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이 배출한 국가대표 미드필더 권창훈이 프랑스 리그앙(1부리그)소속의 디종 FCO 구단으로 이적한다. 수원-디종 양 구단은 18일 권창훈의 이적에 최종 합의했으며 계약기간은 3년 6개월, 이적료는 약 120만 유로(한화 약 15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창훈은 수원의 유소년 시스템을 통하여 성장한 최초의 유럽파다. 수원삼성 유스팀인 매탄고를 졸업하고 2013년 프로에 입단한 권창훈은 4년간 수원에서 109경기를 뛰며 22골 9도움을 기록했다. 각급 대표팀에서도 FIFA U-20월드컵, 리우 올림픽, 러시아월드컵 예선 등을 누비며 태극마크를 달고 맹활약했다.

권창훈은 오래전부터 유럽 진출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혀왔다. 권창훈의 기량과 주가, 최근 아시아 축구시장의 동향을 감안하면 중국이나 중동팀으로 이적할 경우 쉽게 큰 돈을 거머쥘 수도 있었다. 실제로 영입 제의를 타진한 아시아 구단들도 있었다. 하지만 권창훈은 유럽무대 도전에 대한 입장이 확고했다. 디종은 권창훈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시한 유럽구단이었다.

사실 권창훈은 지난해 리우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도 유럽 진출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 스페인 등에서 권창훈의 영입을 타진해온 구단들이 있었으나 제시받은 조건들이 기대에 훨씬 못미쳐 협상은 무산됐다. 올림픽 이후 주가 상승을 노렸던 권창훈은 올림픽 대표팀이 리우에서 8강에 머물며 병역혜택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디종은 1년 가까이 권창훈의 영입에 꾸준히 공을 들여온 유일한 팀이었다. 당초 디종은 임대 후 완전 영입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으나 이후 완전 이적으로 방향으로 선회했고 수원의 요구에 맞춰 이적료도 조금씩 상승했다. 여전히 수원이 걸었던 기대치에는 못미치는 금액이었지만, 선수 본인의 유럽 진출 의지가 강했던 데다 권창훈이 아직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디종도 나름 상당한 성의를 보인 수준이었다. 구단도 선수를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적을 허용했다.

아시아나 중동 대신 유럽을 택한 권창훈

    (브라질리아=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리우올림픽 축구대표팀 권창훈이 10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브라질리아 마네 가힌샤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축구 C조 조별리그 3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8강으로 향하는 결승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16.8.11

지난해 8월 리우 올림픽 축구 C조 조별리그 3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8강으로 향하는 결승골을 넣고 기뻐하는 권창훈. ⓒ 연합뉴스


권창훈이 뛸 프랑스 리그앙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와 함께 현재 유럽 5대 리그로 불린다. 축구 열기는 다른 빅리그에 비하여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있고 선수 육성에 강점을 보여서 유럽 빅리그를 호령하는 수많은 스타 선수들의 산실로도 꼽힌다.

한국 선수가 프랑스 축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바로 수원의 현 감독인 서정원이 스트라스부르와 계약한 것이 최초였다. 이후 안정환, 이상윤, 이용재, 강진욱, 조원광, 박주영, 남태희, 정조국 등이 활약했다.

리그 앙에서 한국 선수로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남긴 것은 역시 박주영이다. 2008년 K리그 서울에서 AS 모나코에 입단하며 유럽무대에 진출한 박주영은 리그 앙에서 3시즌간 91경기에 출장하여 25골을 기록하며 주전급 공격수로 활약했다. 프랑스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2011년 잉글랜드 명문 아스널까지 진출하는 등 화려한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모나코는 박주영과 함께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0-2011시즌 2부리그로 강등되는 굴욕을 겪으며 마무리는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박주영의 경력에 영원한 주홍글씨가 될 병역기피논란도 바로 모나코 시절 장기체류 자격을 취득하면서 비롯됐다. 박주영은 모나코 강등 이후 2011년 릴OSC와의 입단이 성사 직전까지 갔었으나 돌연 아스널로 방향을 선회하며 '뒤통수 논란'에 휘말리는 등 리그 앙에서도 역시 좋지않은 모양새로 끝을 맺었다.

권창훈의 유럽진출과 더불어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출전 기회다. 일단 권창훈이 디종에서 주전으로 출장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전망할 수 있다. 디종은 1998년에 창단한 비교적 역사가 짧은 팀으로 승강을 거듭하다가 이번 시즌 다시 1부리그 진입에 성공한 승격팀이다.

시즌 중에 열리는 유럽의 겨울 이적 시장에서는 역시 취약 포지션 보강을 위하여 즉시 전력감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디종이 권창훈을 적극적으로 영입한 것은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줄 만한 선수가 부족한 데다 왼발에 능하다는 희소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권창훈의 몸값은 중소구단인 디종으로서는 꽤 고액에 해당한다. 그만큼 디종에게 권창훈은 구단의 올 시즌 후반기 승부수로서, 상당히 기대를 가지고 영입해온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강등 위기의 디종, 권창훈의 첫 시험대

문제는 디종의 현재 상황이다. 20개 팀으로 운영되는 프랑스 1부리그는 시즌 하위 3팀까지 2부로 강등당한다. 디종은 현재 4승 8무8패 승점 20점으로 잔류권인 16위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다. 최하위 FC 로리앙과 승점 차도 2점에 불과하다. 물론 중위권과도 승점 차가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후반기 매 경기 치열한 생존 경쟁은 불가피하다.

결국 권창훈은 리그 앙 진출과 동시에 바로 실력을 보여줘야한다는 부담이 커졌다. 추춘제의 유럽리그와 달리 춘추제로 시작되는 K리그에서 활약해온 권창훈에게 1~2월은 아직 몸상태를 충분히 끌어올린 시기가 아니다. 처음 진출하는 유럽에서 전혀 달라진 리그 환경, 팀 전술에 대한 적응기를 최소화하고 얼마나 빠르게 녹아들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도전에는 항상 그만한 위험부담이 공존한다. 운이 나쁘면 권창훈은 입단 반시즌 만에 2부리그로 강등당하며 유럽무대 커리어가 꼬여버린 QPR 시절 윤석영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회를 잘 살린다면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소속팀의 강등위기를 극복해내는 데 공헌하며 분데스리가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구자철이나 지동원의 사례를 이을 수도 있다. 유럽진출이라는 꿈의 첫 단계를 이룬 권창훈이 빠른 시간안에 팀 적응을 마치고  유럽무대에서의 성공을 위하여 비상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