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방송된 JTBC <썰전>에 출연한 안민석 의원.

22일 방송된 JTBC <썰전>에 출연한 안민석 의원. ⓒ JTBC


"국민들이 우습죠? 국민들이 두렵습니까?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도 있습니까? 숨는 자가 범인입니다. 국민들이 현상금을 걸었어요. 국민들이 우습죠?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거죠?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사람입니까? 김기춘은 어떤 사람입니까? 존경합니까? 김기춘 박근혜를 존경하는 우병우 증인은 최순실을 모른다고 합니다. 모른다고 하는 게 영업비밀입니까? 국민들 우습게 알지 마십시오."

'사이다' 동영상으로 회자되고 있는, 22일 제5차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밀어붙이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존경한다"고 답한 '우(미)꾸라지' 우 전 수석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일관했지만, 안 의원의 빠른 잽은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빨개지는 '피노키오' 우 수석을 흔들어 놓을 만했다.

그리고 '그 안민석 의원'을 22일 JTBC <썰전>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이른바 '청문회 스타'로 새누리당로 하태경 의원과 함께 스튜디오로 초대한 것이다. 지난주 '표창원-장제원' 의원을 '절친노트' 콘셉트로 부른 <썰전>은 확실히 감이 좋았다.

주진우 <시사IN> 기자와 함께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며 청문회를 통해 이름을 알린 안민석 의원과 새누리당 비박계로 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하태경 의원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은 분명 기발했다. 비록 시청률은 6%대로 다소 떨어졌지만, 화제성만은 여전했다.

이날 유시민-전원책이 정리한 '탄핵 정국 속 짚고 넘어갈 뉴스'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 전면 부인', '분당 초읽기에 들어간 새누리당' 이슈도 <썰전>의 월요일 녹화 일정을 고려한다면 시의적절한 정리였다. 그럼에도 이날 관심은 안민석-하태경 현역 의원들에게 쏠렸다. 게다가 <썰전>의 방영시간은 제5차 청문회가 막 끝난 시간과 겹쳐 있었다.

"박근혜 구속 꼭 보고 싶다"는 '청문회스타' 안민석 

 22일 방송된 JTBC <썰전>에 출연한 하태경, 안민석 의원.

22일 방송된 JTBC <썰전>에 출연한 하태경, 안민석 의원. ⓒ JTBC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되는 것을 꼭 보고 싶어요."

향후 계획을 묻는 진행자 김구라의 질문에 안 의원은 거침이 없었다. 방송에서 접하기엔 확실히 센 발언이었다. "시간 버티기 중인데, 버티지 못할 거라고 봐요"라던 그는 "버티는 이유는 어떻게 하면 감옥에 가지 않을까. 그래도 끝내 감옥에 갈 거라고 보고, 국민과 함께 박 대통령을 구속시키는 것 외에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썰전> 제작진은 그런 안 의원을 놓치지 않고 캐릭터를 만들어줬다.

"해방 이후에 이렇게 한 (교육문화) 상임위만을 고수했던 국회의원은 아마 없을 거예요."
"수도권에서 내리 4선입니다. 저희 지역구 오산 시민들이 15% 이상으로 내리 당선시켜주셨어요."

최순실을 추적하는 단서를 잡게 된 계기가 교문위 인맥이라는 설명도, 그러한 배경이 된 4선의 경력도 <썰전>에서는 '자기자랑'으로 놀림 받게 마련이다. 사안에 대한 정리와 유시민-전원책 콤비의 분석은 물론 섭외력도 섭외력이지만, 이러한 유연함이 포함된 감각이야말로 <썰전>의 장점이 아니겠는가.

이는 지난 19일 MBC <100분 토론>이 '위기의 보수, 앞날은?'이란 주제로 보수 단체 집행위원장인 서경석 목사의 "촛불세력은 종북좌파"라는 발언을 내보낸 것과는 비교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역 정치인의 청문회와 국정조사 뒷얘기를 '예능화'시키고 그간의 사건을 팩트 위주로 정리하는 <썰전>과 지상파 토론프로그램에서 종편보다 더한 '막말'이 난무하는 <MBC 100분> 토론 중 시청자들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는 자명하지 않겠는가.

"최순실의 부활을 막아야 한다"

 22일 방송된 JTBC <썰전>에 출연한 안민석 의원.

