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월드컵축구 대표팀 감독이 26일 발표한 23명의 대표팀 명단 중 8명을 K리그 선수로 채웠다. 왼쪽부터 권순태(전북), 곽태휘(서울), 이용(울산), 정동호(울산), 홍철(수원), 김보경(전북), 이재성(전북), 김신욱(전북)이 이름을 올렸다.

울리 슈틸리케 월드컵축구 대표팀 감독이 26일 발표한 23명의 대표팀 명단 중 8명을 K리그 선수로 채웠다. 왼쪽부터 권순태(전북), 곽태휘(서울), 이용(울산), 정동호(울산), 홍철(수원), 김보경(전북), 이재성(전북), 김신욱(전북)이 이름을 올렸다. ⓒ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61, 독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여론을 수렴해 변화를 택했다. 지난 26일 발표된 국가대표팀 명단은 지난 9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2차전에 임했던 대표팀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고(8명), 대표팀 명단을 23명으로 모두 채웠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월 2연전(카타르-이란)에 나설 대표팀은 오는 10월 3일 훈련지인 수원에서 소집되고, 6일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인 카타르전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다. 한국 시각으로 10월 11일에는 이란과의 최종예선 4차전을 원정경기로 치르게 된다.  

러시아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9월 최종예선 1·2차전(중국, 시리아)에서 경기력과 결과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3·4차전은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이번 국가대표팀 명단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의 신중함을 느낄 수 있었고, 필승의 의지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대표팀 명단을 통해 주목해야 할 점은 크게 3가지다.

1. 대표팀에 복귀한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

 경기력 부진에 빠진 축구 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3, 4차전을 앞두고 '꺽다리 골잡이' 김신욱(전북)을 1년여 만에 호출했다. 사진은 2015년 8월 열린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

경기력 부진에 빠진 축구 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3, 4차전을 앞두고 '꺽다리 골잡이' 김신욱(전북)을 1년여 만에 호출했다. 사진은 2015년 8월 열린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 ⓒ 연합뉴스


지난 9월 대표팀 명단을 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것은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의 숫자가 너무 적었다는 점이었다.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이었던 시리아전(6일)에서 일찍 소속팀에 합류한 손흥민(24, 토트넘 홋스퍼)을 대신해 황의조(24, 성남FC)가 명단에 들어오면서 K리거 숫자가 4명으로 늘기는 했지만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다수의 선수가 대표팀에 합류했고, 전술의 다양성을 더할 가능성이 커졌다.

먼저 196cm의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28, 전북 현대)이 대표팀으로 돌아왔다. 김신욱은 지난해 7월 열린 동아시안컵 이후 15개월 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했다. 최근 김신욱은 K리그 클래식과 2016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굉장히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특히, 김신욱은 지난 13일 2016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상하이 상강과의 경기에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타켓형 스트라이커로서 공중볼 싸움에서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고, 동료들에게 세컨드 볼 기회를 수차례 제공하는 등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최근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는 득점력도 선보였다. 김신욱이 선발로 출전한 지난 21일 제주와의 리그 경기에서는 머리와 발로 각각 한 골씩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현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라 할 수 있는 석현준(25, 트라브존스포르)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선수란 점이 전술의 다양성을 더해준다. 김신욱이 선발로 나서지 못하더라도 후반 상대 수비진의 체력이 떨어졌을 때 투입된다면, 전혀 다른 스타일의 축구로 상대 골문을 위협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석현준과 김신욱의 동시 투입을 통해 상대 수비에 큰 부담을 가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2. K리그 최고의 미드필드 조합, 대표팀에서도 볼 수 있을까

    지난달 23일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전북 현대와 상하이 상강과의 경기에서 전북의 핵심 미드필드 김보경이 상대 수비와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전북 현대와 상하이 상강과의 경기에서 전북의 핵심 미드필드 김보경이 상대 수비와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현재 K리그 최고의 팀은 리그 32경기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전북 현대다. 이런 전북을 이끄는 핵심 선수는 중앙 미드필드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보경(26, 전북 현대)과 이재성(24, 전북 현대)이다. K리그 팀들이 전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버틴 미드필드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김보경(4골·6도움)과 이재성(2골·8도움)의 기록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창의적인 패스와 공격 전개는 매 경기 다른 선수들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에 있음을 보여준다. 공간을 향해 연결하는 패스는 레오나르도(30, 브라질)와 로페즈(25, 브라질)의 스피드를 살려주고,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간결한 패스는 전북의 득점력을 높여준다. 또한,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는 활발한 움직임은 상대 수비에 심한 부담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 두 선수는 수비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공격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 때에 따라서는 최후방까지도 내려와 수비에 힘을 보태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특히, 볼을 빼앗겼을 때부터 이루어지는 이들의 압박은 전북의 빠른 역습을 주도한다.

