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가 또 하나의 선수이동을 단행했다. 삼성은 22일 차우찬의 FA 보상선수로 LG 우완 투수 이승현을 지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차우찬은 지난 14일 역대 FA 투수 최고액인 4년 95억원의 조건으로 삼성을 떠나 LG 유니폼을 입었다. 이보다 앞서 삼성은 LG에서 FA 투수 우규민을 4년 65억에 영입했고 LG는 보상선수로 삼성으로부터 내야수 최재원을 지명한바 있다. 사실상 주전 선발 1명+ 즉시전력감 유망주 1명씩을 서로 맞바꾼 셈이다.

양팀의 행보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쳤다. 좌완 토종 선발진 보강이 필요하던 LG는 이번 FA시장에서 일찌감치 차우찬에게 눈독을 들였다. 김광현과 양현종의 국내 타구단 이적 가능성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LG가 현실적으로 노릴수 있는 수준급 좌완 선발의 기준을 충족하는 외부 FA는 사실상 차우찬 뿐이었다.

삼성도 다급했다. 이미 최형우를 기아에 뺏긴 상황에서 차우찬까지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던 시점이었다. 우규민을 영입한 것은 누가 봐도 차우찬의 공백을 대비한 성격이 짙었다. 결국 LG와 삼성을 대표하는 두 프랜차이즈 출신 투수는 데뷔 후 처음으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2:2 트레이드를 단행한 셈이 된 삼성-LG

 FA 차우찬의 보상 선수로 삼성 이적이 확정된 이승현 (사진 편집: 케이비리포트)

FA 차우찬의 보상 선수로 삼성 이적이 확정된 이승현. ⓒ 삼성 라이온즈·LG 트윈스


삼성과 LG 모두 '오버페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차우찬은 통산 성적이 70승에 자책점이 4점대 중반(4.44)에 이른다. 우규민은 불펜에서 활약했던 시즌이 길었음을 감안해도 통산 승수(56승)보다 패(58패)가 더 많은데다 지난해 6승에 그치며 부진했다. 한 시즌 최다승도 차우찬이 13승, 우규민이 11승에 불과하다. 만일 두 선수가 다음 시즌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할 경우 두 팀 모두 비정상적인 투자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차우찬과 우규민은 다음 시즌 소속팀에서 3~4선발 정도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발진의 안정감 면에서는 일단 LG의 우세가 예상된다. LG는 이미 데이비드 허프-헨리 소사-류제국이 포진한 선발진에 차우찬까지 가세하면 훨씬 이상적인 좌우균형이 가능해진다. 차우찬으로서는 장원준(두산)의 사례를 본받아 최고몸값 투수로서는 책임감과 함께 투수친화적인 잠실구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기대할 만한 부분.

반면 삼성은 토종 선발진의 주축인 윤성환과 장원삼이 지난해 나란히 부진했던 데다 외국인 선수도 한국무대에 첫 선을 보이는 앤서니 레나도 외에는 아직 선수구성을 완료하지 못했다. 우규민이 이닝 소화력에서 아직 의문부호를 안고 있고 고질적인 허리부상에 대한 불안감도 아직 남아있는 게 걱정이다. 하지만 반대로 건강만 하다면 국내 최고수준의 제구력을 갖춘 잠수함 선발투수라는 희소성은 여전히 우규민의 강점이다.

유망주들의 활용도는 어떨까. 각각 보상 선수로 지명된 LG 최재원과 삼성 이승현은 야수와 투수로 포지션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두 팀 모두 미래의 주전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즉시전력급을 영입했다는 것은 만족할 만하다.

최재원은 2016시즌 삼성에서 타율 28경기에 타율 0.333 4홈런 16타점 20득점을 기록했다. 8월 kt전에서 장시환의 사구에 턱골절 부상을 입어 시즌 아웃되기전까지만해도 공수에서 조금씩 잠재력을 폭발시켜 가던 중이었다.

아직 프로에서 확실한 주포지션으로 자리잡지는 못했지만 내야와 외야에서 모두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고 펀치력도 있다는 평가다. 삼성 팬들이 최재원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것을 유독 아쉬워했을 만큼 기대를 모았던 선수였다. 지난해부터 리빌딩과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LG로서는 넘치는 외야자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아쉬웠던 내야에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최재원을 키울 수 있다.

이승현 역시 LG에서 주목을 받던 유망주 투수들 중 한 명이다. 올해 38경기(41이닝) 3승1패 3홀드 평균자책점 5.49를 기록했다. 181cm, 92kg의 당당한 체구에 묵직한 구위를 갖춰 성장 잠재력이 높은 투수로 평가받았고, 최재원에 비하면 군필자라는 장점도 있다. LG도 보호선수 명단에 한두 명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도 이승현을 쉽게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2017년의 마지막에 웃는 팀은 어디일까

한때 최대의 장점으로 꼽히던 삼성의 불펜진은 김대우와 심창민 정도를 제외하면 무너진 상태다. 당장 다음 시즌 이승현이 삼성 불펜진의 주전 경쟁을 노려볼 만하다. 반면 이승현의 성장이 더디다면 삼성은 내년에도 불펜운용에 상당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로선 아무래도 LG가 조금 더 우세해보이는 상황이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LG는 고액 선수들의 FA 영입 이후 먹튀화나 유망주들의 외부 유출로 손해를 봤던 기억도 많다. 다음 시즌 정상권 진입을 노리는 LG로서는 올 겨울 과감한 투자의 결실을 거둬야 한다.

LG는 1994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끝으로 더 이상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LG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2002년은 삼성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계의 왕조로 군림했던 삼성은 올 시즌 7년 만의 가을야구 탈락과 함께 세대교체와 암흑기의 분수령에 놓여있다. 몇 년간 최형우, 박석민, 차우찬 등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팀을 떠났다. 올해 모처럼 지갑을 열어 우규민, 이원석, 강한울, 이승현 등을 영입하며 나름대로 보강을 하기는 했지만 아직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갈길이 멀어보이는 게 사실이다. 한때 일등주의를 표방하며 스타 선수들을 싹쓸이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던 삼성의 모습과는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느새 뒤바뀐 처지에서 2017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LG와 삼성중 내년에 어느 팀이 더 웃을 수 있을까. 다음 시즌 두 팀의 맞대결과 함께 유니폼을 맞바꾼 선수들의 활약 여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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