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세월호는 아직도 잠들어 있다.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세월호는 아직도 잠들어 있다. ⓒ SBS


"사실 국정원은 사고 발생 보고나 사고 조사에만 권한이 있어요. 기본적으로 항공기가 떨어졌다거나 배가 침몰했다거나 이러면. 이거는 사실 테러 가능성도 있고 이렇기 때문에. 사고 조사를 끝냈고, 그 이후의 과정에서는 국정원이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어요. 그렇게까지 개입을 했다면, 도대체 뭐가 있길래 그랬는지에 대한 고민까지도 당연히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인터뷰한 정은주 <한겨레21> 기자의 주장이다. 이렇게 이미 '합리적 의심'을 받아온 터였다. 국정원과 '국가보호선박' 세월호와의 관계 말이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 조사와 검·경합동수사본부 조사, 여러 언론의 보도로 이미 국정원과 세월호와의 관계는 아주 미심쩍다는 '합리적 의심'을 받아 왔다.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 <그알>) '두 개의 밀실-세월호 화물칸과 연안부두 205호'(아래 '밀실')편은 그러한 정황들의 재확인이라 할 만했다. 딱히 새로운 정황을 제시한다기보다 이미 제기된 의혹들을 정리하는 차원이었다.

세월호에 실린 철근 410톤 중 일부가 제주 강정 해군기지로 운반되던 철근이었다는 사실과 세월호 인양에 참여한 국내업체 '오션 씨엔아이'와 해양수산부와의 관계 등도 특조위가 공식화한 진상규명조사보고서에 담긴 내용이었다.

이날 '밀실' 편은 그러한 특조위의 조사 내용을 지상파를 통해 더 많은 시청자와 국민에게 알린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고, 무엇보다 세월호에 드리워진 국정원의 그림자를 '재조준'하고 있었다. 새로운 인터뷰와 취재를 추가한 <그알>이 정리한 내용은 이랬다.

세월호 화물칸은 왜 꽁꽁 숨겨야 했을까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세월호에 강정해군기지로 가는 철근이 실려 있었다는 건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진실에 접근할 수가 없다.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세월호에 강정해군기지로 가는 철근이 실려 있었다는 건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진실에 접근할 수가 없다. ⓒ SBS


짧고 굵게 정리해 보자. 참사 당시 세월호에 실린 화물은 적정 중량의 약 두 배가량인 2142톤. 그중 철근 410톤이 실려 있었고, 그중 상당수가 제주 강정 해군기지로 운반되던 철근이었다. 그리고 그 철근은 세월호 지하 5층 화물칸에 실려 있었다.

이러한 사실이 주목받은 것은 2014년 6월 20일 밤 잠수부들이 건져 올린 CCTV 녹화장치 DVR 때문이었다. <그알>은 해경이 이 영상을 확인한 후부터 미수습자 수색 범위에서 화물칸을 제외했다고 한다. 의심을 낳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세월호가 뒤집히면서 가장 아래층인 화물칸이 위로 올라갔고, 그 와중에 승객들이 산소를 구하고자 화물칸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충분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화물칸에 뭐가 실렸기에 해경이 꼭꼭 숨겼을까. 왜 일반 잠수사들은 화물칸 수색에서 배제돼야 했을까. 특조위 조사를 통해 밝혀진 합리적 의심이 바로 이 이 강정 해군기지로 가는 철근의 존재였다.

세월호-국정원-해군기지의 연결고리 속에서 '국가보호선박'이라는 미명 외에 왜 그리 국정원이 세월호를 신경 쓰고 관리했는지 해명과 진상 규명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정원은 아직 '말이 없다'.

"가설이기는 하지만 제주해군기지가 어쨌든 미군 군함도 사용해야 하는 기지고, 그것을 국정원이 순조로운 진행, 이런 것들을 적어도 측면 지원했다고 하면 뭔가 출항이나 이런 것을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죠." (문형구 <미디어오늘> 기자)

"국정원은 인양 작업에까지 관여했을지 모를 일" 

 국정원이 개입한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디까지, 대체 왜 개입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이다.

국정원이 개입한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디까지, 대체 왜 개입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이다. ⓒ SBS


세월호에 드리워진 국정원의 그림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월호 인양과 관련, 정부가 선정한 업체인 상하이 샐비지와 7:3의 비율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한국 업체 오션 씨엔아이 역시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아니, 인양 작업 전체가 의문투성이다. 물론, 이 대목에서도 국정원이 등장한다. <그알>의 문제 제기는 이러하다.

"현대 보령호는 잠수사를 돕는 목적보다 다른 이유로 구조 현장에 보내진 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정부는 세월호 인양 업체를 선정할 당시 그 과정을 매우 비밀스럽게 진행했습니다. 국내 업체들에 심사장소를 하루 전 문자로 통보해 줬고, 심사에 참여한 15인도 지금껏 비밀에 부치고 있습니다.

