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프로농구(NBA)는 포지션 파괴가 유행이다. 210cm가 넘는 장신 빅맨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뉴욕 닉스)나 마크 가솔(멤피스 그리즐리스)이 외곽에서 정확한 3점슛을 던지는가 하면 190cm에 불과(?)한 포인트가드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은 이번 시즌 무려 10.5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몇 년 전부터 NBA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스몰 라인업의 영향 때문이다.

스몰 라인업은2014-2015 시즌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유행시켰다. 각 포지션마다 전통적인 역할을 소화하는 선수를 세우지 않고 기동력이 좋고 슛거리가 긴 선수를 배치해 빠른 농구를 펼치는 전술이다. 스몰 라인업의 원조격인 골든스테이트는 수적 우위가 있는 속공 상황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3점슛을 던진다. 어차피 수비도 정비가 안된 상황이라면 슛이 안 들어가도 공격 리바운드를 잡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몰라인업이 대세가 된 이후 새삼스럽게 재평가 받는 유형의 선수들이 있다. 바로 빅맨으로 활용하기엔 신장이 작고 스몰포워드로 돌리기엔 슛거리가 짧다는 이유로 '트위너'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이른바 언더사이즈 빅맨들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체격조건을 동물적인 운동신경과 영리한 머리로 극복하며 NBA 무대에서 슬기롭게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지능형] 뛰어난 패스감각과 높은 전술 이해도

 그린은 언더사이즈 빅맨이 갖춰야 할 모든 걸 가진 선수다.

그린은 언더사이즈 빅맨이 갖춰야 할 모든 걸 가진 선수다. ⓒ NBA.com


언더사이즈 빅맨의 완성형을 보이는 선수가 바로 골든스테이트의 파워포워드 드레이먼드 그린이다. 201cm의 작은 신장 때문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5순위까지 지명 순위가 떨어졌던 그린은 입단 3년 차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 지금은 골든스테이트의 스몰 라인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골든 스테이트의 스몰 라인업은 그린이 없었다면 완성되기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그린의 최대 장점은 역시 넓은 시야와 탁월한 패스감각에 있다. 실제로 그린은 득점에 치중하는 포인트 가드 스테픈 커리를 대신해 골든 스테이트의 경기를 조율할 때가 많다. 시즌 어시스트 역시 평균 7.7개(6위)로 커리의 그것(6.0개)을 능가한다. 지난 시즌 38.8%까지 올라갔던 3점슛 성공률이 32.1%로 떨어진 것은 다소 아쉽지만 골든 스테이트는 굳이 그린이 득점을 올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다득점이 가능한 팀이다.

코트에서의 영리함으로 말할 거 같으면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센터 알 호포드(208cm, 보스턴 셀틱스)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애틀랜타 호크스에서 9년 동안 활약하다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으로 이적한 호포드는 올스타 출전 4회의 경력이 말해주듯 동부 컨퍼런스를 대표하는 명센터로 꼽힌다. 이번 시즌 리바운드가 6.8개로 20대 시절에 비하면 보드 장악력이 다소 떨어졌지만 영리한 플레이는 여전히 정상급이다.

특히 노련한 패싱 센스로 생애 가장 많은 4.9개의 어시스트(팀 내2위)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3점슛도 경기당 1.5개를 성공시키고 있다(성공률 33.6%). 호포드는 전술 이해도 또한 매우 뛰어나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 체제로 네 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보스턴에서 매우 중요한 조각으로 활약하고 있다.

젊은 기수 중에는 밀워키 벅스의 자바리 파커(203cm)가 돋보인다. 플레이 스타일은 스몰 포워드에 가깝지만 팀 사정상 파워포워드로 뛰고 있는 파커는 데뷔 3년 만에 평균 20점을 넘기는 믿음직한 득점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49.7%의 필드골 성공률과 41.4%의 높은 3점슛 성공률이 증명하는 것처럼 매우 안정된 슛터치를 자랑하며 야니스 아테토쿤포와 함께 밀워키의 젊은 원투펀치로 활약하고 있다.

[짐승형] 탁월한 운동능력으로 신체조건 극복

 T. 탐슨의 골밑 투쟁심은 단연 NBA 정상급이다.

T. 탐슨의 골밑 투쟁심은 단연 NBA 정상급이다. ⓒ NBA.com


그린이나 호포드처럼 영리한 머리와 뛰어난 패스감각으로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하는 선수도 있지만 풍부한 활동량과 동물적인 운동신경을 앞세우는 'NBA의 강백호'들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덴버 너게츠의 '매니멀(맨+애니멀)' 케네스 페리드(203cm)다. 2011년 22순위로 덴버에 입단한 페리드는 슛거리도 짧고 자유투조차 썩 정확한 선수가 아니다(통산 65.1%).

하지만 남들보다 한 발 더 뛰고 한 번 더 점프하는 부지런한 플레이로 덴버의 주전 파워포워드로 떠올랐다. 페리드는 아직 데뷔 후 한 번도 올스타에 선정된 적은 없지만 2014년 농구월드컵에서 미국 대표팀으로 선발돼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마음껏 뽐내기도 했다. 다만 이번 시즌엔 데뷔 후 최초로 한 자리 수 득점과 가장 짧은 출전 시간을 기록하며 팀 내에서 입지가 다소 좁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극적인 파이널 우승에는 르브론 제임스, 카일리 어빙, 케빈 러브로 이어지는 빅3 외에도 골밑을 수호하며 리바운드를 마구 잡아내던 선수가 있었다. 바로 진정한 '실사판 강백호' 트리스탄 탐슨(206cm)이다.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과 골밑에서 받아 먹는 득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무기가 없는 탐슨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슈퍼스타들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데 성공했다.

특히 작년 파이널에서는 클리블랜드의 주전 센터로 나서며 평균 10.3득점 10.1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장기인 공격 리바운드를 3.9개나 기록했다. 물론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클리블랜드에서 연평균 15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을 받는 탐슨의 연봉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르브론이 없는 클리블랜드가 떠올려지지 않는 것처럼 탐슨이 없는 클리블랜드의 골밑도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국내 프로농구에서도 과거의 조니 맥도웰(현대 걸리버스)이나 찰스 민렌드(KCC 이지스), 최근의 마이클 크레익(서울삼성 썬더스)처럼 언더사이즈 빅맨들이 꾸준히 각광을 받고 있다. 농구에서 높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신체조건이 불리한 선수들도 자기만의 무기를 찾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NBA의 언더사이즈 빅맨들이 증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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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언더사이즈 빅맨 드레이먼드 그린 트리스탄 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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