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루 벨벳>

영화 <블루 벨벳>ⓒ (주)유로커뮤니케이션 영화사업본부


<블루 벨벳>의 감독 데이빗 린치는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감독임과 동시에, 현존하는 거장들 중 가장 문제작들을 많이 거느린 1인이 아닌가 싶다. 시네필들은 그를 컬트 영화의 제왕으로 추대하기도 한다. 그의 첫 장편인 <이레이저 헤드> 같은 작품은 지금도 컬트 영화의 전설로 회자된다. 그럼에도 한국의 관객들에게는 <로스트 하이웨이> <멀홀랜드 드라이브> <광란의 사랑> 그리고 이 지면으로 소개할 <블루 벨벳> 같은 작품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을 것이다. <블루 벨벳>은 데이빗 린치가 현재의 위상을 갖게 한 초기작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작년에 재개봉 한 <블루 벨벳>은 1986년에 개봉되었던 작품이고, 데이빗 린치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가학적인 성 묘사와 폭력성, 줄거리의 난해함때문에 개봉 당시에는 평단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했고 흥행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출연배우인 카일 맥라클랜이나 이사벨라 롯셀리니, 로라 던 같은 남녀 주연배우들도 지금은 유명한 배우들이지만 당시에는 광고모델이나 하이틴 스타 정도의, 영화적인 커리어가 거의 없던 배우들이라서 영화 자체의 흥행 포인트는 없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영화에 대해서 어떤 비평가들은 영화의 영상미나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혹평이 조금 더 많았고, 영화 평론가 로저 이버트(Roger Ebert)는 데이빗 린치를 두고 '여성혐오증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라고 말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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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루 벨벳>ⓒ (주)유로커뮤니케이션 영화사업본부


할리우드에서 떠돌던 스크립트를 영화화하다

<블루벨벳>은 '럼버튼'이라는 미국의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제프리(카일 맥라클랜)는 집 근처 숲 속을 거닐던 중 사람의 잘린 귀를 발견한다. 그는 귀를 형사에게 가져다 주고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용의자로 재즈 클럽가수인 도로시(이사벨라 롯셀리니)를 지목한다.

제프리는 호기심이 발동해 그녀의 아파트 안에 몰래 잠입해 그녀의 일상을 엿보게 되고 그러던 중 도로시가 범죄자인 프랭크(데니스 하퍼)에게 아들과 남편을 인질로 빼앗기고 성적으로 학대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갖은 고생을 해서 아파트를 나온 제프리는 결국 도로시가 아들을 찾게끔 도와준다. 남편을 프랭크에게 잃기는 하지만, 모자는 우여곡절 끝에 상봉하게 되고, 영화는 (나름)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다. 

<블루 벨벳>은 1970년대 초반부터 할리우드에서 오랫동안 '떠돌아 다니던' 스크립트였다. 이야기가 가진 폭력성과 성적인 표현 때문에 영화사들이 제작하기를 꺼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던 중 워낙 독특한 취향을 가진 데이빗 린치의 눈에 띈 것이다. 결국 당시 할리우드의 큰 손으로 알려진 제작자 디노 드 로렌티스(Dino De Laurentis)가 소유한 제작사를 직접 찾아가서 설득한 끝에 만들게 되었다.

완성 후에도 영화사의 자체 검열을 피하지는 못했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잘려나갔는데, 예를 들어, 도로시의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강간 시퀀스–혹은 강제 성행위 시퀀스– 에서 프랭크가 도로시를 때리는 장면은 등급 심사를 위해 제작사에서 자체 편집하고 대신 이 신들을 제프리의 시점 쇼트으로 처리함으로서 수위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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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루 벨벳>ⓒ (주)유로커뮤니케이션 영화사업본부


