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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콘텐츠가 낳은 다양한 생각을 한 자리에서 기사 하나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3>를 다뤘습니다. [편집자말]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 TV덕담 이미지파일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 TV덕담 이미지파일 ⓒ 유지영


#언프리티랩스타_시즌3_어땠어?

a.k.a 비닐랩 사실 <언프리티랩스타>에서 힙합이나 랩은 그저 도구다. 그걸 이용해 사실 여자들끼리 기싸움하는 장을 보게 만드는 쇼다.

힙합시아버지 굉장히 '골계미(자연의 질서나 이치를 의의 있는 것으로 존중하지 않고 추락시킴으로써 미의식을 나타내는 미적 범주)' 넘치는 방송이다. (웃음) 백스테이지 인터뷰랑 클로즈업으로 인간의 밑바닥까지 다 보여준다. 사람의 장점보다는 치졸한 면이 부각된다. 되게 너무하고 못 된 프로그램이다. 서로 눈치를 보고 허세를 부리다가 무너지고...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방송이다. 재미는 있고 챙겨보지만 내가 즐긴다는 걸 남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

언프리티힙스터 사람을 놀리는 법을 잘 안다. 강력한 팬덤이 있는 출연진이 아니다보니 이들을 마음껏 이용한다. 편집을 일부러 고의적으로 한다든지... 그런 제작진의 권력을 잘 볼 수 있다.

a.k.a 비닐랩 아예 일부러 싸움을 붙인다. 투표를 하는데 그게 모두 기명으로 공개가 되고 서로 갈등 구도를 만들어 마음을 상하게 만들어 버린다. 랩은 하나의 장치이고 사실 시청자는 하나의 갈등극을 보는 셈이다.

 엠넷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 자료화면

엠넷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가 지난 7월 29일 시작됐다. ⓒ 엠넷


언프리티힙스터 평소에는 예의상 하지 못(안)하는 이야기를 무조건 앞에서 하게 만들지 않나. '웃기면 되잖아', '재밌으면 되잖아'인가? 그렇게 만들고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결국 고통을 받는 건 출연자다. 악의적인 편집에 대해 책임을 지거나 사과를 하면 상관없는데, 그런 것도 없다. 길미나 제시도 '원하지 않는 콘셉트였다'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엠넷에서 제시를 다루는 방식과 KBS(<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제시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만 봐도 엠넷이 재미를 위해 사람의 어떤 점을 부각하는지 더 명확해진다. 보면서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다. 대체 힙합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언프리티랩스타는_캐릭터쇼?

 엠넷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 자료화면

엠넷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의 래퍼 전소연. 그는 <프로듀스101>에도 나와 랩을 선보였다. ⓒ 엠넷


언프리티힙스터 이번 시즌에는 유독 눈에 띄게 압도적으로 무서운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 과격한 말은 많이 하는데 정작 보는 사람은 하나도 무섭지 않은. (웃음) 디스전 하고 나서 백스테이지 인터뷰를 하며 "너무 무서웠어요" 이런 말들을 하는데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

힙합시아버지 사실 제일 무서운 사람은 전소연이다. (웃음) 자기 끼를 발산할 데가 없어 연예인 하는 사람들 있지 않나. 여기 없더라도 어느 무대에든지 서있을 것 같은 사람이 있다. 전소연이 그런 사람이다.

언프리티힙스터 전소연의 '하드캐리'인데 결국 그만큼 압도적인 캐릭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센언니' 캐릭터가 없는데 다들 그런 척을 한다. 나는 다른 방식의 캐릭터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다들 그런 척을 하고 억지로 캐릭터를 만들다 보니 우스워 보이는 거다.

a.k.a 비닐랩 제작진이 백스테이지 인터뷰를 하면서 계속 답변을 유도할 것 같다. 좀 더 세게 말하라는 식으로. 제작진의 말은 다 자르고 항상 대답만 나가니 뭘 물었는지 알 수가 없다. 늘 '상대방이 이렇게 말했다'는 식으로 말을 전해주고 이에 대한 반응을 드라마틱하게 부각시킨다. 현장에서 말 한마디 하면 바로 백스테이지 인터뷰 들어가고. 이건 뭐 랩 디스전이 아니라 인터뷰 디스전이다.

