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오버워치> 속 주요 챔프(영웅) 중 한 명인 메르시. 저 손을 잡고 나도 천상계로 올라가고 싶다. 하지만….

게임 <오버워치> 속 주요 챔프(영웅) 중 한 명인 메르시. 저 손을 잡고 나도 천상계로 올라가고 싶다. 하지만….ⓒ 블리자드 코리아


지난 1일 블리자드사의 인기 FPS 게임 <오버워치> 경쟁전 시즌4가 시작됐다.

<오버워치> 유저들은 총 10회의 배치 경기를 치른 뒤 이번 시즌 티어(등급) 배정을 받는다. <오버워치>의 티어는 총 8개(상위 500위권-그랜드 마스터-마스터-다이아몬드-플래티넘-골드-실버-브론즈)로 나누어져 있다. 유저들은 티어 구간을 '천상계'와 '심해'로 구분하기도 한다.

천상계와 심해의 경계선은 어디?

 블리자드의 인기 온라인 게임 <오버워치>의 '티어'(등급) 구분표.

블리자드의 인기 온라인 게임 <오버워치>의 '티어'(등급) 구분표.ⓒ 블리자드 코리아/하지율


천상계는 개인 피지컬(실력)과 팀워크가 뛰어난 유저들이 많은 곳이다. 반면에 심해는 게임 이해도가 아직 부족하고 팀워크 개념도 미약한 유저들이 많은 곳이다. 심해 유저들은 팀 조합을 잘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을 종종 보인다. 6대6 팀 경기는 탱커(몸빵), 딜러(공격), 힐러(치료) 등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거점 점령전 혹은 화물 운송전일 때 한조나 위도우 같은 저격수가 동료로 있으면 다른 팀원들이 좀 더 고생해야 한다.

동료들과 '함께' 다니면서 적으로부터의 피해도 나눠서 받아주고 싸워줄 동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구석에서' 잘 맞추지도 못하는 투사체만 날리는 일이 많다. 심해에서 누군가 한조나 위도우를 고르면 팀 분위기가 시작부터 싸해지는 이유다. 물론 저격수를 고르는 유저들이 다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에임(조준)이 좋은 유저들도 분명 있다.

이런 동료를 만난다면 팀에 저격수 한 명쯤 있는 것은 견딜만한 일이다. 그러나 심해에는 참을성 없는 '유리 멘탈'들도 많다. 누군가 저격수를 픽(선택)하면 바로 "지금 게임 던지는 거? ㅇㅋ 그럼 나도 즐겜 모드다"라며 덩달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저격수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느새 팀원 전체가 서로 욕을 하며 '막겜'(막하는 게임, 막장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러니 '심해에서는 조합만 잘 맞춰도 이미 절반은 이긴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팀워크를 저해하는 욕설, 책임 떠넘기기(이른바 정치질), 고의적인 게임 방해 등 요컨대 인성에 하자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까지 들게 하는 트롤(비매너 유저)들도 정말 골고루 만날 수 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 승리에 이바지를 한들 다음 게임에서 트롤들이 등장해 게임을 말아먹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러니 점수를 올려놓아도 금방 깎여 심해 탈출이 어렵다. 배치 고사를 삐끗해 심해로 떨어지면 아예 체념하고 계정을 새로 만들어 다시 배치 고사를 보는 유저가 많은 이유다. 그렇다면 정확히 어느 구간까지가 심해이고 천상계일까. 사실 유저들 사이에서도 정해진 기준은 없다. 다만 '브실골'(브론즈-실버-골드)까지는 확실히 심해로 인식되지만, 플래티넘, 다이아를 심해에 포함하느냐 마느냐 논쟁의 여지가 있을 뿐이다.

일부 유저들은 플래티넘도 상위 37~15%(시즌3 기준)이므로 천상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즌2 때 이 구간 현지인이었던 필자가 보기에 진정한 천상계로 인정할만한 구간은 다이아부터다. 브실골이야 '어차피 우리는 심해야'라는 패배주의에 물든 유저들도 있지만, 플래티넘은 그야말로 2500점대 초반부터 2900점대 후반까지 경쟁이 치열하다.

'운빨'로 팀을 잘 만나거나 배치고사를 잘 쳐 진입했지만, 곧 실력이 드러나 골드로 추락하지 않으려고 '빡빡하게' 게임 중인 사용자가 많다. 다이아에서 밀려나 이 점수대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려는 유저도 많다. 다이아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문장의 자존심을 걸고 '빡겜' 중인 유저도 여럿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사람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지므로 심지어 게임 내 '정치질'마저 난무한다.

플래티넘은 결코 천국일 수 없다. 그럼 다이아부터는 왜 천상계인가? 첫째로, 엠블럼이 다이아부터 반짝(!)거린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왜 상고 시대 때 청동기가 부족 지배계급의 상징이자 신들과 소통하는 제사를 지내는데 쓰는 도구였겠는가. 돌로 만든 칼이나 창과 달리 청동기는 '반짝' 거려 소유자에게 모종의 권위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블링블링하단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힘의 상징인 것이다.

둘째로, 블리자드조차 간접적으로 인정한 자부심의 상징이 다이아다. 소셜 네트워크를 하다 보면 가끔 <오버워치> 광고를 볼 수 있는데 이때 선전 문구가 '경쟁전에 참여해 다이아를 획득하라!'이다. 상식적으로 곰곰이 생각해보자. 왜 '브실골을 획득하라'도 아니고 '플래티넘을 획득하라'도 아닌 '다이아를 획득하라'겠는가. 다이아부터가 바로 천상계이다.

