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단지 세상의 끝>의 포스터.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의 포스터.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대사로 치밀하게 표현한다. ⓒ 엣나인필름


영화 초반부터 이 가족 구성원들의 표정이 심상찮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집을 떠난 아들이 12년 만에 돌아와 한 끼의 식사를 하기까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서로를 쏘아댄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오는 19일 개봉을 앞둔 자비에 돌란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 <단지 세상의 끝>이 9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언론에 선 공개 됐다.

멀리서 보면 평온해 보일 가족이 집 나간 아들 루이(가스파르 울리엘 분)가 돌아온 후로 혼란에 빠진다. 유명작가로 파리에서 크게 성공한 그가 알고 보니 시한부란다. 영화는 초반 잠시의 기쁨만 제시한 채 끝을 알 수 없는 가족 구성원들의 갈등을 '대사'로 치밀하게 묘사한다.

긴장감이 핵심

이를 위해 화면은 클로즈업 일색으로 구성됐다.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나탈리 베이 분), 돌아온 오빠를 동경해 온 동생 쉬잔(레아 세이두 분), 장남 앙투안(뱅상 카셀 분), 그리고 앙투안의 아내 카트린(마리옹 꼬띠아르 분)까지 고른 분량으로 스크린 전체에 홀로 얼굴이 가득 차곤 한다. 일상적인 대사를 하든 진지한 대사를 하든 카메라는 가족 구성원들의 표정과 비언어까지 잡아낸다. 마치 말과 속마음이 다른 건 아닌지, 혹은 바로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해 은근히 불안감을 쌓듯 말이다.

영화에서 주요한 갈등 요소는 자신이 시한부임을 고백해야 하는 루이와 그를 왠지 못마땅하게 여기는 앙투안의 심리 상태다. 루이가 어떤 말을 하거나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그것을 받아줄라치면 앙칼진 앙투안의 태도가 튀어나온다. 엄마와 동생의 만류에 스스로 자제하려는 듯하지만, 어김없이 동생에 대한 미움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만다. 이처럼 영화는 진폭이 큰 사건이나 이야기가 아닌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의 흐름이 핵심이다.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의 한 장면.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의 한 장면. 연극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국내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을 유지한다. ⓒ 엣나인필름


알려진 대로 <단지 세상의 끝>은 장 뤽 라갸르스의 동명 연극을 원작으로 했다. 밀도 높은 대사를 화면에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자비에 돌란은 이런 작가의 의도를 간파하고 최대한 이를 망가뜨리려 하지 않았다. 그 노고를 인정한 듯 지난해 5월 열린 69회 칸영화제에선 이 작품에 심사위원 대상을 수여한 바 있다. 다만 칸 영화제가 발굴하다시피 한 자비에 돌란이기에 그에게 너무 과한 애정을 보이는 건 아닌지 비판도 있긴 했다. 일부 그 비판을 수용하더라도 이 작품의 독특함과 신선함까지 폄훼할 순 없다. 심사위원들은 영화적 밀도와 감독의 구성력을 높게 쳐준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문법 자체가 국내 관객에겐 익숙하진 않다. 배우들 얼굴 근육의 미세한 떨림, 땀구멍의 움직임까지도 놓치지 않는 카메라에 숨이 답답해질 수도 있다. 이 모든 걸 견딘다면 후반부에 이르러 카타르시스를 일부 느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이야기가 지닌 보편성 때문이다. 파편화된 개인이 집단, 그것도 안식처가 돼야 할 혈연집단에서 서로를 품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과 심리적 무게감. <단지 세상의 끝>이라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 그것은 절망적이면서 동시에 아무 일도 아닐 수 있다.

한 줄 평 : 절망과 희망을 잇는 뫼비우스의 띠를 잡아내다
평 점 : ★★★(3/5)  

영화 <단지 세상의 끝> 관련 정보
감독 : 자비에 돌란
출연 : 가스파르 울리엘, 마리옹 꼬띠아르, 레아 세이두, 뱅상 카셀, 나탈리 베이
장르 : 드라마
수입 및 배급 : 엣나인필름
상영시간 : 99분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7년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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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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