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 나 유아인이야! 배우 유아인이 3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52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팬들을 향해 손인사를 하고 있다.

배우 유아인의 이름이 최근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열린 백상예술대상에 참석했을 당시 모습.ⓒ 이정민


"아, 진짜 미안하다. 욕만 싸질렀는데…."
"성급히 뭐라고 해서 미안하다. 근데 골종양인 거 알기 전에는 그냥 안 가려는 줄 알았어. 한국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ㅠㅠ"


최초 보도가 나온 이후 포털사이트 댓글에는 누리꾼들의 반성이 쏟아졌다. 배우 유아인의 골낭종(골종양) 소식이 알려진 직후다. 그간 입대를 두고 일관된 입장을 밝혔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는 그를 두고 알게 모르게 욕하던 이들 상당수가 '고해성사'를 했다. 해당 기사엔 16일 현재 50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골낭종에 빗장뼈 완전 골절' 사실까지 보도됐다(물론 왜 암이 아니면서 암을 연상케 하는 단어를 썼냐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왠지 모르게 이런 반응이 불편하다. 물론 반성의 태도는 응당 필요하다. 전후 사정을 모른 채 심하게는 한 연예인의 인격을 모독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으니 말이다.

유아인의 소통법

 영화 <베테랑>에서 부패한 재벌 3세 '조태오'로 분해 열연했던 유아인.

영화 <베테랑>에서 부패한 재벌 3세 '조태오'로 분해 열연했던 유아인.ⓒ CJ 엔터테인먼트


이런 비난엔 연예인을 바라보는 대중의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작용한다. 여전히 토론거리가 될 만한 '연예인은 과연 공인인가'라는 주제부터,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니 비난 또한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 등까지다. 연예인에 대한 비난은 곧 그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정도에 비례한다. 팬층이 두텁고, 크게 사랑받을수록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유아인은 입대 문제가 걸려있다. 건장한 한국 남자 청년이 적당한 때가 되면 국가적 의무를 수행하는 게 한국 사회에선 응당 상식이다. 그의 나이가 벌써 서른 둘. 공개적으로 입대 의사를 밝혀왔기에, 지금까지 활동하는 모습이 대중 입장에선 의아할 만했다.

논란은 여기까지여야 한다. 모병이 아닌 징병제를 택한 이상 대한민국 남성은 병역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기준에 맞게 병역 의무를 지면 된다. 개인이 입대에 영향을 줄만한 관련 사실을 세상에 널리 알릴 필요가 없을 뿐더러, 타인이 또 다른 개인에게 그것에 대한 가치평가를 하는 것도 이상하다.

다만 그 대상이 공인이라면 얘긴 좀 달라진다. 여기서 말하는 '공인'(public figure)은 '국가와 사회와 관계된 공적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생활하며,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업무와 결정권을 갖고 있기에 국가적 의무는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렇기에 개인권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법적 보호를 덜 받게 된다.

  지난 10월 21일, 배우 유아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태극기를 배경으로 서 있는 사진을 올렸다.

지난 2016년 10월 21일, 배우 유아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태극기를 배경으로 서 있는 사진을 올렸다.ⓒ @hongsick


연예인을 공인으로 분류한 판례가 있긴 하지만 연예인은 위 기준대로 하면 공인이 아니다. 오히려 '유명인'(celebrity)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적절한 매체를 통해 선보이며 대중과 소통하는 사람들, 다시 말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명세가 쌓인 시민이다.

유아인이 유독 대중에게 설왕설래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그의 소통법에 있어 보인다. 꽤 오래전부터 그는 각종 SNS를 통해 본인의 소신을 공개적으로 밝히길 주저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시원했을 그 발언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불편하게 여겨졌을 터. 2012년 대선 당시나 몇몇 정치 이슈에서 누리꾼들에게 분노를 표하는 발언으로 유아인 역시 꽤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통해 만난 유아인은 SNS의 긍정적 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자에게도 "SNS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창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애써 대중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담긴 'seek'이란 단어에 대해 그는 "씩씩하게 뭔가를 찾는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는데 여기서도 그의 소통에 대한 남다른 자세를 읽어낼 수 있다. 전과 달리 SNS 사용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마련한듯 보이기도 했다. 적어도 감정의 배설이 아닌 공유 차원으로 한 단계 나아간 듯 보인다.

