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인디'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인디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그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환기하여 인디·언더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연재 시리즈입니다. '인사이드 인디'를 통해 많은 아티스트의 좋은 음악을 독자분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가 인디·언더 문화가 활성화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편집자말]
 래퍼 레피가 신촌 긱라이브하우스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다.

래퍼 레피가 신촌 긱라이브하우스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다.ⓒ 손지민


스스로 돈 벌며 음악 해나가는 청춘

사람은 살면서 언젠간 성인이 되고, 학생의 딱지를 떼게 된다. 학생의 딱지를 갓 떼고 현실과 꿈 사이를 오가며, 생활하는 래퍼 레피(Raffy)를 지난 5일 파주 모처에서 만났다.

- 안녕하세요.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레피입니다. 본명은 손지민이고 20살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 어린 나이에 왕성하게 활동을 해오시는데 어떻게 힙합을 접하게 되었나요?
"고1때 반 친구들과 수련회 장기자랑 때문에 접하게 되었어요. 일리닛의 '학교에서 뭘 배워'라는 곡을 하게 되었고 그때 같이 공연했던 친구들 덕분에 힙합에 눈을 뜬 것 같네요, 하하."

- 집안에서 반대는 없었나요?
"굉장히 심했죠. 부모님이 학원 원장님이신데 음악은 대학 가고나서 해도 된다고 맨날 그러셨어요. 지금은 많이 이해해주시는 편입니다."

- 힙합을 하면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했나요?
"'힙합이라는 문화가 있다'라는 생각도 안 해봤고, 그저 랩이라는 것이 힙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홍대에 나가서 싸이퍼라는 문화를 먼저 접해봤습니다. 많은 도움이되었고 저보다 절실하신 분들도 많고 잘하시는 분도 너무 많아서 당황했죠!"

- 고등학생 때는 공연 횟수도 많았고, 왕성하게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와 지금이 바뀐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독자분들, 특히 음악 하시는 분들은 제 말에 공감하실 겁니다. 한 200% 정도 돈이 무서워졌습니다. 그리고 자신감이 줄어 저에 대한 확신이 많이 무너졌죠."

- 지금은 현실에 타협하여 일과 음악을 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습 시간이 많이 부족하실 텐데 그것을 채우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현재 한 아울렛의 놀이기구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평일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틈틈이 부스 안에서 가사도 쓰고 곡도 준비중입니다."

- 아직 믹스테이프나 앨범 발매가 없습니다. 앞으로 자신만의 명함을 내밀 작업물을 만들계획은 없으신가요?
"사실 고3 때 처음 장비를 사고 혼자만의 믹스테이프를 제작해보려고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는데 아무런 홍보도 없고 많이 미숙해서 '폭망(?)'한 곡들이 아직도 제 사운드 클라우드에 남아있습니다. 망한 곡이라도 첫 작업물이라 애착이 많이 가서 삭제를 못하고 있는데 올해 안이나 내년 초까지는 새 믹스테이프를 발매하고 그 곡들을 지우려고 합니다."

- 동갑내기 친구들은 아직도 음악만 하는 친구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들과 비교하면 부러운 순간들도 있나요?
"많이 부럽죠. 제가 부모님에게 손은 안 벌리려고 자취하면서 스스로 벌어 생활하는데, 가끔은 친구들이 부럽더라고요. 가끔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하하하..."

- 레피가 가장 존경하는 힙합 아티스트는 누가 있나요?
"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힙합 아티스트분들 모두 너무 존경하지만 그중에서 꼽자면 빈지노, 올티, 이센스를 존경합니다. 특히 올티는 저에게 특별한 존재예요.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처음 들었던 믹스테이프가 올티의 'Rappin' ollday'였고 제가 싸이퍼에서도, 곡에서도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레피라는 이름도 거기서 따온 거고요. '31035'는 뮤직비디오부터 음원까지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노래입니다."

- 과거에 싸이퍼로 길거리 문화에 많은 기여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길거리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홍대 놀이터에서 싸이퍼할 때가 생각나요. 외국인 래퍼분들과 함께 싸이퍼를 했거든요. 말은 잘 안 통해도 음악으로 하나가 될 수 있어서 정말 뜻깊었어요."

그는 돈이 무서워지기 전까지는 무대와 길거리를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래퍼였다.

신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레피

 레피는 돈이라는 현실을 좇기 이전에는 더 왕성하게 활동하였던 뮤지션이였다.

레피는 돈이라는 현실을 좇기 이전에는 더 왕성하게 활동하였던 뮤지션이였다.ⓒ 손지민


- 독자분들은 싸이퍼(Cyhper)의 대해서 잘 모르실텐데 어떤 개념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싸이퍼란 비트를 틀어놓고 래퍼들끼리 자신의 벌스를 뱉어내는 겁니다. 물론 저는 프리스타일을 선호했죠. <쇼미더머니>에서도 싸이퍼 형식의 대결구도가 이뤄졌고 그로 인해 싸이퍼는 래퍼들끼리의 맞짱(?)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정말로 길거리 문화, 힙합 문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랩을 못하셔도 뭐라고 할 사람 없으니 한 번쯤 윗잔다리 혹은 홍대놀이터로 오셔서 경험해 보는것도 나쁘진않다고 생각합니다."

- 많은 무대보다 싸이퍼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저희 같은 언더 래퍼들은 무대 서기가 정말 힘듭니다. 그래서 자유롭게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길거리문화 싸이퍼를 자주했던 것 같습니다."

- 동갑내기 뮤지션 동료들을 보면 지금 가장 필요한 래퍼로서의 자세는 무엇이 있을까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자신감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제 자신이 너무 위축돼 있더라고요. 열심히 하면 언젠간 많은 분들이 제 음악을 믿고 들어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힙합에 입문하는 친구들을 위해 이 자리를 빌려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저는 신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음악에 대한 신념, 내 생각과 내 행동에 대한 신념이요. 힙합을 떠나서 인생 자체에 대해서 말이에요. 랩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 신념자체를 상실해 버리면 힙합이라는 문화는 당신의 곁을 떠날 겁니다. 제가 그럴 뻔했죠. (웃음)

- 앞으로 레피의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점심 먹으러 갈 겁니다. (웃음) 네, 농담이고요. 정말로 음악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제가 정말 행복할 때는 무대 위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관객을 바라볼 때인 것 같아요. 좋은 곡 준비해서 다음 번엔 꼭 무대 위에서 인사드겠습니다!"

- 레피를 응원하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부모님이 이 글을 보실진 모르겠지만 못난 아들이 속썩이고 맨날 음악한다 음악한다 하면서, 막상 이뤄낸것도 없는데... "넌 잘한다, 포기하지 마라" 하실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성공이 전부는 아니지만 부모님을 위해서 또 저를 위해서 꼭 성공하겠습니다. 특히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고 저를 믿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사랑해요 엄마! 그리고 예진아 사랑해! 너 때문에 항상 웃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레피였습니다!"

레피와 인터뷰를 하며, 필자의 경험과 겹치는 순간들을 발견하고 너무도 공감했다. 레피의 솔직한 마음을 이 글에 완전하게 담지 못해서 마음이 아프고, 우리나라에서 꿈을 키워가는 뮤지션들이 앞으로도 자신의 방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목표한 바를 꼭 이뤄냈으면 좋겠다. '인사이드 인디'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분들께서도 이들을 잊지 마시고 꼭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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