#클립에_최적화된_방송

 엠넷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 자료화면

엠넷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 자료화면. '여자' 래퍼가 나온다는 것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 엠넷


힙합시아버지 이렇게 말하면서도 사실 나는 언프리티랩스타 중독자라 시즌1부터 챙겨봤다. 인터넷으로만 푸는 영상까지 챙겨본다.

언프리티힙스터 사실 보지 않던 사람들도 인터넷 상에서 해당 클립(토막영상)이 인기 있으면 다시 보게 되고 화제성도 계속 얻을 수 있다. 클립을 활용하는 건 확실히 잘 한다.

힙합시아버지 맞다. 클립에 최적화된 방송이다. 제작진도 캐릭터쇼가 아닌 음악만 보여주면 재미가 없다는 걸 잘 아니 처음부터 계속 미끼를 던지는 것일 테다. 정들거나 응원하는 사람이 한 명 있지 않으면 쇼가 더는 재미가 없어지니까.

a.k.a 비닐랩 슈퍼스타K도 결국 마찬가지다. 결승으로 가면서 재미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사실 슈퍼위크 이전이 더 재밌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다.

언프리티힙스터 요즘은 방송국이 만드는 가수가 가장 힘이 센 것 같다. 스토리도 만들어주고 노래도 만들어준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수들이 가장 홍보효과도 크고. 엠넷은 아예 프로듀싱까지 다 해주지 않나.

#외모_신경쓰지_말라고?

언프리티힙스터 나는 '외모 신경쓰지 말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 게 가장 불편하다. 래퍼들은 공연을 하고 여자 래퍼의 외모를 중시할 거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힙합시아버지 맞다. 여자 래퍼들은 예쁘지 않으면 주목 받기 힘든 게 현실인데 '외모 준비할 시간에 다른 걸 준비하라'는 말이 사이다나 일침으로 여겨진다. 결국 "'여자' 래퍼는 외모 신경쓰느라 준비를 이따위로밖에 안 해왔을 거야"라는 생각이 그 안에 내재된 건데 타당한 말이라 받아들여지니 자꾸 이런 이야기가 더 많아지는 거다.

언프리티힙스터 디스전을 할 때 외모나 생김새를 디스거리로 삼으면서 외모를 가꾸지 말라는 건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들은 아마추어가 아니다. 앨범을 낸 사람도 많은데 왜 상대적으로 경력이 적은 남자 래퍼들이 평가자로 나오지? 왜 미료가 매드클라운에게 평가를 받나. 그렇게 받는 평가도 '더 잘했다'든지 '더 적합했다'는 식으로 굉장히 얼렁뚱땅 넘어간다. <언프리티랩스타>에 나오는 출연자는 앞으로 손해일 것 같다. 자기 실력을 보이는 자리가 아니라는 게 시즌3에서 확실히 판명 났으니.

힙합시아버지 나는 래퍼로서 커리어가 약하다면 나오는 사람은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프로그램을 서바이벌로 봤을 때는 그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아니면 차라리 예지처럼 한 번 나와서 '칼춤' 추고 '와 진짜 예지 끝장난다'는 평가를 받든지. 초반부에 탈락한 래퍼들은 놀림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됐다.

 엠넷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 자료화면

엠넷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의 케이시. 제대로 된 실력을 보이기도 전에 그는 프로그램에서 일찍 탈락해버렸다. ⓒ 엠넷


a.k.a 비닐랩 기획의도 자체가 실력파 여성래퍼들이 나와서 경쟁을 펼쳐 트랙을 따낸다는 건데 <쇼미더머니>는 예선전부터 시작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경쟁을 치르는데 <언프리티랩스타>는 어떻게 뽑힌지 알 수 없는 10명이 이미 와있다. 이들 사이에서 실력도 많이 차이난다. 덧붙이자면 나는 최소한의 기계적 평균이라도 좀 맞춰줬으면 좋겠다. 정말 여자 프로듀서는 없는 건가?

언프리티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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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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