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잘 아는 사람들 앞이라 더 잘하고 싶었겠지만 그들은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며 가슴을 활짝 펴지 못했다. 한 번 떠난 친정 발걸음이 그만큼 어려운 것임을 절감했을 것이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바르셀로나(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20일 오전 3시 45분 바르셀로나에 있는 에스타디오 캄프 누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C조 맨체스터 시티 FC(잉글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리오넬 메시의 해트트릭 맹활약에 힘입어 4-0으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바르셀로나는 3연승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골키퍼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

    프리메라리가 개막전 바르셀로나와 레알 베티스와의 경기에서 평점 10점 만점을 받은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사진)가 패스할 공간을 찾고 있는 모습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축구가 실수의 스포츠라는 말이 또 한 번 확인된 경기였다. 순간적으로 공격과 수비 입장이 바뀔 수 있는 특성상 그 중요한 갈림길에서 얼마나 실수를 줄이고 유기적인 조직력과 완벽에 가까운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경기 시작 후 17분 만에 바르셀로나의 결승골이 리오넬 메시의 발끝에서 나왔다. 이니에스타가 밀어준 공이 맨시티 미드필더 페르난지뉴 앞으로 굴러왔지만 그만 미끄러지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기회를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가 놓칠 리 없었다.

원정 팀 맨시티에는 오랜만에 친정 팀의 홈 구장 캄프 누에 찾아온 인물이 둘이나 있었다. 한 명은 맨시티의 새 감독 펩 과르디올라이고 다른 한 명은 장갑을 끼고 골문을 지킨 클라우디오 브라보였다.

바르셀로나의 티카타카 전성기를 이끌어낸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시티 선수들을 4-3-3 포메이션으로 구성하여 비교적 자신감 넘치는 경기력을 전반전 내내 보여주었다. 케빈 데 브라위너의 날개 공격과 중앙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간의 유연한 드리블 실력은 바르셀로나 수비수들이 좀처럼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37분 놀리토의 슛과 38분에 곧바로 이어진 귄도간의 슛은 맨시티의 경기력이 얼마나 바르셀로나를 위협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줬다. 특히, 일카이 귄도간의 부드러운 드리블과 오른발 슛 동작은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바르셀로나 골키퍼 테어 슈테겐이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기막히게 막아내 점수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후반전 초반에 예상하지 못한 큰 갈림길이 만들어졌다. 53분에 친정 팀을 찾아온 맨시티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결정적인 패스 미스를 저지른 끝에 고의적인 페널티 지역 밖 핸드 볼 반칙을 저지르며 곧바로 퇴장당한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골잡이 수아레스가 재치있게 브라보의 패스 미스를 가로채 찍어차기를 시도한 것이 먹혀 들었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실수하였으며 이를 상대가 어떻게 역이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 축구장에서 갈림길을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리오넬 메시, 해트트릭 완성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신 리오넬 메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주장 이니에스타의 도움을 받아 추가골을 터뜨리며 맨시티를 완전히 주저앉혔다. 골키퍼라는 특수 포지션의 선수가 저지른 실수 이후의 어리석은 대처가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잘 가르쳐주는 장면이었다.

맨시티의 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69분에 귄도간의 백 패스가 존 스톤스에게 어정쩡하게 흘러가는 것을 본 루이스 수아레스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가 동료 리오넬 메시를 한 번 더 빛냈다. 특정한 실력자 혼자서 만든 해트트릭이 아니라 동료들과의 조직력과 믿음으로 만든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이렇게 내리 세 골을 터뜨린 리오넬 메시는 89분에 동료 네이마르의 쐐기골까지 도우며 이 경기 4득점 모두를 자신의 발끝으로 만들어내는 놀라움을 보여주었다. 그는 역시 축구의 신 '메시'였다.

네이마르는 이 쐐기골 직전에 얻은 페널티킥을 맨시티 골키퍼 카바예로의 선방에 막히는 바람에 얼굴을 들지 못했지만 리오넬 메시 덕분에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게 됐다.

이제 두 팀은 다음 달 2일 장소를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으로 옮겨서 다시 한 번 맞붙는다. 이번에 자존심을 구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불편했던 친정 나들이를 끝내고 안방에서는 어떻게 대처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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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C조 결과(20일 오전 3시 45분, 캄프 누)

★ FC 바르셀로나 4-0 맨체스터 시티 [득점 : 리오넬 메시(17분,도움-이니에스타), 리오넬 메시(61분,도움-이니에스타), 리오넬 메시(69분,도움-수아레스), 네이마르(89분,도움-리오넬 메시)]

◇ C조 현재 순위표
FC 바르셀로나 9점 3승 13득점 1실점 +12
맨체스터 시티 4점 1승 1무 1패 7득점 7실점 0
VfL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3점 1승 2패 3득점 6실점 -3
셀틱 FC 1점 1무 2패 3득점 12실점 -9
축구 리오넬 메시 챔피언스리그 펩 과르디올라 FC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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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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