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2017년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료했다. 삼성은 17일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의 영입을 발표했다.

러프는 키 192㎝, 체중 105㎏의 체격 조건을 지닌 우투우타 내야수다.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LA다저스 등에서 5년간 활약하며 통산 286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2할 4푼, 35홈런, 2루타 35개, 96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주로 백업 1루수로 활약했지만 2013년과 2015년에는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마이너리그에선 통산 8시즌 동안 타율 0.295, 95홈런, 414타점을 기록했다. 삼성은 러프를 영입하는데 총액 110만 달러의 조건에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삼성은 앤서니 레나도와 재크 패트릭, 타자 러프까지 외국인 선수 엔트리 3인을 모두 채우며 올 시즌 전력보강을 완료했다. 삼성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진용을 KBO리그 경험이 있는 새로운 얼굴들로 완전히 물갈이했다.

삼성은 지난해 외국인 선수 농사에서 역대 최악의 흉작을 경험한 바 있다. 내야수 아롬 발디리스와 투수 콜린 벨레스터, 앨런 웹스터로 시즌을 시작한 삼성은 투수 2명을 모두 중간에 바꿔야 했고, 시즌 중간에 합류한 아놀드 레온, 요한 플란데까지 덩달아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6시즌 외국인 투수 4명이 모두 합작한 승수는 총 6승에 불과했다. 유일한 타자인 발디리스는 거듭되는 부상에 발목이 잡혀 44경기 출전에 그쳤고, 지난해 8월 일찌감치 전력에서 제외되며 성적도 타율 2할 6푼 6리-8홈런-33타점으로 처참했다.

최근 KBO리그 성적은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과 거의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상위권 성적을 기록한 두산, NC, LG 등의 성공에는 모두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다. 삼성 역시 2015년까지 정규리그 5연패-한국시리즈 4연패의 장기집권을 이어갈 동안에는 외국인 선수들 역시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동반 부진과 함께 9위라는 창단 이래 최악의 순위에 그쳤다. 류중일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김한수 신임감독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물론 외국인 선수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들의 동반 부진이 지난해 삼성 부진의 가장 결정적인 빌미가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삼성은 2017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영입에 어느 때보다 공을 들였다. 가장 먼저 영입한 우완 레나도는 204cm-108kg의 좋은 체격을 지닌 장신의 우완 정통파 투수이자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이다. 2010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았고, 2013년까지만 해도 팀 내 최고 수준의 유망주로 항상 거론되던 선수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 시즌을 보냈고, 보스턴에서 텍사스로, 텍사스에서 다시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옮겼다. 통산 20경기(14선발) 86이닝, 5승 5패, 평균자책점 7.01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24경기에 등판하여 49승 30패, 평균자책점 3.61, WHIP 1.25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장신의 우완 정통파 강속구 투수라는 점에서 삼성에서 활약한 릭 밴덴헐크와 비교될 만하다. 미국 시절 레나도의 평균 구속은 147~8Km 정도로 빅리그에서는 일반적인 수준이지만, KBO리그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지는 데다 장신에서 오는 포심 패스트볼은 타자에게 위압감을 주기 충분할 전망이다. 삼성은 레나도에게 다음 시즌 1선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패트릭 역시 키 191㎝, 몸무게 88㎏의 좋은 신체조건을 갖춘 우완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부상 등 불운이 겹치며 끝내 데뷔하지 못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4시즌 간 통산 성적은 102경기(선발 71경기)에서 28승 16패, 방어율 3.50으로 활약했다. 2015년에는 일본으로 진출하여 아시아 무대 경험도 있다. 요코하마에서는 15경기에 3승 2패, 방어율 5.51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시즌 후 방출되어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패트릭은 이닝 소화력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선발과 마무리를 두루 넘나든 경험과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타자를 맞춰 잡는 땅볼유도형 투수로 분류되고 있다.

비교적 순탄하게 마무리된 외국인 투수들과 달리, 타자 영입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삼성은 2015년 이미 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야미이코 나바로의 복귀설이 거론되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나바로는 일본에서도 지적된 불성실한 훈련 태도와 인성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최근에는 메이저리그와 일본에서 뛰었던 마우로 고메즈의 영입이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한국에서의 메디컬 테스트를 거부하면서 역시 계약이 불발됐다.

이로써 지난해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지만, 다행히 빠른 시간에 러프의 영입을 확정 지으며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료할 수 있었다. 러프는 현역 메이저리거로서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장타력을 인정받은 자원으로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 라이온즈파크에서의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러프는 다저스에서는 백업 내야수 역할을 벗어나기 어려운 사정상 빅리그보다 안정적인 출전기회와 2배 가까이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KBO 리그 행을 대안으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러프를 다음 시즌 4번 타자로 중용하며 기아로 떠난 최형우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삼성의 다음 시즌 중심타선 구성 구자욱-러프-이승엽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팀 사정에 따라 러프가 외야수 한 자리로 기용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삼성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 3명 영입에 총 260만 달러(약 29억 8000만 원)를 들였다. 레나도105만 달러, 패트릭이 45만 달러를 받는다. 지난해 교체 선수까지 외국인 선수 5인에게 들인 몸값은 310만 달러였다. 삼성이 제일기획 이관 이후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 시즌에는 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인 셈이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3인방이 올해는 삼성의 외인 흉작 악몽을 청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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