현재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선수들이라 할 수 있는 김보경과 이재성이 모두 대표팀에 합류한 만큼 기성용(27, 스완지시티)을 수비형 미드필드로 활용하고, 김보경과 이재성을 중앙에 배치하는 전략도 한 번쯤 고민해볼 수 있다. 기성용의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3선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맡아본 경험이 많고, 이재성과 김보경 모두 활동량이 풍부한 데다 수비적인 능력 또한 준수한 편이기 때문에 이들의 조합은 상대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드를 사용했을 경우, 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점을 수차례 보였기 때문에 이들의 조합을 한 번쯤은 고민해볼 만하다.

3. 베테랑 곽태휘의 복귀... 수비진의 안정 더할까  

 울리 슈틸리케 월드컵축구 대표팀 감독이 26일 23명의 대표팀 명단 중 8명을 K리그 선수로 채웠다. 이중 대표팀에 복귀한 곽태휘의 지난 국가대표 시절 모습.

울리 슈틸리케 월드컵축구 대표팀 감독이 26일 23명의 대표팀 명단 중 8명을 K리그 선수로 채웠다. 이중 대표팀에 복귀한 곽태휘의 지난 국가대표 시절 모습. ⓒ 연합뉴스


지난 중국(1일)과의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목표였던 승점 3점을 챙기기는 했지만,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순식간에 2실점을 하면서 수비에서의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중앙 수비수 홍정호(27, 장쑤 쑤닝)가 실점이나 다름없는 상황을 두 차례나 태클로 막아내지 못했더라면, 패배할 수도 있는 경기였다.

이때 가장 아쉬운 점이 베테랑 수비수의 부재였다.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35, FC서울)가 대표팀에 복귀하면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곽태휘는 지난 6월 5일 체코와의 원정 경기에서 수비진을 이끌며 팀 승리에 크게 일조한 모습에서 보았듯이, 대표팀의 맏형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다만 매 경기 바뀌는 대표팀 수비 조합에는 문제가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9월 아시아 최종예선 1·2차전에서 중앙 수비수 조합을 전혀 다르게 사용했다. 첫 경기 중국전에서는 홍정호와 김기희(27, 상하이 선화)가 나섰고, 시리아전에서는 김영권(26, 광저우 에버그란데)과 장현수(24, 광저우 R&F)가 나섰다.

문제는 공격과 달리 수비는 개인의 능력보다 조직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부분에 있다. 공격수는 10번의 기회 중 단 한 차례만 득점으로 연결해도 박수를 받는 때가 많지만, 수비수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월드컵으로 향하는 과정에서부터 수비 조직력을 갖춰나가야만 지금보다 강한 팀을 만났을 때, 잘 대응할 수 있다. 매 경기 중앙 수비수 조합을 바꾸기보다는 중앙 수비진만큼은 주전을 확실히 정해서 조직력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김진수(24, 호펜하임)와 박주호(29, 도르트문트)가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며 생긴 왼쪽 풀백에 대한 문제는 홍철(26, 수원 삼성)이 해결할 전망이다. 최근 홍철은 부상에서 회복한 뒤 소속팀 수원을 이끌고 있다. 특히, 수비뿐 아니라 강점이던 공격 가담 능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다는 점은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 이후 1년 3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정동호(26, 울산 현대)와 오재석(경고 누적으로 카타르전 결장)은 양쪽 측면 수비를 모두 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 여기에 이용(29, 울산 현대)이라는 전문 오른쪽 풀백은 대표팀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정성룡(31, 가와사키 프론탈레)이 부상으로 빠진 골키퍼 자리는 권순태(32, 전북 현대)가 대신했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김승규(25, 비셀 고베)가 대표팀의 골문을 지킬 가능성 크다. 다만, 슈틸리케 감독은 골키퍼 포지션에서도 매 경기 같은 선수를 활용하기보다는 여러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편인데 카타르와의 홈경기에서는 김진현(29, 세레소 오사카)이나 권순태가 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번 10월 아시아 최종예선 2연전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A조에서 우즈베키스탄이 2연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챙겨야 할 승점을 제대로 얻지 못한다면 월드컵 본선행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번에는 철저한 준비와 함께 경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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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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