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지성은 연말 시상식에서 연기대상을 받았다. <킬미힐미>에서 다중인격 장애를 가진 주인공으로 분한 지성은 무려 7개의 인격을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7개의 캐릭터를 한 작품 안에서 모두 다른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것은 지성이 가진 연기의 내공을 확실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킬미힐미>는 2015년 1월에 시작해 3월에 종영한 드라마로 연초에 방영된 드라마였다. 으레 연초에 시작된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는 연기대상을 받는데 있어 불리하다. 방송사에서는 화제성이 높은 톱스타의 흥행작이나 연말에 방영 중인 작품 중에서 연기대상을 주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킬미힐미>는 같은 시간대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10% 초반대의 시청률로 엄청난 흥행작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지성 역시 화제성이 높은 스타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성의 연기는 연기대상감으로 손색이 없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였다. 지성의 대상은 당연한 결과였고 지성은 <킬미힐미>로 연기파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지지를 받았다.

<피고인>에서도 빛을 발하는 지성의 연기

 <피고인>의 지성은 또 한 번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피고인>의 지성은 또 한 번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 SBS


최근 방영되는 <피고인> 역시 연초인 1월 23일에 방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곧 같은 시간대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시청률 20%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로맨스에 집중하지 않은 데다가 장르물인 드라마가 이 정도의 성과를 보인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다.

<피고인>은 딸과 아내를 죽인 범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검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누명을 쓰고 기억까지 잃어버린 주인공은 점차 궁지에 몰리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끌어낸다. 그러나 사건이 휘몰아치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것도 잠시, 드라마는 매회 비슷한 스토리를 반복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주인공 박정우(지성 분)은 죄를 뒤집어쓰고 결국 교도소에 들어간다. 박정우는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다. 끝나기 5분 전에야 휘몰아치듯 새로운 반전이나 증거가 쏟아져나오지만 그다음 회에는 다시금 같은 구성을 반복한다. 답답하다는 뜻의 '고구마 드라마'라는 오명을 얻은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이 드라마를 살리는 것은 스토리를 뛰어넘어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장인물들의 연기다. 특히 박정우와 차민호(엄기준 분)의 대결은 드라마의 긴장감을 가장 크게 불어넣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지성은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에서부터 가족을 잃고 상심하는 연기, 죄를 뒤집어쓰고 두려워하거나 결국에는 분노하는 연기, 상대방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는 연기까지 자유자재로 해내며 또 한 번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입증했다.

실제 그 사람이 된 듯 동화된 연기는 시청자들의 감정까지 움직이는 가장 주효한 볼거리다. 여기에 엄기준이 소화해 내는 악역 역시 이에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발휘해 지성과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보는 듯하다. 날카롭게 부딪치는 두 사람의 감정의 파도는 탄사가 나올 정도로 훌륭하다. 드라마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답답함도 두 사람의 연기로 어느 정도 상쇄될 정도라면 그 둘의 연기에 이견을 제시하기는 힘들다. 시청률을 끌어 올린 것 역시 연기자들의 공이 컸다. 2회가 연장된 상황에서 지금도 답답한 드라마의 전개가 우려스러운 속에서도 연기자들의 호연을 기대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연기로 작품을 돋보이게 만든다는 것

 연기자들의 호연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드라마 <피고인>

연기자들의 호연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드라마 <피고인> ⓒ SBS


지성은 벌써 연말 연기대상을 다시 한번 기대해 볼 만한 배우로 꼽히고 있다. 감정의 진폭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이만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주목받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2015년 지성이 연기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누리꾼 투표'의 힘이 컸다. 그동안 공동 대상 논란, 객관성 부족으로 수차례 비난을 당했던 MBC 측이 연기대상을 누리꾼 투표 방식으로 바꾸면서 연초에 연기했던 지성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연말까지 지성이 보여주었던 충격적인 연기를 잊지 못하고 연말에도 그에게 기꺼이 한 표를 행사했다. 그러나 방송사의 이익이나 평가가 수상결과에 겹쳐졌다면 그런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피고인>을 방영하는 SBS는 네티즌 투표로 연기대상을 주지 않는다. <피고인>이 흥행작 반열에 오르기는 했지만, 연말 상황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 연기대상의 결과다. 공정성으로 따지자면 지성이 받아도 손색이 없지만, 방송사의 이익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연기대상의 결과에 상관없이 지성의 뛰어난 연기력만큼은 연기대상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는 것만큼은 <피고인>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이미 연기 대상 이야기가 나온 것만으로도 지성의 연기력은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좋은 연기자의 좋은 연기가 어떻게 작품을 더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지 <피고인>의 지성은 증명해 내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피고인 지성 엄기준 연기대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