리X파일>과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 <이영돈 PD가 간다>를 만들었으나 여기서도 또다시 논란을 일으킨다. 당시 이영돈 PD는 한 '그릭요거트' 전문점의 일부 메뉴만을 취재한 후, '진짜 그릭요거트를 취급하는 업체가 아니다'라고 보도했지만 이는 일부를 크게 부풀렸을 뿐 사실이 아니었다. 이후, 대기업 제품  요거트 광고모델로까지 활동한 것이 밝혀지며 이영돈 PD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불거졌고, 이영돈 PD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대왕 카스테라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강해지자 <먹거리 X파일> 측은 26일 '대왕카스테라 방송 그 후'라는 제목으로 후속편을 방영했다. '그 후' 편에서 <먹거리 X파일>은 "정통 카스텔라 제조에는 식용유를 사용하지 않으며 대왕 카스테라만큼 식용유가 많이 들어간 빵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식용유를 사용한 대왕 카스테라가 일반적인 카스텔라의 조리법이 아닐 뿐이지 "다른 것"을 곧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식품공학자 최낙언씨는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지난 3월 13일 "탄수화물 위주의 카스테라와 지방이 보충된 카스테라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지는 판단하기 힘들다. 식용유 덕분에 식감이 부드러워졌으면 좋은 것이다"고 말한다.

예견된 논란, 과장된 방송의 편협함

이번 사건은 <먹거리 X파일>의 취재 패턴을 볼 때 미리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다.  2014년 1월 17일 방영된 간장게장편을 보자. 요리전문가들이 나와 "겉만 멀쩡하고 얼어있다" " 비린내가 난다"며 간장게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다.

그런데 방송 다음 날, 해당 식당 사장이 <먹거리 X파일> 시청자 게시판에 간장게장 방송 정정을 요청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제작진이 영업이 끝난 시간에 방문했고, 당시에는 간장게장이 소진된 상태였다는 것.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은 요리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며 "간장 맛만 볼 것이므로 얼어 있어도 상관없다"라고 요청했고, 이에 사장은 다음날 판매할 냉동 상태의 게장을 내줬던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식당 사장은 꽃게는 냉장 상태로 오래 있으면 살의 탄력이 떨어져 냉동숙성 후 당일 판매분만 냉장 보관한다고 말했다. 이후 식당 측 요청에 따라 방송 VOD는 삭제되었으나 다음 날 재방송은 그대로 나갔다.

 한 두번도 아니고 수차례 조작된 상황,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 두번도 아니고 수차례 조작된 상황,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채널A


이후 2월 4일 <먹거리 X파일> 페이지에 사장을 만나 모든 '냉동 여부 고지'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는 공지가 올라왔고, 사장도 오해를 풀었다는 글을 올리며 일단락 되었지만, 찜찜함은 남는다. 한편 이 프로그램에서 '착한 간장게장 집'으로 방송한 업체는 이후 식중독 문제를 일으켰고 <먹거리X파일>은 결국 '간장게장 착한식당 취소' 편 방송을 통해 해당 식당을 '착한 식당'에서 취소한다.  

119회 파라핀 벌집 아이스크림역시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이 회차에서는 벌집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재료와 관련, 일부 업체들이 양초와 크레파스의 주원료로 알려진 파라핀을 소초로 사용한다고 밝혀 큰 논란이 일었다.

벌집 아이스크림에 대한 배신감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그러나 벌집 아이스크림 사업을 하던 셰프 레이먼 킴이 페이스북을 통해 "파라핀이 아니라 밀로 만드는 소초를 쓴다"고 주장하며 재료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다른 업체들에서도 '양봉협회 시험성적통지서'를 공개하며 방송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먹거리 X파일>에서는 121회 '벌집 아이스크림 방송 그 후'라는 후속 방송을 기획했다. 이 회차에서 순밀 소초를 확인했지만  천연벌꿀이 아닌 설탕물을 채운 벌집이라며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방송에서 정확한 정보를 내보내지 않은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일로 벌집 아이스크림을 취급한 수많은 업체가 문을 닫아야 했고, 소비자들의 인식은 정정보도 보다는 '파라핀'에 초점이 맞춰진 후였다.

126회, 유통기한이 지난 노계를 사용하는 업체에 대한 방송도 문제가 됐다. 당시 50년 전통의 칼국수 집을 방송에 내보내며 '고명이 질기고 누린내가 난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그러나 해당 식당의 조리사가 <브레이크뉴스>에 밝힌 내용은 달랐다. "쫄깃한 식감을 위해 노계를 쓰는 것이지, 오래된 닭을 쓰는 것이 아니다. 노계를 잘게 찢어 기름에 볶아 쫄깃하게 만드는 것은 50년부터 지속해온 비법"이라며 방송 내용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결국 식당은 작년 <먹거리 X파일>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2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심 결과 정정보도와 5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017년 현재 칼국수 식당 측과 <먹거리X파일>의 소송은 3심 진행 중이다.

 채널A <먹거리 X파일>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보도하고 문제가 되지 않는 지점을 확대해석해 보도한다면 그들이 소비자를 우롱하고 잘못된 이익을 만드는 음식 업체들과 무엇이 다른가.ⓒ 채널A


누가 누구에게 양심을 요구하나

이렇게 끊임없는 논란과 문제가 발생하는 프로그램이 마치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처럼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보도해야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정확한 취재와 공정한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이미 '대왕 카스테라'의 매출이 떨어져 폐업하겠다는 매장 운영자의 글이 올라온 상황. 책임지지 못할 방송 때문에 누군가는 큰 빚을 지고 나락으로 떨어져야 한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드라마나 예능과는 그 기준이 다르다. 허구가 아닌 '사실'에 근거하기 때문에 그 내용이 충격적이고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수록 큰 파장을 일으킨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보도하고 문제가 되지 않는 지점을 확대해석해 보도한다면 그들이 소비자를 우롱하고 잘못된 이익을 만드는 음식 업체들과 무엇이 다른가.

피해를 입는 것은 작은 식당이나 매장을 운영하는 소시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양심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약자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자체를 비판할 필요가 있다. 법을 어기는 사람들의 문제점 이전에 제대로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 구멍을 포착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슈와 자극에 물든 프로그램 안에서 그런 성숙함은 기대할 수 없다.

나쁜 식당, 착한 식당을 구별하기 전에 스스로 착한 프로그램이 되지 않는 한 <먹거리 X파일>은 마치 교묘히 소비자들을 속이는 '나쁜 식당'에서의 식사 같은 오염된 프로그램이란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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