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강팀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고정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두산 베어스는 안방마님 양의지를 중심으로 내야수 오재원과 김재호, 외야수 민병헌이 수년 간 호흡을 맞춰 왔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파트너였던 NC다이노스 역시 포수 김태군, 내야수 박민우, 손시헌, 외야수 이종욱, 나성범이 최소 3년 동안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통합 4연패라는 대위업을 달성한 삼성 라이온스 역시 마찬가지. 포수 이지영을 비롯해 1루수 채태인(넥센 히어로즈), 3루수 박석민(NC), 외야수 최형우(KIA 타이거즈), 박해민, 박한이, 그리고 지명타자 이승엽은 삼성의 왕조 시대를 지켜 온 터줏대감들이다. 하지만 박석민을 시작으로 채태인, 최형우가 차례로 팀을 떠나면서 삼성의 라인업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허전해 진 게 사실이다.

특히 내야진의 경우 채태인, 야마히코 나바로, 박석민 등 주축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작년에는 백상원, 김재현처럼 야구팬들에게 다소 낯선 선수들이 기회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내야엔 아직 왕조시대를 지켜 온 붙박이 내야수가 남아있다. 바로 FA를 앞둔 시즌에서 개인 성적 반등과 팀의 부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2017년 삼성의 새로운 캡틴 김상수가 그 주인공이다.

 김상수는 프로 입단 후 8년 동안 남부럽지 않은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

김상수는 프로 입단 후 8년 동안 남부럽지 않은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 ⓒ 삼성 라이온스


삼성의 왕조 시대를 함께 해 온 주전 유격수

경북고 시절부터 대선배 류중일 이후 최고의 천재 유격수라는 극찬을 받던 김상수는 2008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지명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다. 계약금과 연봉 합계 3억 원이라는 몸값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김상수에 대한 삼성의 기대치는 매년 나오는 1차지명 유망주에게 기대하는 수준을 뛰어넘었다.

당시 삼성에는 국민유격수로 불리던 박진만(은퇴)이 있었지만 김상수는 루키 시즌부터 9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4 18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으로는 비교적 준수한 성적으로 올렸다. 201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고 박진만이 고향팀 SK 와이번스로 떠난 2011년부터는 삼성의 대체 불가 유격수로 군림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상수가 확실한 삼성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잡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삼성의 왕조시대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김상수는 2011년 22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실책 1위의 불명예를 쓰기도 했지만 0.278의 타율과 113안타 29도루로 타격성적이 부쩍 성장했다. 타자로서 김상수의 전성기는 2013년이었다. 김상수는 2013년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8 111안타 7홈런 44타점 57득점으로 타율과 홈런에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다만 잔부상이 겹치면서 도루는 14개로 줄어 들었다). 만약 김상수의 타순이 조금 더 위에 배치됐더라면 더 많은 타점과 득점도 가능했을 것이다.

2014년은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이 걸려 있는 시즌이었기 때문에 김상수는 그라운드에서 더욱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 결과 아시안게임 대표에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혜택을 받았고 생애 첫 개인 타이틀(도루왕)도 차지했다. 소속팀 삼성 역시 통합 4연패를 이루면서 김상수는 세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입단 당시 2000만원으로 시작했던 김상수의 연봉은 7년 만에 3억1000만원까지 치솟았다.

2015 시즌 삼성은 정규리그 5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고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김상수는 13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8 125안타 8홈런 63타점 67득점 26도루를 기록하며 제 역할을 다했다. 비록 골든글러브 같은 타이틀은 없었지만 경북고의 천재 유격수는 어느덧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멋지게 성장해 있었다.

두 자리 수 안타-한 자리 수 도루, 김상수의 낯선 성적표

2016년에도 삼성에서 김상수의 활약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발목 인대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했던 김상수는 붙박이 주전 자리를 차지한 2011년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올렸다. 김상수의 이름값에 비하면 아쉽긴 하지만 타율(0.271)은 그럭저럭 평균치를 유지했고 줄어든 안타(97개)도 부상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3년 연속 4할대를 유지하던 장타율이 0.332까지 뚝 떨어진 것은 김상수가 타석에서 주는 위압감이 그만큼 떨어졌음을 의미했다. 무엇보다 실망스런 부분은 단 6개에 그친 도루(4실패). 김상수는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한 자리 수 도루를 기록한 시즌이 없었는데 작년엔 아예 도루 시도 자체가 10번에 불과했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삼성의 9위 추락에는 김상수의 부진도 작지 않은 지분을 차지했다.

김상수가 삼성의 왕조시대 독보적인 주전 유격수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뛰어난 실력이 우선이었지만 김상수를 위협할 만한 경쟁자가 거의 없었던 탓도 있다. 실제로 삼성은 2010 시즌이 끝나고 박진만을 방출하면서 김상수의 자리를 마련해 줬고 이후에도 유격수 포지션에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다. 하지만 작년 시즌 김상수가 부진하면서 조용하던 삼성 구단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은 스토브리그에서 유격수를 포함해 내야 전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FA 이원석을 영입했고 최형우에 대한 보상 선수로 작년 KIA의 주전 유격수였던 강한울을 지명했다. 기존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조동찬도 유격수 수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한수 신임 감독이 내야의 무한 경쟁을 선언한 이상 터줏대감 김상수도 결코 방심할 수 없게 됐다. 자칫하다가는 6년 간 별 탈 없이 지켜 온 주전 자리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

김상수는 2017 시즌을 무사히 끝내면 생애 첫 FA자격을 얻는다. 유난히 우수한 선수를 많이 배출해 '황금라인'으로 불리지만 1990년생 동기들 중 입단 9년 만에 FA 자격을 채우는 선수는 김상수가 유일하다. 만27세의 젊은 나이와 그간 보여준 실적을 고려하면 김상수는 FA시장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90라인 최초의 FA김상수가 90라인 최초의 대박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작년의 부진이 일시적인 슬럼프였음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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