온전한 평가법

'백상' 나 유아인이야! 배우 유아인이 3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52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도치 않게 대중들은 유아인의 뼛속상태에 대해 알게 되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알 권리'이고 '뉴스'였을까. 배우 유아인이 지난 2016년 6월 3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52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연예인은 자신이 내놓는 콘텐츠로 온전히 평가받음이 옳다. 청춘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한 유아인이 만약 자신의 스타성에 안주하며 틀을 깨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금세 도태됐을 것이다. 어느 시점부터 유아인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6), <완득이>(2011), <사도>(2014) 등에서 흔들리는 청년의 감성을 치열하게 표현하며 보폭을 넓혔고, 연기력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사실 이런 사례는 꽤 있다. 영화 <비트>(1996)로 청춘의 아이콘이 된 정우성은 충분히 비슷한 이미지를 활용한 작품을 이어갈 수 있었으나 <모텔 선인장>(1997) 택하며 당시로썬 파격적인 멜로 감성을 연기했다.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건데 이 기조가 이어져 최근 영화 <아수라>(2016), <더 킹>(2017)으로 악한의 면모를 보이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유아인에 대한 대중적 질타는 어쩌면 약과일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우린 유독 여성, 그것도 젊은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과한 반응을 실컷 보아왔다. 이들은 팬과의 소통과정에서 '건방지다'라는 소릴 듣기도 한다. 말투 하나하나에서까지 건방짐을 읽는 익명을 가장한 대중은 이들 연예인에게 굉장히 섬세하며 예민하다.

16일 저녁 유아인은 이례적으로 장문의 글을 통해 이틀간 이어져왔던 대중의 반응에 대해 충실하게 반응했다. 그간의 병증 경과를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다시 한번 군복무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의 글 일부를 옮겨본다.

"제 건강상의 문제와 병역의무 이행의 연기 사유를 명백히 밝히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병무청의 답변에 따르면 현행 병무법은 만 36세 이하의 남성을 군 복무 가능 대상자로 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부상 및 질환 부위에 대한 경과 관찰과 재활치료를 병행하며 일상생활을 큰 문제 없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골절의 부상은 자연스럽게 치유될 것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골종양의 비정상적인 발육이 추가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병역의무 이행이 충분히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략)

일부 특권층과 유명인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생한 병역 기피 사례를 지켜본 대한민국 국민들의 환멸을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환과 부주의한 자기 관리로 인해 지속적이고 추가적으로 발생한 건강상의 문제를 여러분에게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못한 저의 불찰이 많은 분의 걱정을 심화시키고 군 문제에 예민한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논란의 확산을 부추기는 촉매가 되었다는 점에 큰 안타까움을 느끼며 애정과 관심으로 저의 행보를 지켜봐 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이 글에서 주목할 건 설명에서 더 나아가 '사죄'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는 점이다. 그 스스로 이번 사안이 꽤 가볍지 않음을 잘 감지하고 있는 셈이다. 현존했던 국내의 수많은 공인에게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윤리 감수성이다. 그의 해명에 수긍만 할 게 아니라 현역 정치인 등의 공인은 여기서 그의 태도를 배워야 할 일이다. 대중들 역시 그간 유아인에게 적용했던 각종 예민한 기준을 그 공인들에게 적용해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미없는 상상'마저 든다.

본의 아니게 어제오늘 우린 다 함께 유아인의 뼛속 상태까지 알게 됐다. 속이 시원한가? 진짜 알아야 할 것에선 정작 모두가 고개를 돌리고 있진 않은지 유아인의 반성에서 우리가 반성해 볼 일이다.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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