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브> 영화 포스터

▲ <너브> 영화 포스터 ⓒ (주)누보필름


영화 <너브>는 잔 라이언이 2012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는다. 대학 입학을 앞둔 소심한 성격의 비(엠마 로버츠 분)가 짝사랑하던 남자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면서 홧김에 일탈을 마음먹고 접속률 1위를 자랑하는 게임 '너브'에 가입한다.

너브(Nerve)는 미션을 수행하는 플레이어(Player)와 그들의 미션 성공 여부에 배팅하는 왓쳐(Watcher)들이 소통하는 24시간 라이브 게임이다. 왓쳐가 늘어날수록 단계별 상금도 상승한다. 제시되는 미션은 실로 광범위하게 걸쳐있다. 기찻길에 위험천만하게 누워있는가 하면 달리는 차 뒤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릴 때도 있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현재 1위를 기록하는 사람이 수행한 미션이 '성기에 땅콩버터를 바르고 개에게 핥게 하기'일 정도로 미션은 다양하다.

플레이어가 된 비는 미션에 도전하는 중에 이안(데이브 프랭코 분)을 만나 파트너가 되고, 함께 미션을 성공하면서 돈과 명예를 거머쥔다. 자극적인 미션이 이어지며 두 사람은 위험에 처하나 게임을 그만둘 수 없다. 여러 도전에 성공할수록 많은 인기와 돈을 얻지만, 실패하거나 기권하면 순식간에 가진 것을 잃는다. 게다가 미션의 위험성을 경찰 등 외부로 알리면 '밀고자'가 되어 응징을 받는다. 용기(nerve)를 내어 도전한 게임이 도리어 모든 의지를 장악하는 신경(nerve)이 되어 공격하는 셈이다.

<너브> 영화의 한 장면

▲ <너브> 영화의 한 장면 ⓒ (주)누보필름


<너브>는 <캣 피쉬>(2010)<파라노말 액티비티 3>(2011)<파라노말 액티비티 4>(2012)를 공동으로 연출한 헨리 유스트와 아리엘 슐만이 다시 손을 잡은 작품이다. 헨리 유스트 감독은 <너브>가 "재미라는 키워드에 온전히 집중한 작품"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요즘 영화에서 잘 보여주지 않는 다채롭고 역동적이며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 찬 뉴욕이라는 도시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부연한다. 그리고 "<너브>는 고프로와 아이폰 촬영 영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액션 무비라고 할 수 있다. 스릴을 찾아 나서는 1020 트렌드세터들의 이야기인 만큼 인터넷에서 멋진 자료를 찾아 재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한다.

<너브>는 온라인 게임 너브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문을 연다. 이것은 헨리 유스트와 아리엘 슐만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캣 피쉬>의 첫 장면, 컴퓨터에 로그인하는 시작과 동일하다. <캣 피쉬>는 사진작가인 네브가 자신의 사진을 그림으로 그리는 소녀 에비의 정체를 파헤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였다. 인터넷과 SNS에 보여지는 인물과 생활의 진실성, 디지털 관계의 이면을 조명한 <캣 피쉬>는 온라인상의 진짜와 가짜를 꼬집었다.

<캣 피쉬>에서 보여준 '페이크 다큐멘터리'란 장르의 힘은 <파라노말 액티비티 3>과 <파라노말 액티비티 4>로 이식되었고 그들이 탐구했던 디지털 세계의 문제는 <너브>에 계승되었다. <캣 피쉬>가 디지털 세계에서의 진실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너브>는 익명성에 기대어 마음껏 분출하는 폭력과 관음적인 시각을 이야기한다.

현대의 전염병인 '디지털 광기'를 표현하기 위해 헨리 유스트와 아리엘 슐만은 다양한 촬영 방식을 시도한다. 영화엔 플레이어들을 지켜보는 왓쳐 시점, 플레이어 본인의 1인칭 시점, 그들을 지켜보는 행인과 화면에서 사용자를 지켜보는 듯한 시선 등이 나온다. 여러 시점을 제공 받은 관객은 실제로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레 폭력과 관음증을 영화로 투사한다.

<너브> 영화의 한 장면

▲ <너브> 영화의 한 장면 ⓒ (주)누보필름


미션의 강도를 올릴수록 관객은 롤러코스터의 재미를 더 크게 만끽한다. 다음 미션이 무엇일까 점점 궁금해진다. 이런 흥분이 극대화되는 순간은 뉴욕의 도로에서 눈을 가린 채로 오토바이를 타고 시속 100km의 속도로 질주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이다. 영화의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순간이자 영화의 각본이 무모하게 질주하리란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너브>는 디지털 세계의 폐해에 목소리를 높일수록 영화의 지능이 덩달아 떨어지는 결함을 노출한다. 특히 마지막에 제시하는 해결의 열쇠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문학 작품에서 결말을 짓거나 갈등을 풀기 위해 뜬금없는 사건을 일으키는 플롯 장치)'라 불릴 정도로 황당하기 짝이 없다. 외국의 한 매체가 <너브>에 대해 "<헝거게임><쏘우><포켓몬 고>의 조합"이라고 내린 평가는 10대의 모험, 서사 방식, 게임성이 만났다는 말이지만, 달리 보면 뒤죽박죽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소셜 미디어의 도덕적인 우화인 <너브>는 디지털 문화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으나, 과녁을 맞추는 것엔 실패했다. 그러나 힘차게 날아가며 자신의 외침을 내뱉기에 진심은 와 닿았다. <헝거게임>과 <더 퍼지>의 사이를 질주하는 오락적인 재미도 있다. <너브>에 접속할 때 "도전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장면으로 말하겠다. <너브>에 대한 나의 대답은 "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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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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