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연속 일본 만화대상을 수상한 동명의 원작
▲ 제48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오피셜 판타스틱-특수효과상
▲ 제34회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황금까마귀상
▲ 제36회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오리엔트익스프레스-특별상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좀비 영화이다. 그것도 꽤 훌륭한 좀비 영화이다.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좀비 영화이다. 그것도 꽤 훌륭한 좀비 영화이다. ⓒ 영화사 빅


전 세계에 무려 600만 부가 판매된 하나자와 켄고(花沢健吾)의 인기 만화 <아이 엠 어 히어로>가 영화로 제작됐다. <간츠><도서관 전쟁 > 등을 연출했던 사토 신스케(佐藤信介)가 감독을 맡았고,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를 모두 석권했다. 특히 제23회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는 <부산행>의 프리퀄 격인 연상호의 애니메이션 <서울역>과 경쟁을 벌였는데, 결국 최우수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까마귀상을 <아이 엠 어 히어로>가 차지했다. 그만큼 저력이 있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ZQN(조쿤)'에 감염된 사람들이 끔찍한 모습의 좀비로 변한다. 이 괴상망측한 좀비들은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다. 그리하여 좀비들은 순식간에 도쿄 전역으로 퍼져 나간다. 도시는 혼돈에 빠져들고,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그야말로 '생존기'를 써내려간다. 아무래도 '익숙한' 전개가 아닌가?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좀비물'이라는 장르적 속성으로 보나, 설정과 전개 등 내용적으로 보나, 개봉 시기로 보나 여러모로 <부산행>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부산행>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 작품

 <아이 엠 어 히어로>와 <부산행> 포스터. 두 영화를 비교해서 보면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 엠 어 히어로>와 <부산행> 포스터. 두 영화를 비교해서 보면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영화사 빅, NEW


두 영화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라는 설명만 던질 뿐, 그 원인의 실체나 이유 등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물론 '해결책'에도 무감각하다. 주목하는 건 '현상'뿐이다. 좀비가 출현했을 때, 그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리고 각각의 개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는지에 집중한다. 다만,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천만 관객'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말랑말랑'한 좀비물이라면,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작정을 하고 만든 '하드고어' 좀비물이다. 과감하게 청소년관람불가를 선택한 만큼, 제대로 '피칠갑'을 한다.

어찌됐든 <아이 엠 어 히어로>는 <부산행>의 덕을 보면서 출발선에 섰다. 아무래도 '좀비물'에 대한 대중의 태도가 좀더 부드러워졌고, 이해와 관용의 폭도 훨씬 커진 게 사실이다. 무려 1156만 4345명이 '좀비'를 경험했기 때문에 영화관에서 <아이 엠 어 히어로>를 선택하는 것도 그리 어색하진 않으리라. 실제로 개봉 6일 만에 16만 관객을 돌파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내용적으로는 <부산행>에 비해 훨씬 더 깊이가 있다. <부산행>이 '기차'라는 좁은 공간을 배경을 했다면, <아이 엠 어 히어로>는 도심 전체를 무대로 삼는다. 자연스레 이야기도 풍성하다.


가령, 기존의 좀비물에서는 감염과 동시에 '몰개성화'되는 좀비들에게 '개성'을 부여한 점은 흥미롭다. 훨씬 더 강력해진 좀비들은 '과거'에 얽매여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이 묘사는 '진짜 좀비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이기도 하다. 회사원이었던 A는 좀비가 돼서도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고 출근하는 행동을 하고, 쇼핑에 꽂힌 B는 좀비가 된 후에도 쇼핑에 천착한다. 인근 대학교 높이뛰기 선수였던 C는 계속해서 달리고 뛴다. 좀비의 '개성화'는 영화의 후반부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 준다.

영화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설정은 주인공인 히데오(오오이즈미 요)가 이름의 뜻(히데오=영웅)과 달리 '평범'하다 못해 '찌질'한 '루저'라는 것이다. 그는 15년 전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촉망받는 만화 작가였지만, 지금은 어시스턴트로 인하는 사실상 '실업자'다. 변변한 수입이 없기 때문에 여자친구인 뎃코(가타세 나나)의 집에 얹혀 사는 신세다. 뎃코는 긴 세월 무능력한 남자친구를 인내하며 살아 왔지만, 그가 연거푸 연재 기회를 얻는 데 실패하자 이별을 통보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연애에 지친 것이다.

몇 가지 아쉬운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보자 못한 남자)가 '각성'을 통해 이름에 걸맞은 '영웅'으로 거듭나 좀비들을 무찌르는 '해피 엔딩'으로 흘러간다. 슈퍼 히어로들이 나와서 악을 처단하는 영화가 주는 쾌감과는 달리 평범함이 위대함으로 재탄생되는 스토리는 또 다른 느낌의 짜릿함을 준다. 그건 '나'를 대입시켜 보는 '묘한' 쾌감이다. 원작인 만화 <아이 앰 어 히어로>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을 평범한 남자로 설정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겁이 많고 소심했던 히데오가 갑자기 '영웅'의 기개를 갖추고, 취미로 한다던 사격을 '프로 선수' 급으로 해내는 건 의아함을 자아낸다. 또, 영화가 '여성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은 아쉽기만하다. 가령, 히데오는 도망을 치다가 만난 여고생 히로미(아리무라 카스미)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야부(나가사와 마사미)의 '자극'에 의해 자신의 이름인 '영웅'의 진면목을 열어젖힌다. <부산행>에서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그려졌던 여성이, <아이 엠 어 히어로>에서는 '남성을 각성시키는 존재'에 머무른다.

위기의 순간에 무전기를 통해 히데오를 애타게 찾는 야부의 모습은 개연성이 결여돼 매우 어색하게 보인다. 모든 영화가 <고스트 버스터즈>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 식의 진부한 접근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이 엠 어 히어로>는 <부산역>에서 다 해소하지 못한 좀비에 대한 갈증을 상당히 해소시켜 준 수준급 영화였다. 게다가 좀비에 '개성'을 부여하고, 새로운 의미를 가미한 건 놀라웠다. '좀비물'의 확장판이라고 할까? 약간(?)의 잔인함을 견딜 수 있다면 꼭 한 번 보길 권한다.

아이 앰 어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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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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