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앤서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 펠리컨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NBA 최고의 엘리트 빅맨이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4년 스페인 농구 월드컵에서 우승멤버로 활약했고 2014년부터 4년 연속 올스타전에 초대받았다. 이번 시즌에도 평균 27.7득점 12리바운드 2.5블록슛을 기록하며 올스타 레벨을 넘어 MVP 레벨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런 데이비스에게도 딱 하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유독 잦은 부상으로 인한 건강하지 못한 몸이다. 데이비스는 프로 데뷔 후 4번의 시즌을 겪으면서 한 번도 70경기 이상 출전한 적이 없다. 가뜩이나 데이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뉴올리언스에서 데이비스의 결장은 현저한 경기력 저하를 의미한다(다행히 이번 시즌엔 단 4경기만 결장하고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다).

종목을 막론하고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건강은 언제나 구단과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마련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아파서 경기에 나설 수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KBO리그의 KIA 타이거즈에도 부상 문제로 항상 팬들의 애를 태우는 선수가 있다. 작년 시즌 건강한 시즌을 보낸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타자인지 증명한 외야수 김주찬이 그 주인공이다.

거액 받고 KIA 이적했지만 3년 동안 155경기 결장

서울 충암고 출신의 김주찬은 고교 시절 강견을 가진 호타준족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5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은 김주찬은 프로 입단 1년 만에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트레이드 상대는 선수협 파동으로 인해 구단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거인군단의 4번 타자 마해영(은퇴)이었다.

김주찬은 롯데 이적 첫해 3할대 타율(규정타석 미달)과 29도루를 기록했지만 타격 재능을 살리기 위해 외야수로 변신한 2002년 이후 방망이가 급격히 식어 버렸다. 2004년 병역 비리에 연루된 김주찬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07시즌 타율 .261 22도루를 기록하며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강민호, 박기혁(kt 위즈) 등 많은 롯데 선수들이 그렇듯 김주찬도 2008년 비로소 꼭꼭 숨겨둔 잠재력을 터트렸다.

2008년 타율 .313 1홈런 42타점 75득점 32도루를 기록한 김주찬은 2009년에도 타율 .310 7홈런 51타점 77득점 34도루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2010년엔 타율이 .276로 하락했지만 65도루를 기록하면서 '슈퍼소닉' 이대형(kt)과 치열한 도루왕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주찬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평균 125.2개의 안타와 37.6개의 도루를 기록했는데 롯데는 이 기간 동안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12 시즌을 마치고 FA자격을 얻은 김주찬은 4년 50억 원의 조건으로 KIA와 FA계약을 체결했다. 김주찬은 이적 첫 경기였던 2013년 개막전부터 4타수 2안타 3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KIA의 투자가 옳았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단 4경기 만에 투수가 던진 공에 손목을 맞아 척골 골절로 수술을 받았다. 결국 김주찬은 2013시즌 47경기밖에 나서지 못하고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김주찬은 롯데 시절 폭발적인 주루플레이를 자랑하던 선수였지만 KIA 이적 후에는 중장거리 타자로 변신했다. 아무래도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만큼 과거와 같은 도루 시도는 무리라 판단한 모양이다. 김주찬은 2014년 9개, 2015년 18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이 부쩍 늘어났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라며 풀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KIA는 김주찬과 함께 한 3년 동안 한 번도 가을야구에 참가하지 못했다.

타율 .346 23홈런 101타점, 건강한 김주찬의 클라스

2016년은 김주찬과 KIA의 FA계약 마지막 시즌이었다. 물론 2013년 부상으로 시즌을 망치면서 FA재취득은 1년 밀렸지만 2016년마저 부상에 허덕인다면 KIA의 김주찬 영입은 실패로 돌아가는 셈이다. 김주찬은 남다른 각오로 시즌을 준비했고 작년 시즌 드디어 '건강한 김주찬'이 어떤 레벨의 선수인지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김주찬은 작년 시즌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346 177안타 23홈런 101타점 97득점을 기록하며 도루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4월 15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는 통산 19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는데 이는 해태 시절을 포함해 타이거즈 역사에서 처음 나온 기록이다. 김주찬은 득점권에서 무려 .421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NC다이노스의 박민우(.434)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비록 도루는 9개에 그치며 2년 연속 한 자릿 수 도루를 기록했지만 20홈런 100타점을 채우고 4할대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는 선수에게 도루까지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이다. 소속팀 KIA 역시 김주찬의 활약으로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받을 수 있었다. 입단 17년 만에 생애 첫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김주찬은 2017년 6억 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그야말로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2016년을 보내며 자신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완벽하게 지워내는 데 성공했다.

KIA는 오프 시즌 KBO리그 최고의 타자 최형우를 영입했다. 이는 곧 김주찬의 포지션 변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타격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김주찬이 우익수로 가고 김주형이 1루, 나지완이 지명타자로 활약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물론 김주찬을 1루로 보내고 수비가 좋은 노수광이나 김호령을 우익수로 이동시켜 안정적인 운용을 꾀할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2017년엔 새로운 포지션에 서는 김주찬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김주찬은 KIA 유니폼을 입은 후 지난 4년 동안 크고 작은 부상으로 총 169경기에 결장했다. 하지만 김주찬은 KIA 유니폼을 입고 지난 4년 동안 한 번도 3할 타율을 놓친 적이 없다. KIA 이적 후의 평균 타율은 무려 .337에 달한다. KIA 팬들이 김주찬의 부상 소식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도 김주찬이 건강을 유지한다면 KIA는 지난겨울 투자의 결실을 맺는데 더욱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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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김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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