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꾸제트> 영화 포스터

<내 이름은 꾸제트>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되는 작품이다. ⓒ (주)에이앤비픽쳐스


영화 <내 이름은 꾸제트>는 질 파리의 소설 <꾸제트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삼는다. 소설을 읽은 클로드 바라스 감독은 "삶은 언제나 배울 것으로 가득하다"는 메시지에 공감하며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원작 소설이 세상에 한 걸음씩 나아가는 꾸제트를 통해 어린이를 위해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를 성인들에게 말한다면, 영화는 어른뿐만이 아니라 아이들까지 보고 공감하는 내용이라고 감독은 설명한다. 그는 <워터 릴리스> <톰보이> <걸후드>를 연출한 셀린 시아마 감독과 시나리오를 작업하면서 원작 소설이 가진 메시지를 중심으로 캐릭터들의 유머와 감성을 균형 있게 유지하되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이 세심하게 표현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힌다.

고아 꾸제트의 우울함

<내 이름은 꾸제트> 영화의 한 장면

<내 이름은 꾸제트> 속 꾸제트의 사연은, 특별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의 문제로 확장된다. ⓒ (주)에이앤비픽쳐스


<내 이름은 꾸제트>는 사고로 엄마를 잃고 보육원에 보내진 꾸제트가 각각의 사연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의 술주정 소리를 들으면서 다락방에서 연을 날리는, 죽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꾸제트의 얼굴은 보통의 어린이 영화, 이를테면 <꼬마 니콜라>가 보여주는 천진난만함과 거리가 멀다.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된 꾸제트에겐 파란색 머리 색깔처럼 우울함이 가득하다. 슬픈 정서와 스톱 모션이란 방식 때문에 <크리스마스의 악몽> <유령 신부>로 대표되는 팀 버튼의 어두운 동화를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꾸제트의 일상은 동화의 색채보단 현실의 풍경과 어울린다. <내 이름은 꾸제트>의 외로움은 <400번의 구타> <피쉬 탱크>에 가깝다.

<내 이름은 꾸제트>는 애니메이션과 가족 영화에서 다루기 힘든 부분을 건드리며 현실의 문을 두드린다.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은 부모가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거나, 외국으로 추방당해서 왔다. 어떤 아이는 폭력에 시달렸다. 아빠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강박신경증에 시달리는 아이도 있다.

보육원 아이들은 편견과 힘겹게 싸운다. 스키장에 놀러 간 장면에서 꾸제트의 친구는 어떤 아이의 고글을 구경하다 부모에게 도둑 취급을 당한다.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꾸제트와 친구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볼 땐 마음이 아린다. 그렇게 영화는 쉽지 않은 소재를 끄집어내며 프랑스의 현실, 나아가 지구촌에 보편적으로 해당하는 문제점을 언급한다.

스톱 모션 기법의 힘

 <내 이름은 꾸제트>는 스톱 모션 기법을 매우 잘 활용한 작품이다.

<내 이름은 꾸제트>는 스톱 모션 기법을 매우 잘 활용한 작품이다. ⓒ (주)에이앤비픽쳐스


스톱 모션 기법은 현실을 묘사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담당한다. 아마 <내 이름은 꾸제트>는 실사로 만들어졌다면 지나치게 무거웠을 것이고, CG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면 깊이가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54개의 인형과 60개의 세트장을 제작해 1년 6개월 동안 스톱 모션으로 제작한 <내 이름은 꾸제트>는 특유의 질감으로 현실감과 무게감을 빚어낸다. 이것은 여전히 스톱 모션 영화가 만들어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꾸제트는 엄마가 남긴 빈 맥주캔과 자신이 만든 연에 집착한다. 맥주캔은 엄마를 향한 사랑을 의미하고,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연에는 그리움이 담겨있다. 슬픔에 갇혀있던 꾸제트는 보육원의 친구들, 선생님, 자기를 도와주는 경찰 아저씨와 공동체 또는 대체 가족을 형성하며 마음의 먹구름을 서서히 걷어낸다. 어느 순간 그의 옆엔 맥주캔은 사라지고 연의 그림은 친구들의 사진으로 바뀐다.

영화의 돋보이는 점은 이런 성장을 꾸제트에게 한정하지 않고, 친구들, 선생님, 경찰 아저씨에게 골고루 관심을 쏟으며 모두의 성장담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에 있다. 영화는 외친다. 지금의 슬픔이 힘들지라도 그것이 삶 전부는 아니라고. 옆에 있는 가족과 친구를 믿으라고. 툴툴 털고서 다시 날아오르라고.

내 이름은 꾸제트 클로드 바라스 가스파 츨라테르 시스틴 무하 폴린 자쿠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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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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