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 경기. 9회말 1사 만루 때 NC 용덕한이 짜릿한 역전 끝내기 안타를 날리며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순간 LG 선수들이 허탈한 모습으로 서 있다.

21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 경기. 9회말 1사 만루 때 NC 용덕한이 짜릿한 역전 끝내기 안타를 날리며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순간 LG 선수들이 허탈한 모습으로 서 있다. ⓒ 연합뉴스


2016 가을야구의 대세는 투고타저다. 와일드카드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8경기를 치른 현재 경기당 평균 득점은 5.1점에 불과하다. 올해 정규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이 무려 11.2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반토막이 난 수치다. 팀당으로 따지면 2~3점을 뽑는 것도 힘겨웠다는 의미다. 몇년째 타고투저가 득세하던 정규시즌 판도와는 180도 달라진 흐름이다.

올해 가을야구에서 한 경기 최다점수가 나온 경기는 17일 LG와 넥센의 준PO 4차전(5-4)의 9점이었다. 두 자릿수 점수가 나온 경기는 아직 전무하다. 한 팀 최다득점-최다점수 차 경기는 13일 준PO 1차전(7-0, LG 승)이었다. 8경기 중 6경기에서 3점 차 이내에 승부가 갈렸다. 포스트시즌 들어 대부분의 경기가 투수전의 양상으로 흐르면서 타자들이 득점을 뽑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발야구도 올해 가을야구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정규시즌 10개 구단 선발투수들의 평균 소화이닝은 4.25이닝으로 5이닝이 채 안된다. 퀵후크의 상징으로 꼽히는 김성근 감독의 한화는 선발진이 가장 적은 4.08이닝만을 책임지며 평균이닝을 깎아먹는 데 공헌했다. 하지만 올해 가을야구 8경기에서는 선발투수들이 5.95이닝을 책임지고 있다. 총 16명의 선발투수가 등판하여 퀄리티스타트(QS) 이상을 기록한 것만 벌써 11차례나 된다.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르고 있는 LG가 6번의 QS를 달성했고 기아와 NC가 각 2번, 넥센이 1번을 기록했다. 7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도 벌써 8차례나 나왔다.

포스트시즌,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는 투수들

LG는 데이비드 허프-헨리 소사-류제국-우규민으로 이어지는 4선발진을 운용하고 있다. 보통 3선발 체제로 운영되는 포스트시즌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선택이다. 선발진에 대한 LG의 강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허프는 기아와 와일드카드 1차전(7이닝 4실점 2자책)와 넥센과 준PO 3차전(7이닝 1실점),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7이닝 2실점)까지 3경기 연속 7이닝을 책임지는 역투를 선보였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 역시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6이닝 무실점),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6.2이닝 무실점)까지 12.2이닝 연속 무실점의 역투로 제 몫을 다했다.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LG가 플레이오프까지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선발투수들의 잇단 호투 덕분이었다.

NC도 플레이오프에서 막강 선발진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에릭 해커(1차전 7이닝 3피안타 2피홈런 2실점)와 재크 스튜어트(7.1이닝 2피안타 1사구 7탈삼진 무실점)의 원투펀치가 LG의 소사-허프와 맞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피칭을 펼치며 2연승의 밑거름을 마련했다. NC는 1차전에서 9회 LG 마무리투수 임정우를 공략하며 끝내기 역전승을 일궈냈고 2차전에서는 박석민의 결승 투런 홈런으로 허프를 무너뜨리며 2경기 연속 이어진 명품투수전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NC는 원종현-이민호-임창민 등 토종 불펜진 역시 2연전 동안 3.2이닝 무실점의 안정된 뒷심으로 상대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선발야구의 중심은 역시 외국인 투수들이다. 총 11번의 QS 중 9번이 외국인 투수들에게서 나왔다. 가을야구에 탈락한 팀들도 헥터(기아), 밴 헤켄(넥센) 등 외국인 에이스들은 제 몫을 해냈다. 외국인 투수가 QS에 실패한 것은 스캇 맥그레거(넥센) 뿐이다. 국내 투수가 QS를 기록한 것은 양현종(기아)와 류제국(LG)각 1번씩 달성했다. 한편으로 KBO에서 외국인 투수들의 비중이 얼마나 큰 지를 확인시켜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팽팽한 투수전, 1점 뽑는 세밀한 야구와 장타가 변수

현재까지 가을야구의 판도 역시 투수력의 수준과 사실상 일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규시즌 3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넥센이 정작 포스트시즌에서는 마운드 열세를 드러내며 LG에 1승 3패로 무릎을 꿇은 게 좋은 예다.

넥센이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2차전에서는 에이스 밴 헤켄의 호투(7.2이닝 1실점)의 호투가 있었다. 하지만 신재영과 맥그레거가 나선 나머지 3경기에서는 나란히 선발싸움에서 밀리며 주도권을 내줬다. 4차전에서는 불펜진이 4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했다. 정규시즌 팀 타율 2위, 득점권 타율 1위를 기록했던 넥센 타선이지만 준PO에서 LG 마운드로부터 뽑아낸 점수는 경기당 평균 2.5점(총 10점, 영봉패 1회)에 불과했다.

LG 타선 역시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이번 가을야구에서 뽑아낸 평균 점수는 2.75점(총 22점)에 불과하다. 플레이오프 2연승을 거둔 NC도 득점은 2경기에서 단 5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결국 투수력이 팀을 먹여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투고타저의 가을야구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조짐이다. 단기전의 중압감 속에 투수들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이른 반면, 타자들의 타격감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이미 한국시리즈에 직행해있는 두산 역시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 등 리그 최강의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투수전이 거듭되면 벤치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승부처에서 희생번트와 주루플레이 등 1점을 짜내기 위한 작전야구의 비중이 높아진다. 연속 집중타보다는 투수들의 실투를 노려서 장타 한 방으로 흐름을 바꾸는 홈런의 역할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규시즌과는 또 다른, 투수전만의 재미와 긴장감이 야구팬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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