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가 '종영'을 선언했다.

가 '종영'을 선언했다. ⓒ SBS


박수칠 때 떠난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미련'은 생각보다 질기고, 억척스럽게 얽혀든다.

<시즌 1> 박지민, 이하이, 백아연, 윤현상
<시즌 2> 악동뮤지션, 송하예
<시즌 3> 버나드 박, 샘김, 권진아
<시즌 4> 케이티 김, 정승환, 이진아, 서예안
<시즌 5> 이수정, 안예은

매 시즌 '스타'를 발굴하며 '등용문(登龍門)'이자 '산실(産室)'로 자리매김했던 SBS <K팝스타>가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런 '부제'가 붙었다. '더 라스트 찬스'. 우후죽순 생겨났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각자의 동력을 잃어버린 채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고, 어떤 프로그램은 소진된 생명력을 꾸역꾸역 이어가는 '미련함'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K팝스타>는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종영'을 선언했다.

"K팝스타의 시청률이 상승세에 있었던 만큼,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시간을 둬야 했고, 우리도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어서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박진영)

시청률 상승세에도 종영 선언

 <K팝스타>의 가장 큰 버팀목은 세 명의 심사위원이었다

의 가장 큰 버팀목은 세 명의 심사위원이었다 ⓒ SBS


의외의 결정이다. <K팝스타>는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달리, 여전히 높은 화제성과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즌5까지 SBS <일요일이 좋다>의 한 코너였던 편성을 바꿔, 일요일 오후 9시 15분으로 '독립'했음에도 지난 5회의 시청률은 15.6%까지 치솟았다. 시즌4의 최고 시청률이 14.1%, 시즌5는 14.6%였던 점을 미뤄보면, 편성 이동은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오히려 마지막이기에 부담이 없다. 마지막인데 시청률이 너무 많이 나오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 된다"던 양현석의 행복한 고민은 현실이 되고 있다.

'마지막(라스트 찬스)'이기 때문일까. 제작진은 더욱 과감해졌다. 일반 참가자로 국한됐던 '참가 자격'을 허물어버리고 문을 활짝 열었다. 기성 가수뿐만 아니라 다른 소속사와 계약된 연습생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덕분에 MBK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가수 샤넌과 걸그룹 '디아크'로 데뷔했던 전민주, 연습생 출신 김소희의 재능 넘쳤던 춤과 피프스 하모니(Fifth Harmony)의 'BO$$'와 한복을 조화시킨 정지호의 범상치 않았던 무대를 볼 수 있었다.

언뜻 Mnet <프로듀스101>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지만, 전체 참가자 중에서 연습생은 일부에 지나지 않아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늘 그랬던 것처럼 <K팝스타>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原石)'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존재는 그 누구보다 돋보인다. 훈훈한 외모와 매력적인 목소리를 선보였던 문형서는 박진영으로부터 '흥미로운 참가자'라는 평가를 얻었고, '트로트 영재' 14살 참가자 김태민은 지적받았던 단점을 곧바로 수정하는 뛰어난 흡수력을 보여줬다.

<K팝스타>에서 만난 빛나는 도전자들

 <K팝스타6-더 라스트 찬스>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SBS


10살 참가자 한별은 믿기지 않는 놀라운 무대를 선보였다. 그 재능에 반한 양현석은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무조건 TOP20까지 이끌고 가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또 한 명의 10살 참가자 '꼬마 힙합 보이' 김종섭은 자작 랩과 춤을 통해 객원심사위원들로부터 만장일치를 받아냈다. '대구 달서구 사는 99년생 이가영'은 휘트니 휴스턴의 <All The Man That I Need>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불러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백선녀는 단점을 찾을 수 없는 노래 실력을 뽐내 '역대급 무대'를 선사할 거란 기대감을 품게 했다.

이쯤 되니 <K팝스타>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종영한다는 사실이 더욱 아쉽기만 하다. 물론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이 참가자들을 이 자리로 불러 모았고, 그들을 더욱 절박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마지막'이라는 절실함은 양현석 · 박진영 · 유희열 세 심사위원에게서도 느껴진다. 재능으로 가득 찬, 무한한 가능성이 넘쳐나는 '원석'의 존재와 이들을 향해 냉정한 평가와 세심한 조언, 그리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세 심사위원의 매력이 <K팝스타>를 지탱하는 두 축이었다면, <K팝스타6-더 라스트 찬스>는 그 두 가지가 더욱 극대화된 느낌이다.

<K팝스타>의 세 멘토, 그들의 따뜻한 조언들 

 <K팝스타6-더 라스트 찬스>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SBS


가령, 12살의 나이에 SBS <스타킹>에 출연하고, 이어 JTBC <히든싱어2>에서 아이유 모창자로 얼굴을 알리며 2014년 가수로 데뷔했던 샤넌은 자신만의 목소리와 색깔을 잃어버린 스스로를 바라보며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박진영은 그런 샤넌의 노래를 듣고 "진짜 노래하는 기계인 줄 알았다"며 그가 안고 있는 고민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박진영은 시청자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는 심사위원이지만, 그가 보여주는 통찰력은 예리하고 묵직하게 참가자들에게 가닿는다.

샤넌은 박진영의 밀착 트레이닝을 통해 "고음 부분에서 입을 크게 벌리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단점을 지적받았고, 포기를 절대 안 하는 성격의 사년은 밤새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오랫동안 몸에 뱄던 버릇을 고치고야 말았다. 마이클 잭슨의 <맨 인더 미러(Man in the mirror)'>를 완벽하게 소화한 샤년은 세 명의 심사위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샤넌의 경우는 재능과 노력, 그리고 멘토의 영향이 극명하게 표출된 <K팝스타>만이 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가장 잘 드러난 케이스였다.

참가자들의 성장, 두근 거린다

 <K팝스타6-더 라스트 찬스>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SBS


"It sounds cool(듣기 좋잖아요)." 천재적인 음악성을 지닌 텍사스 15살 참가자 이성은에게서 우리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순수함이 묻어나는 '천재성'은 부러움과 시기를 넘어 묘한 청량감마저 느껴진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진다. 이성은은 박진영의 <허니>를 재해석해 자신만의 무대를 보여줬는데, 세 명의 심사위원들이 말을 잃어버릴 만큼 훌륭한 편곡이었다. 음악을 배운 적 없이(그는 '화성학'을 아예 몰랐다), 오로지 듣기 좋은 소리를 좇아 손가락을 움직여 기타를 연주하는 그 모습은 경탄스러웠다.

"아저씨 노래를 망친 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수줍어하는 이성은에게 박진영은 "내 노래를 망친 게 아니라 나를 망쳤다"고 화답했다. 이성은의 경우는 훈련받은 샤넌의 경우와 달리, <K팝스타>가 기존에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았던 '이유'를 잘 보여준 무대였다. 고작 15살에 불과한 그가 앞으로 음악 자체를 즐기며 성장해나갈 걸 생각하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잠재력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다려진다.

이제 2라운드가 막 시작됐을 뿐이다. 1라운드를 통과한 60명 가운데 고작 2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더욱 놀라운 재능들이 방송을 통해 전해질 테고, 우리는 그들의 무대를 통해 깊은 감동 속에 빠져들 것이다.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미리 고맙단 인사를 건네고 싶다. 새로운 세대를 발굴하고, 지원하고, 그들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애썼던 <K팝스타>와 세 명의 심사위원들에게 말이다.


K팝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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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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