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벽을 쌓아 구제불능이라고 불리는 한 소녀의 명문대 진학기를 다룬 영화. 영화 제목만 봐도 결과가 뻔히 보이는 영화지만 메세지가 크다면 이 영화를 지나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도이 노부히로의 영화다. 이 감독의 대표작으로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영화가있다.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로 꼽히기도 하는 명작을 만들어낸 이 감독의 신작이라면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전교 꼴찌 소녀, 명문대 목표로 공부를 시작하다

불량소녀 너를응원해 입시학원의 첫 테스트시험장면

▲ 불량소녀 너를응원해 입시학원의 첫 테스트시험장면 ⓒ 글뫼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여주인공 사야카는 초등학교 시절 왕따를 당해 혼자 지낸다. 따돌림이 심해져 학교에 가기 싫다는 사야카를 보며 어머니는 전학을 결심한다. 그렇게 사야카는 전학을 가고 친구를 사귀게 된다. 친구와 노는 것이 삶의 낙이 되어 공부를 포기한 사야카. 밤에는 클럽에 다니면서 노는 불량 학생의 표본을 보여준다.

그렇게 지내다 고2 첫학기 수업날 인생이 바뀔 만한 일을 맞는다. 수업시간에 담배를 걸려 퇴학 위기에 처해진 것. 우여곡절 끝에 무기정학을 받게 되지만 사야카는 "내가 무슨 대학이야"라며 금발로 머리를 염색하는 등 침울하다.

이런 사야카에게 어머니는 일대일 입시학원을 소개한다. 입시학원 첫 상담날 초긍정 츠보미 선생님은 무작정 일본사립학교 중 최고인 게이오대학에 진학하자고 말한다. 이를 들은 사야카는 "제가 게이오대학이라니 무리입니다" 라고 말하지만 얼떨결에 게이오대학을 목표로 수험준비를 시작한다. 

과연 사야카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게이오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까.

전교 꼴지 갸루 소녀는 동서남북 구분도 할 줄 모른다. 영어 단어 'STRONG'의 뜻을 이야기가 길다(story + long 이라는 사야카의 해석) 라고 말하고, 산타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등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사야카는 입시학원 첫 테스트에서 0점을 받는다. 이 시험지를 본 츠보미 선생님은 당혹스러운 표정도 무시하는 표정도 아닌 표정을 지으며, "답지를 빈칸으로 두지 않고 빼곡히 다 써서 제출했네, 너가 생각하는 해석풀이는 천재같다"고 말해준다. 두번째 테스트 때 한 문제를 맞은 사야카에게는 "드디어 한 문제를 맞혔어"라고 말해준다. '구제불능' '쓰레기' 라는 말만 들었던 학생에게 따뜻한 긍정의 말을 전해줌으로써 자신감을 높여준 것이다. 

초긍정 츠보미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야카는 학교수업이 끝난 후 입시학원에서 공부에만 몰두한다. 집에 가서도 잠을 자지않고 아침까지 공부에만 집중한다. 첫 모의고사 날 사야카는 5등급 판정을 받는다. 충격을 받은 사야카는 "난 할 수 없어"라고 비관하지만 츠보미 선생은 그런 사야카에게 다가가 계란을 보여주며 말한다.

"이 둥근 계란을 평평한 의자에 세울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받은 사야카는 안 된다고 세울 수 없다고 단호하게 답한다. 포기를 모르는 초긍정 츠보미 선생님은 "잘 하면 세울 수 있어" 라며 몇 번의 시도끝에 둥근계란을 평평한 의자위에 세운다. 그리고 츠보미 선생님은 말한다. "시도도 하지 않고 할 수 없다 포기했다면 모든 사람들은 이 둥근계란이 세워지지 않는다고 단정을 지었을 거다." 사야카는 "공부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다시 열공모드에 돌입한다.

뜻이 있는 곳엔 길이 있다

불량소녀 너를응원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사야카가 게이오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공부내용을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 불량소녀 너를응원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사야카가 게이오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공부내용을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 글뫼


영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야카는 명문대 게이오대학에 진학한다. 이 영화가 어떤 줄거리를 갖고 있는지 결과는 뻔하다. 그런데 나는 왜 감동을 받았을까. 왜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일어난 관객이 없었을까. 나는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이 영화가 제 인생영화입니다'라고 자부했다. 영화가 주는 메세지의 힘은 생각보다 컸다.

사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사야카 곁은 두 부류로 나뉜다. 아버지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야구선수의 꿈을 아들이 대신하여 이루길 바라고 사야카에게는 '쓰레기'라 말하며 무시한다. 돈 한푼도 지원하지 않는다. 담임선생님은 사야카의 꿈을 비웃고 심지어 남동생은 '멍청한 꿈' 이라고 무시한다.

하지만 그녀의 곁엔 천사같은 어머니와 초긍정 츠보미 선생님이 있다. 딸을 계속 웃게 해주고자 어머니는 밤에는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야카의 학원비를 마련한다. 그러면서 남들이 다 무시하는 딸의 꿈을 누구보다도 더 지지하며 믿어준다. 나보다도 나를 더 응원해주고 나를 위해 뭐든 할 수 있을 것같은 어머니가 있기에 사야카가 버틸 수 있었을 거라 예상해본다. 초긍정 츠보미 선생님은 학생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을 위해 그 게임을 공부하기도 하고 사야카의 시험 당일에는 간절히 기도를 해주기도 한다. 매번 긍정의 말만 해주며 진심으로 대한다.

영화 중간쯤에 사야카가 "난 할 수 없어, 여기서 포기할래" 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는데 어느 순간 사야카가 아닌 나를 응원하는 내 자신을 보게 되었다. 왜 시도하지도 않고 스스로 난 할 수 없다고 단정지었는지, 내가 나 자신을 믿지 않는다면 누가 날 믿어주는지, 나는 그렇게 자신을 깎아내리며 가능성을 낮춰가며 살아왔다. 영화가 주는 희망의 메세지에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듯했다.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너가 좋아."
"넌 할 수 있어."
"뜻이 있는 곳엔 길이 있다".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처럼 우리는 아마 남들이 무시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스스로 더 무시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작 나 자신을 응원해야하는 건 바로 자신인데, 시도도 하지 않고 포기한 순간이 많지 않은가?

학구열이 정말 심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학부모와 학생들, 그리고 삶에 지친 그대들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단순하고 뻔한 내용이지만 이 영화가 주는 내용은 무엇보다 크다. 나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진 이 영화가 내 인생영화가 될 거라 예상 못했으니까. 멍청한 꿈, 막연한 꿈, 어느 누구 하나 응원해 주지 않고 "설마 너가?" 라며 무시하는 꿈이 있다해도 부딪혀보자. 뜻이 있는 곳엔 길이 있으니깐. 할 수 있으니깐.

덧붙이는 글 무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이 세상 모든 분을 위해 이 영화를 바칩니다.
불량소녀 너를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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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희진 기자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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