아무리 '노오력'해도 심해를 탈출할 수 없다?

 배치 경기 결과. 정말 억울하기 그지 없었다.

배치 경기 결과. 정말 억울하기 그지 없었다.ⓒ 블리자드 코리아


다이아도 초중반 구간에는 트롤러와 정치질이 난무하기 때문에 다이아 후반이나, 마스터 초반부터 천상계로 봐야 옳다는 의견도 있긴 하다. 시즌3를 2100점 골드로 마감한 심해 현지인의 눈높이에서는, 다이아에 일단 진입만 해도 좋을 것 같지만 말이다.

다이아부터 그랜드 마스터까지 올린 천상계 현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천상계도 사람 사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패작러'(일부러 지는 유저), '핵쟁이'(승부 조작용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를 자주 만나지만, 심해에서 느끼던 부류의 패배의식까지는 잘 느끼지 않는단다. 그만큼 마음에 안정이 생긴 것일 테다. 심해에서 살다 보니 사람들이 왜 죽을 둥 살 둘 애를 쓰며 좋은 동네에 살려고 하는지 비로소 이해가 됐다.

이 지긋지긋한 심해를 탈출할 한탕을 노려볼 만한 기회가 바로 새 시즌으로 넘어갈 때마다 치르는 배치 경기 10회다. 이 결과에 따라 티어가 달라질 수 있기에 이날만큼은 평소에 '즐겜'(즐기면서 게임), 막겜하던 유저들도 빡겜을 한다. 기자 역시 부푼 꿈을 안고 경쟁전을 뛰었다.

그리고 10경기 중 8경기를 이겼다. 시즌2 때는 6승 2무 2패로 플래티넘을 땄고, 시즌3 때는 5승 5패로 실버로 추락했고, 시즌 중 골드로 복귀했다. 그리고 시즌4 배치 경기에서 8경기를 이겼으니 최소한 플래티넘, 잘하면 다이아까지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뜨악!' 이게 웬일? 최종 티어 판정에서 또 골드가 떴다.

더 황당한 것은 시즌3을 2100점으로 마감했는데 2041점에서 시작하게 됐다. 기자는 "이건 말도 안 돼!"를 연발하며 블리자드의 판정에 강한 의구심을 품었다. 아무리 티어 판정이 지난 시즌 점수에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비슷한 실력의 유저들과 싸워서 8번을 이겼는데 또 같은 티어가 나오다니. 두 번 진 것도 트롤러를 만나서 이길 경기를 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경쟁전을 뛰다 보면 3~4경기 중 한 번은 트롤러를 만나기 마련 아닌가.


물론 기자는 탱커, 힐러가 주 챔프(영웅)이므로 딜러를 많이 하지 않아 판정을 조금 박하게 받을 수 있다. 딜러들이 처치, 준 피해, 임무기여 처치 등 메달을 많이 가져가기에 탱커, 힐러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탱, 힐은 어떤 팀이든 필수 캐릭터이다. 플래티넘은 정말 만 번 양보해 그렇다 쳐도 지난 시즌 2100점보다 하향해 2041점을 받다니 뭐가 한참 잘못됐어도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 억울했다.

<오버워치> 커뮤니티의 반응을 살펴보니 이런 황당한 일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도 마찬가지였단다. 인기 게임 채널 '롤큐'가 직접 실험까지 해본 영상도 있다. 이 영상의 제작자는 10번 중 한 번 비기고 연달아 9번을 이겼는데 골드에서 또 골드를 받았다. 1분 54초부터 보라. "말도 안 돼"를 연발하는 제작자의 분노를 느낄 수 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해도 이런 상황은 너무 비상식적이다. 배치 고사만 손꼽아 기다리며 심해 탈출을 염원하던 유저들의 실망이 클 터이다. '노오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탈조선이 가능하다는 믿음은 헬조선의 현실에서 거의 실현 불가능한 믿음이기에 가상 세계에서라도 투영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유토피아를 선취해야 할 게임 세계조차 이 믿음이 불발된다면 게임을 진지하게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지 회의가 들었다.

하지만 블리자드 측의 입장도 들어봐야 했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점수를 산정하는 것인지. 전화 연결을 수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전화기 너머에서는 "통화량이 많다"는 슬픈 자동응답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한편 <오버워치> 홈페이지 내 고객지원 문의 역시 "경쟁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고객지원팀에서 도움을 드릴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쓰여 있다.

자포자기한 기자는 오늘도 심해 골드 2100점대 구간에서 인기 없는 챔프인 토르비욘을 수비, 공격 안 가리고 마구마구 픽하며 마이웨이 즐겜 중이다. 팀원들의 절규를 즐기면서 비로소 어떻게 트롤러가 탄생하는지 그들의 마음이 조금은 수긍이 가기 시작했다. 한편 오늘도 SNS에서는 그랜드 마스터 친구가 경쟁전 대리 기사를 뛰며 50점당 3000원을 벌고 있다. 게임도 즐기고 돈도 벌고 정말 부럽다. (전) '머통령'님도 울고 갈 창조 경제다.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평범한 이들도 숙성된 '꿈'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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