이런 밀실 심사 결과 선정된 오션 씨앤아이가 국정원이 참사 직후 사고 해역으로 보내려고 했던 보령호의 선주인 건 그저 우연일까요? 어쩌면 국정원은 이미 인양 작업에까지 관여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제작진과 인터뷰한 회사 대표는 자발적으로 세월호 참사 구조에 참여했다고 주장했지만, <그알>이 제시한 정황들은 사뭇 달랐다. 오션 씨앤아이는 업계에선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회사로 평가받고, 인양 관련 기술도 없는 회사였다.

그 회사와 회사 소유의 현대 보령호가 수십억의 공사비를 챙기며 인양작업에서 하는 일은 고작 중국 업체의 업무 보조나 잠수사들의 대기 장소를 제공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오션 씨앤아이 대표는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국정원 직원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았고, 수년 전부터 정부 관련 공사를 따낸 결과 매출이 10배 이상 는 회사였다.

상하이 샐비지의 인양 작업 자체도 미심쩍긴 마찬가지다. 선체 훼손 없이 인양하겠다는 최초 공언과 달리 130개가 넘는 구멍이 뚫렸다. 인양을 순조롭게 하려고 무게를 줄이는 작업이라기엔 시간이 너무 지연됐다. 그 와중에, 인양 방식도 바뀌었다. "그 방식대로라면 130개 넘는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증언이었다. 심지어 외부의 눈을 피해 밤에만 작업하고 있다. 정부와 상하이 샐비지는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상하이샐비지 중국 직원들이 전부 다이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물에 한 번도 안 들어갔습니다." (인양작업 참여 잠수사)

"왜 밤에만 작업하느냐, 낮에 물건 꺼내는 건 전혀 본 적이 없어요. 선체에 뭔가 숨기는 것이 있지 않나 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정성욱 세월호 가족협의회)

이에 대해 관련 부분에 답하는 해양수산부 세월호 인양추진단 담당자, 오션 씨앤아이 대표, 국정원의 해명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국민의 의구심을 키울 뿐이었다. 특히 현대 보령호 지원에 관한 국정원의 공식 답변은 예상된 걸작(?)에 가까웠다. 앞서 <그알>은 오션 씨앤아이 대표가 검찰 진술서를 확보, 세월호 참사 다음 날 국정원 직원이 먼저 현대 보령호의 상태를 확인하고 출항을 도왔다는 사실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현대보령호 출항지원 이유에 대해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재난이나 각종 사고 발생 시 이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관계기관 간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음. 선주요청에 따라 지원한 것이며 세월호 같은 대형참사에서 요청이 와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고 업무 범위를 따질 것이 아님."

다시금 강조되는 세월호 특조위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인양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그들은 사람의 문제에 언제나 비용을, 돈을 이야기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인양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그들은 사람의 문제에 언제나 비용을, 돈을 이야기했다. ⓒ SBS


한 마디로, 업데이트라 할 수 있다. <그알> 제작진은 이미 2년 전 방송에서도 엇비슷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세월호 7시간'이 탄핵정국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금, 국민에게 세월호 침몰 원인과 세월호 인양 과정에 정부, 군, 국정원 등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관련 의혹들을 정리하는 작업은 분명 시의적절해 보인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역시 방송 직후 SNS에 적은 글을 통해 이 점을 높이 샀다.

"인제야 언론이 깊이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세월호참사가 기업의 탐욕, 해피아, 규제 완화, 정부의 무능 때문에 일어난 참사라고 생각했던 분들께는 충격일 것입니다. 단지 그런 이유로만 일어난 참사였다면 우리 유가족들이 이렇게까지 단단히 뭉쳐 싸워올 수 없었겠죠.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은 대한민국을 통째로 인양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국민적 환기는 필요성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반대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 같이 진실을 왜곡하고 언론과 여론을 호도하는 세력이 공개적으로 왜 인양을 반대했는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밀실' 편이 중요한 이유는 특조위의 조사가 왜 필요했는지를 우회적으로 강조했다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 '밀실' 편은 왜 박근혜 정권은 그토록 특조위 조사를 방해하고 탄압했으며, 급기야 특조위를 해산시키려 그렇게 기를 썼는지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에 아른거리는 국정원의 그림자와 함께.

탄핵 이후 국정 역사교과서나 한일 위안부 협상과 같이 박근혜 정권이 퇴행시켰던 결정이나 정책들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조위의 활동 역시 재개돼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세월호 7시간'은 물론 한국사회의 총체적 적폐를 상징하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훨씬 더 빠른 걸음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연이어 4주째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 정권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는 <그알>이 이날 보낸 메시지라 할 만하다. 그리고 오는 14일, 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3차 청문회에서 세월호 관련 의혹을 집중 조명한다.

그것이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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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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