영화를 읽으려면 정신분석학을 이용하라

<블루 벨벳>은 영화 수업에서 텍스트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화들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영화를 읽어내는 이론적인 접근으로 영화학자들은 정신분석학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악당인 프랭크가 도로시를 학대하며 '엄마'라고 부르거나 혹은 본인을 '아기'라고 지칭하는 것을 오이디푸스 신드롬, 즉 남성의 유아기적인 성적 착란의 징후로 읽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본인보다 훨씬 연상인 도로시를 보며 관음증적인 쾌감을 느끼고 이를 여자친구인 샌디에게 투영하는 제프리의 욕망도 같은 맥락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빗 린치 감독이 정신분석학적인 테마나 주제를 의도적으로 차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본인이 인터뷰에서 그렇지 않다고 몇 차례 주장한 바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경향이 지속적으로 그의 작품들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후에 감독한 <로스트 하이웨이>나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등장하는 '도플갱어', 즉 하나의 인물이 두 개의 자아로 갈라지는 설정이나 캐릭터들의 무의식이나 꿈이 현실과 교차하는 설정들은 정신분석학적인 의미의 자아/초자아(ego vs. super ego)의 영화적 재현으로 봐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영화 <블루 벨벳>

영화 <블루 벨벳>ⓒ (주)유로커뮤니케이션 영화사업본부


시각적 기괴함, 왜 푸른색에 집착하나

<블루벨벳>은 영화의 줄거리나 캐릭터들의 기괴함으로도 파격적이지만 시각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시각적인 면은 단순한 기괴함을 초월하는 면이 있다.

예를 들어 <블루 벨벳>의 주제, 즉, 럼버톤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한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가 상징적으로 압축하여 보여준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제프리의 아버지가 잔디 밭에 물을 주다가 발작을 일으키면서 쓰러지는데 이 때 카메라는 잔디에 누워있는 아버지의 머리를 훑고 지나가다가 잔디밭 내부로 들어간다. 그리고 벌레들이 잔디밭 안에서 집단적으로 '서식'하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클로즈 업을 보여준다. 이 쇼트에서 벌레들의 소리 역시 극대화 된다. 이 시퀀스 바로 직후에 등장하는 장면은 웰컴 투 럼버톤이라는 마을 입간판의 전경 쇼트다. 겉으로 보아서 아무렇지도 않은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을 토대로, 인간의 추악한 내부를 들여다보는 영화의 그랜드 테마(대주제)를 시각적으로 은유하고, 축약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시각적 요소는 색의 사용이다. 린치의 작품에서 파란색이 자주 쓰이는데 미스터리를 상징할 때가 많다. 물론 <블루 벨벳>의 경우 바비 빈튼의 동명의 노래 제목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긴 하지만, 린치의 영화에서는 영화가 다루는 사건의 표면, 혹은 그 키가 되는 인물에게 파란색을 부여한다. <블루 벨벳>에서는 영화가 다루고 있는 미스터리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도로시가 제목처럼 벨벳으로 된 파란색 가운을 입고 등장하고,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는 우연히 찾게 되는 파란색 열쇠가 미스터리에 접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신화적인 컨텍스트에서 파란색은 악마의 피 색으로 알려져 있고 대중 문화에서는 그런 신화적인 레퍼런스를 빈번히 차용 해왔다. 악마를 다룬 영화들 <Devil in a Blue Dress>(블루 데블)에서 악마가 파란 색 수트를 입고 등장하거나, <Devil's Advocate>(악마의 변호사)에서 변호사의 부인이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면서 제일 먼저 벽에 푸른 빛을 칠하는 설정 등은 그러한 레퍼런스를 직접적으로 이용한 예들이다. 이러한 컨텍스트를 데이빗 린치가 인식을 하고 작품을 디자인 한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그의 작품들이 풍기는 푸른 빛이 주는 유혹을 견디기 쉽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세상의 전복을 꿈꾸는 영화연구자 입니다.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영화사 , 이론 등을 강의했고 현재는 영화사와 검열, 문화 정책에 관한 책을 집필 중입니다. 저서 및 연구: 박정희 정권 영화 검열 연구, 호스티스 영화 연구 등 mollyhyo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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