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봄 배구' 삼성화재 선수들

'위태로운 봄 배구' 삼성화재 선수들 ⓒ 박진철


너무도 중요한 경기였다. 봄 배구 진입에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망하게 날아갔다.

삼성화재는 11일 라이벌 현대캐피탈에게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했다. 내용적으로도 완패였다. 승점 1점이 절박한 상황에서 단 한 점도 얻지 못했다. 봄 배구인 포스트시즌(준플레이오프 이상) 진출을 다투는 팀들과 격차는 더 벌어졌다.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서는 최소한 정규리그 4위를 해야 한다. 그것도 3위와 승점 차이를 3점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날 경기의 승리와 패배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극명하게 엇갈렸다. 10일까지 정규리그 순위는 1위 대한항공(승점 59점), 2위 한국전력(50점), 3위 현대캐피탈(49점), 4위 우리카드(49점), 5위 삼성화재(42점), 6위 KB손해보험(33점), 7위 OK저축은행(15점) 순이었다. 3위와 삼성화재의 승점 차이는 7점이었다.

그러나 경기 직후 현대캐피탈은 52점으로 2위로 뛰어올랐고, 삼성화재는 제자리에 머물렀다. 3위(한국전력)와 승점 차이는 8점으로 더 벌어졌다. 봄 배구의 길도 험난해졌지만, 뒤에서도 쫓기는 신세가 됐다. 6위 KB손해보험이 12일 OK저축은행에 승리하면서 삼성화재와 6점 차이로 좁혀졌다.

1경기 패했을 뿐인데...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

만약, 삼성화재가 승리했더라면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됐을 것이다. 3-1 이내로 승리해 승점 3점을 얻었다면, 2위 한국전력(50점), 3위 현대캐피탈(49점), 4위 우리카드(49점), 5위 삼성화재(45점) 순이 된다.

3위와 승점 차이가 4점밖에 되지 않는다. 2위와도 5점 차이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삼성화재의 이후 경기 일정도 유리하다. 15일 OK저축은행(5라운드), 18일 OK저축은행(6라운드), 24일 KB손해보험 순으로 하위권 팀과 경기가 이어진다. 반면, 한국전력·우리카드는 상위권 팀과 맞대결을 펼친다.

라이벌 현대캐피탈에 승리한 여세를 몰아 얼마든지 3위권 이내로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었다.

이 같은 천재일우는 전날 한국전력이 우리카드에게 승리하면서 만들어준 것이다. 승점이 더 많았던 우리카드가 아니라, 한국전력이 이기면서 2~4위 팀이 상대적으로 멀리 달아나지 못했다.

때문에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10일 기자와 통화에서 "현대캐피탈전은 우리에겐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라며 "모든 걸 다 걸고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었다.

그러나 수포로 돌아갔다. 삼성화재가 봄 배구에 최종적으로 실패한다면, 11일 현대캐피탈에 패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트라이아웃 시대, 삼성식 몰빵 배구 한계

역시 삼성식 몰빵 배구가 한계로 작용했다. 이날 경기에서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 타이스(27세·205cm)가 36득점으로 맹활약했지만, 국내 공격수들이 크게 부진했다.

타이스는 공격 점유율이 전체 58.7%에 달했고, 공격 성공률도 57.8%나 됐다. 그러나 국내 주포인 박철우가 12득점에 그쳤고, 타이스와 대각에 서는 레프트 류윤식은 1득점, 김나운은 2득점에 불과했다. 센터 공격수도 하경민 6득점, 손태훈 1득점이었다. 신인 센터 정준혁(25세·208cm)이 3세트부터 교체 출전해 4득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게 유일한 위안거리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공격수 전원이 빠른 시스템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스피드 배구로 삼성화재의 단조로운 플레이를 무력화시켰다. 문성민 26득점, 박주형 15득점, 대니 14득점, 신영역 11득점 등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이 도입된 2016~2017시즌 V리그에서 삼성식 배구가 더욱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물론 삼성화재의 봄 배구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3위와 승점이 8점 차이고, 2~5위 팀이 모두 7경기씩을 남겨 놓고 있다. 이후 경기 일정도 유리한 상황이다. 3위와 3점 차이로 좁힙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1~4위 팀과 한 번씩 남은 맞대결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아야 한다. 그만큼 험난해진 것이다.

삼성화재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가 있다. 실패할 경우 1997년 3월 4일 슈퍼리그에서 우승한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화재 없는 봄 배구'가 현실이 된다. 이는 적지 않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삼성 배구 왕조'라고 불리는 한 시대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상징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V리그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봄배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