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권 경쟁에서 밀린 삼성이 결국 3위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게 됐으니 실패라고 볼 수 없는 성적이다. 그러나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 됐다. 특히 성공이라 믿었던 '크레익 카드'가 발등을 찍고 말았다.

6라운드에서의 부진이 뼈아팠다. 후반기가 지날수록 삼성의 경기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하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도 거듭 패배하며 경쟁에서 처졌다. 결국 안양 KGC, 고양 오리온스에게 밀리며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마이클 크레익의 부진은 추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

시즌 초반, 삼성은 크레익과 함께 승승장구 했다. 188cm, 117kg의 단단한 체격을 가진 크레익은 가공할 만한 파워와 정확한 슈팅 능력으로 상대 수비를 허물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라는 리그 최고의 빅맨의 존재로 인해 많은 시간 출장이 어려워 평균 20~25분 정도만 코트에 나올 수 있었지만 효율적인 면에서 크레익은 단연 최고였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 두 명이 함께 나오는 2~3쿼터에서 전체 팀 가운데 가장 많은 득점을 생산해내고 있다. 대부분의 팀들이 한 명 정도의 스코어러 외국인 선수를 지니고 있는 반면, 삼성은 라틀리프와 크레익 모두 득점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기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에 주춤하기 시작한 크레익은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크레익의 스타일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던 과거와는 달리 상대팀은 이미 그가 펼치는 경기 방식에 대해서 공략법을 찾아냈다. 볼 소유 시간이 길고 자신이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크레익은 상대의 이중, 삼중 수비에 철저히 막혔다.

시즌 내내 문제가 됐던 팀 동료와의 공존성 문제도 나타났다. 외곽에서 공을 소유하는 것을 즐기는 크레익의 플레이 스타일은 결국 팀의 주전 포인트 가드인 김태술과 동선이 겹치는 문제를 발생하게 했다. 국내 선수보다 라틀리프에게 의존하는 패스도 상대에게 쉽게 막히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후반기 야투 성공률도 눈에 띄게 하락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크레익의 야투 성공률은 42%로 이전에 기록한 51%보다 9% 낮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턴오버는 평균 2.5개에서 3.0개로 늘어났고 이를 통해 공격 흐름을 스스로 끊는 등 악영향을 끼쳤다.

화려한 덩크, 평범하지 않은 플레이는 삼성이 선두권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큰 보탬이 됐다. 그러나 많은 수의 실책과 매끄럽지 않은 팀플레이는 삼성의 어두운 부분을 더욱 짙게 했다.

이상민 감독은 크레익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 "계속적 미팅을 통해서 플레이오프 때는 잘 맞춰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으나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22일 전자랜드와의 경기 직전 인터뷰에서도 "크레익과 전날에도 면담을 가졌다"며 "불신이 쌓이고 힘들겠지만 팀을 위해 자신이 맡은 역할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했다. 한정된 출장 시간과 에이스 역할 문제에 관한 갈등으로 인해 팀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상황이 드러난 셈이다.

6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심각한 문제에 놓인 삼성은 높이가 좋은 원주 동부와 '포워드 농구'를 펼치는 인천 전자랜드 가운데 한 팀과 승부를 벌이게 된다. 두 팀 모두 최근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좋다. 크레익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삼성은 플레이오프 조기 탈락을 걱정해야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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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민준구 기자
KBL 서울 삼성 크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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