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 베를린국제영화제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됐지 뭐가 중요해?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고, 필요하면 감독들이 알아서 쓸 텐데."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 배우에 대한 한 원로영화인의 반응이다.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이라는 쾌거에도 불구하고 홍상수 감독과의 관계로 인해 축하와 함께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으나, 충무로 영화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습이다.

보수적인 원로영화인들도 다르지 않다. 사생활에 대한 대중들의 비난이 있으나 배우 활동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대세다. 홍상수 감독과의 애정관계가 배우 생활에 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일부 매체 등의 추측 섞인 시선과는 온도차가 크다.

충무로의 한 원로 영화인은 "연기 잘하는 배우를 감독들이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대중적인 상업영화는 아니지 않냐"며 "이 정도 일 가지고 배우의 활동에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리어 배우로서의 연기 폭이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62년 간통죄로 구속됐던 최무룡-김지미

 1962년. 최무룡-김지미 구속 간통죄 구속에 대한 당신 언론보도(출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962년. 최무룡-김지미 구속 간통죄 구속에 대한 당신 언론보도(출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 경향신문


충무로 영화계의 이런 인식은 이미 비슷한 사례가 몇 번 되풀이 된 데 있다. 대표적인 게 62년 당대의 스타배우였던 '최무룡-김지미 간통 사건이었다. 당시 최무룡의 부인이었던 강효실은 아들 최민수를 낳자마자 열흘 만에 두 사람의 관계를 확인했다. 결국 두 배우는 간통죄로 구속되며 실정법을 위반한 범법자가 됐다. 지금보다 더 보수적이었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 더구나 출산한 부인을 두고 '불륜'을 저질렀으니 파문은 상당히 컸다.

김지미가 자신의 집을 팔아 이혼 소송에 들어간 최무룡의 위자료를 대신 내주면서 일단락됐지만 이후 이들의 배우활동에 큰 장애가 생기지는 않았다. 딱히 영화 출연에 제약을 받지도 않았다. 배우로서 국내외 영화상을 수상하기 시작한 것도 그 후 시간이 지나서였다.

당시 김지미를 캐스팅했던 충무로의 한 원로감독은 "간통죄로 구속됐다 나온 이후 더 적극적으로 영화에 출연을 시켰다"며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배우의 사적인 문제가 영화 흥행에 큰 지장을 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70년대 이만희 감독과 배우 문숙의 러브스토리는 또 다른 예다. 23살 차이를 극복하고 비밀리에 결혼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이만희 감독이 요절하면서 1년 만에 끝났다. 문숙은 이후 홀연히 미국으로 이민갔고 지난 2015년 이만희 감독 40주년 특별전 행사가 열렸을 당시 40년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는 이만희 감독의 딸인 배우 이혜영도 함께했다.

충무로의 몇몇 원로영화인들은 문숙이 이혜영 배우와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원로감독은 "당시 이만희 감독이 가정을 등지고 문숙을 택하면서 아버지의 부재로 이혜영 배우가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그런 관계에 있던 사람들이 만났다니 둘 다 대단하다는 것이 원로영화인들의 반응이었다.

문숙과 이혜영은 한 영화시사회에 참석해 강수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함께 셋이 나란히 포토월에 서기도 했다. 문숙은 최근 TV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며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뒤늦게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는 배우다'

 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

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 ⓒ 베를린국제영화제


지난해 8월 열린 '디렉터스 컷 어워즈'에서 시상자로 나온 이현승 감독은 여자연기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민희를 향해 "민희야 감독들은 너를 사랑한단다"는 말로 배우를 향한 감독들의 애정을 나타냈다. 당시 시상식에 김민희는 불참했지만 한층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 김민희를 향한 감독들의 러브콜로 이해됐다.

대중들의 비난 목소리가 있다고 해도 배우 김민희 연기 활동에 있어 사생활 문제가 큰 장애가 되지는 않을 듯하다. '배우는 배우다'가 충무로의 정서인 것이다.

한편 해외 주요 영화제 수상자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관례적으로 열어주던 축하연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훈장 수여는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22일 "축하연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면서 "수상을 축하하는 축전을 보냈고, 전례에 따라 훈장 수여 등은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칸 영화제에서  <밀양>이, 베니스영화제에서 <피에타>가 수상했을 때는 문체부 차원에서 장관이 수상자와 영화계 인사들을 초청해 축하연을 개최했다.

김민희 베를린국제영하제 밤의 해변에서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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