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 첫사랑이자 우상이었던 고 신해철은 이제 팬들 마음속에 영원한 별이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그를 그리워하고 있을 팬들의 하늘로 부치는 팬레터를 소개합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진과 편지를 보내주신 고 신해철 팬클럽 Crom's Ironside(철기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편집자말]
고 신해철, 가왕의 영면 고 신해철의 장례식이 열린 5일 오후 고인이 영면할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고인을 추모하는 장식물이 전시되어 있다.

▲ 고 신해철, 가왕의 영면 고 신해철의 장례식이 열린 지난 2014년 11월 5일 오후 고인이 영면할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고인을 추모하는 장식물이 전시되어 있다. ⓒ 이정민


어느덧 날씨가 쌀쌀해지고 찬바람이 부는 걸 보니 형이 떠난 날이 가까워지고 있나 봐요.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형이 많이 그립네요.

형은 잘 지내고 계시죠? 너무나 잘 지내고 계실 것 같아 가끔은 얄밉게 느껴지기도 해요.

물론 저희도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날 이후 우리 팬들은 더 돈독해졌어요. 옛날 추억, 기억 이야기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형이 남겨주신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하고, 지금도 함께 열심히 '팬질'하고 있습니다. 형님은 여전히 우리에겐 최고의 꽃미남이고 절대 카리스마 록스타이며 천재뮤지션입니다. 이제는 진정한 우주 대스타가 되셨고요. 하하하.

형님, 저 이제 두 아이 아빠됐습니다

 신해철 팬클럽으로부터 받은 사진. 팬들은 아직 신해철을 기억하고 있다. 박혜주님 97.8.15. 넥서스 창단식

지난 1997년 8월15일. 넥스트 팬클럽 '넥서스'의 창단식 사진이다. ⓒ 박혜주


저희 가족은 운 좋게도 형이랑 추억을 많이 남길 수 있었어요. 팬클럽 내에서 만나 결혼하다 보니 형이 공연장에서 프러포즈하게 해주셨잖아요. 뱃속 아기에게 '성골 1세'라고 명명도 해주시고... 저희 부부는 성은이라도 받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무대 위에서 프러포즈했던 날, 형이 안아 주셨을 때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형이 다한증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무대 위에서 그렇게 많은 땀을 흘리시는지는 몰랐어요. 그 축축함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사실 '아 우리 형 진짜 열심히 하는구나!' 싶어 울컥하기도 했었네요.

 신해철 팬클럽으로부터 받은 사진. 팬들은 아직 신해철을 기억하고 있다. 황원정님 08.3.8. 쾌변독설 사인회(잠실 교보문고)

지난 2008년 3월 8일, 신해철의 <쾌변독설> 사인회가 서울 잠실 교보문고에서 진행됐다. ⓒ 황원정


형님. 그루가 어느덧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형님이 그루에게 덕담해 주신대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요. 형님이 계속 계셨다면 아마 이제는 무대 위에서 안아주는 건 포기하셨을 정도로 자랐답니다. 그리고 저희 성골 가족에 공주님(여름이)도 하나 생겼어요. 이제 100일이 조금 지났네요.

근데 임신 날짜를 맞춰보니 형님 1주기 때와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여름이는 형님이 주신 선물이다, 생각하고 잘 키우고 있어요. 물론 형님 1주기를 경건하게 보내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지만... 형님은 이해해 주실 거라 믿어요.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황망했던 죽음...억울함에 가슴을 쳤습니다

 신해철 팬클럽으로부터 받은 사진. 팬들은 아직 신해철을 기억하고 있다.신해철이 안치된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팬들이 남긴 쪽지들

신해철이 안치된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팬들이 남긴 쪽지들. 팬들은 아직 신해철을 기억하고 있다. ⓒ KCA


2년 전 형님이 6년 만에 새 앨범을 내셨을 때, 다시 만난 반가움에 이제 막 설렜어요. 그때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던 형님의 모습이 기억나 더 가슴이 아파요. 어린 아이돌 가수들 사이에서 기죽지 말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조공이란 것도 해봤는데... 형이 떠난 뒤엔 더 멋지게, 더 편안하게 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책감도, 아쉬움도 드네요.

형이 황망하게 세상을 떠나신 후, 한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어요. 현실부정도 해보고, 눈물도 쏟아보고, 억울한 마음에 자다 일어나 가슴 친 적도 여러 번이었어요. 그러다 잊은 척 해보기도, 정말 잊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벌써 2년이 지나버렸네요.

지금도 가끔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지만, 슬픔을 애써 지우려 노력하기보다는 그냥 슬픈 채로 가슴에 남겨 두려 합니다. 야속하지만 시간은 저희에게도 약이 되고 있나 봐요. 하지만 지금도 가끔 위로가 필요하고 용기가 필요할 때, 누구를 떠올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형이 제게, 우리에게 정말 큰 존재였다는 걸, 형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더 실감하고 있습니다. 형은 제 삶의 멘토였고, 인생의 지침서였고, 사회를 바라보는 창이었어요. 형의 말 한마디, 노래 한 소절이 우리에게는 힘이었고, 위로였고, 고마움이었습니다.

형님은 언제나 저희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스타셨어요. 먼 곳으로 떠나셨지만, 저희는 앞으로도 형님이 일러주신 대로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내겠습니다. 형님과 형님의 음악을 만나,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그곳에서 형님도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어느새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성갑 올림.

 신해철 팬클럽으로부터 받은 사진. 팬들은 아직 신해철을 기억하고 있다. 신해철이 안치된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팬들이 남긴 쪽지들

굿바이 얄리. 잘 가요. 민물장어의 꿈을 기억할게요. ⓒ KCA



신해철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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