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케이블 방송 간의 견제는 가요계의 '보이지 않는 장벽' 중 하나다. 대표적 예는 케이블 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일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우승자들이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출연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은 이젠 공공연한 이야기다.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방송 사이에 존재하는 이러한 오랜 장벽은 최근 걸그룹 아이오아이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오아이, 지상파 진출의 우여곡절

 지난달 21일 SBS <인기가요>에서 아이오아이의 노래 'Whatta man(와타맨)'이 1위 후보에 올랐지만, 아이오아이는 이날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달 21일 SBS <인기가요>에서 아이오아이의 노래 'Whatta man(와타맨)'이 1위 후보에 올랐지만, 아이오아이는 이날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 SBS


케이블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통해 탄생한 그룹 아이오아이는 지난 5월 데뷔 당시 지상파 3사의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했다. MBC <쇼 음악중심>, KBS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 출연자 명단에 끼지 못한 아이오아이를 보며 팬들은 방송국 게시판에 항의하는 등 불공정한 제재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아이오아이는 5월 20일 KBS<뮤직뱅크>에 출연함으로써 지상파를 '뚫은' 사례로 기록됐다. 8월 19일에는 '와타맨(Whatta Man)'으로 <뮤직뱅크>에서 1위를 거머쥐기도 했다.

이렇듯 아이오아이는 갓 데뷔 때만해도 케이블 채널 범주 안에 단단히 발이 묶인 듯했지만 숨통이 트이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방송사 간 벌어지는 견제의 틈바구니에 낀 몸을 완전히 빼내진 못했다. 순위제를 없앤 MBC <쇼 음악중심>은 차치하고서라도 SBS <인기가요>는 끝까지 아이오아이를 출연시키지 않고 있다. 아이오아이의 노래 '와타맨'이 지난달 21일 방송된 <인기가요>에서 1위 후보에 올랐지만 이들의 무대는 없었다. 결국 이날 1위는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블랙핑크에게 돌아갔다.

이에 대해 <인기가요> 측은 20일 오후 <오마이스타>에 "아이오아이에게만 따로 특별한 제재가 있는 건 아니다"며 "아이오아이의 멤버가 속한 개별 그룹인 구구단, 우주소녀, 다이아는 자유롭게 출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초반에 함께 견제 태도를 취하다 이를 해제한 KBS에 비해 유독 SBS의 태도가 고집스러운 것은 왜 일까. 가요계 한 관계자는 "SBS가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를 아직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시원하게 무너지지 않는 '견제의 장벽'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출신 가수 한동근은 MBC 프로그램으로 활동범위가 한정되는 듯 했으나 점점 발을 넓혀가고 있다.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출신 가수 한동근은 MBC 프로그램으로 활동범위가 한정되는 듯 했으나 점점 발을 넓혀가고 있다. ⓒ MBC


이런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음악 산업 종사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가요계 한 관계자는 "아이오아이가 지상파를 뚫으면서 케이블과 지상파 간의 경계가 누그러지고 있는 추세는 맞는 것 같다"고 평하면서 최근 한동근의 사례도 언급했다.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출신인 한동근은 한동안 MBC 외에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런 장벽을 서서히 깨나갔다. Mnet <슈퍼스타K>의 우승자 허각, 존박 등도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경계를 허무는 사례를 남긴 바 있다.

그렇지만 시원하게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모양새는 아니다. 몇몇을 제외하곤 여전히 발이 묶인 상태다. 관계자는 "아이오아이가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아이오아이는 특별한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아이오아이가 <슈퍼스타K> 등 다른 케이블 오디션 출신 가수보다 지상파를 쉽게 뚫은 것은 예견된 일이라는 의미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프로듀스 101>의 출연자들은 이미 각자의 소속사가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방송국의 입장에선 프로젝트 기간 이후 각 팀으로 활동할 아이오아이 멤버들 각각의 소속사와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즉, <프로듀스 101>은 워낙 많은 회사들이 얽혀있는 특이한 케이스의 프로그램이여서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 사이에서 지상파 진출에 대해 큰 염려는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어서 견제가 누그러진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던 때에는 오디션 현장에서 가능성 있는 가수 지망생을 소속사가 먼저 캐스팅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디션에서 우승하게 되면 지상파 방송 출연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소속사가 미리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 이처럼 방송국 간 공공연한 장벽 앞에서 이를 의식한 가요계 관계자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JYJ는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분쟁을 겪으며 방송출연에 제한을 받기도 했다.

JYJ는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분쟁을 겪으며 방송출연에 제한을 받기도 했다. ⓒ 이정민


가요계에는 이토록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많은데, 그 중 JYJ의 사례를 빼놓을 수 없다. JYJ는 그룹 동방신기로 활동할 당시의 매니지먼트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 갈등을 빚으며 방송사 음악프로그램 등에 출연하지 못했다. JYJ가 불공정 논란에 휩싸이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해 11월 30일 일명 'JYJ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는 방송사업자가 제3자(연예기획사 등)의 요청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인의 방송프로그램 출연을 막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송법 개정안이다. SM과 JYJ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사이의 계약분쟁은 3년 4개월 만인 2012년 11월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JYJ가 가요프로그램 출연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JYJ부터 아이오아이까지, 가요계의 보이지 않는 장벽 앞에 부딪혀야만 하는 운명의 팀들은 언제쯤 자유로울 수 있을까. 풀어야 할 숙제다.

아이오아이 인기가요 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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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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