22일 방송된 JTBC <썰전>에 출연한 안민석 의원. ⓒ JTBC


이날 <썰전>은 더불어 안 의원의 '최순실 파헤치기'의 안팎을 안 의원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예선전이었다고 봅니다"라던 안 의원은 "최순실의 숨은 재산이 몇천억이 아니고 조 단위일 거라 본다. 이 뿌리를 뽑아야지 최순실의 부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주 독일발 언론보도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정황이기도 했다. 안 의원은 우병우 전 수석에게 현상금을 건 것과 우 전 수석의 청문회 출석에 대해서는 "현상금 오백만 원, 없는 돈에 없는 돈에..."라며 웃음을 자아낸 뒤, "국민 펀드로 돈이 올라가니까 미끼를 문 거죠"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최순실씨 관련 예언(?) 글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주진우 기자와의 관계도 언급했다.

"저를 존경하는 후배죠, 주진우가. 10년 동안 친한 선후배 관계고 이 일은 2014년부터 같이 맞춰왔고, 최근 몇 달 동안은 길거리에서 5분,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 먹으면서 만났어요. 서로가 열심히 (최순실씨 관련 증거를) 찾다 보면 퍼즐 조각들을 가지고 오잖아요, 주진우 조각과 제 조각을 맞춰 봐야 할 거 아니에요.

우리가 일종의 최순실 연구 전문가 아닙니까. 사실 패턴이 비슷해요. 사람들을 못 믿어서 항상 아바타를 내세워요. 근데 그 아바타를 얼마 쓰다가 버려, 그럼 그 아바타가 최순실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고 제보를 해줘요. 그래서 우리가 최순실 주변 사람들을 계속 만나왔거든요. 근데 그 제보자들 얘기가 서로 다를 때가 있어서 우리가 그 이야기 퍼즐을 맞춰 거죠."

"김진태는 종북피해망상증"이라는 하태경의 내부고발

 22일 방송된 JTBC <썰전>에 출연한 하태경, 안민석 의원.

22일 방송된 JTBC <썰전>에 출연한 하태경, 안민석 의원. ⓒ JTBC


반면,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새누리당의 내부고발자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 14일 열린 3차 청문회에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통영함은 대통령에게 보고할 감이 안 된다"는 발언을 끌어내기도 했던 하 의원은 본인과 더불어 자칭 '새누리당 내 종북 전문가'인 김진태 의원에게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촛불도 바람이 불면 꺼진다"던 그 김진태 의원이 지난 17일 보수단체의 집회에 직접 참석한 것에 관해 묻는 김구라의 질문에 대한 하 의원의 답은 이랬다.

"김진태 의원도 공안검사 출신이고, 저는 그들에게서 수사를 받던 운동권 출신입니다. 조사받을 때 보면, 공안검사들이 모르는데 굉장히 열심히 하거든요. 그들의 진영 인식을 보면, 모두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종북세력이거나 선동에 놀아난 사람들로 봅니다. 이건 종북 피해 망상증이에요. 김진태 의원도 "자나 깨나 종북 척결 외친 게 죄냐"고 했는데 그건 병입입니다.

제가 볼 때, 이번 촛불 특징은 보수가 보수에 대한 저항을 한 거예요. 물론 좌파진보진영 나왔지만, 이렇게 커진 건 정말 건전하고 상식적인 보수가 대통령이 창피하고 너무 지나치고 그래서 나온 거거든요. 건강한 보수도 종북으로 몰아대는 건 병적 수준이죠."

안 의원으로부터 "근데 왜 새누리당에 계세요?"라는 질문까지 받은 하태경 의원. 비록 이날 제작진의 편집 무게추는 '청문회 스타' 안 의원에게 기울었지만, 그간 <썰전>이 보여준 일정 정도의 균형감을 지탱해 준 건 분명 하태경 의원일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썰전>이 탄핵 정국에서 기록적인 시청률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원동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태경 의원의 자성이 담긴 마지막 발언이 그 증거다.

"저는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일조한 사람이고, 최순실이 국정농단 할 때 막지 못한 새누리당 일원으로 책임이 있습니다. 근데 하태경 너는 왜 그리 강하게 비판하나, 란 얘기도 듣습니다. 보수가 살아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대통령을 왕으로 모시는 가짜 보수에 놀아 난 겁니다. 보수도 자각을 해야 하고, 상식적인 보수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썰전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