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PD 지망생, 웹드라마 연출자, 문화 콘텐츠 애호가 등 영상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격의 없이' TV를 이야기합니다.

하나의 콘텐츠가 낳은 다양한 생각을 한 자리에서 기사 하나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tvN 예능 <내귀에 캔디>를 다뤘습니다. [편집자말]
 tvN 예능 <내귀에 캔디> 스틸 사진

ⓒ tvN


# 내귀에캔디_어땠어?

지난 8월 18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내귀에캔디>는 익명의 스타 '캔디'로부터 전화를 받은 장근석과 서장훈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통화하고 있는 '캔디'의 얼굴은 모른 채 목소리만으로 통화를 이어나간다. 먹는 것부터 공식 일정까지 소소한 일상을 이들은 '캔디'와 함께 나눈다.

내로남불 사실 나는 백지영이 부른 노래 '내귀에캔디'가 나올 줄 알았다. (일동 한숨) 오히려 그 노래가 나오지 않은 게 의외의 포인트였다. (웃음) 사실 굉장히 여러 가지를 섞어 놓은 듯한 프로그램이다. 연예인이 혼자 사는 일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 혼자 산다>, 상대방과 감정적인 유대를 쌓는다는 점에서 <우리 결혼했어요>(아래 <우결>) 하지만 누군지 모른 채로 진행이 된다는 점에서 <복면가왕>까지.

 tvN 예능 <내귀에 캔디> 스틸 사진

배터리가 닳으면 관계는 끝이 난다. 사진은 빨리 닳는 배터리를 걱정하는 장근석. ⓒ tvN


사랑의배터리 나는 이 예능을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보았다. <우결>인데 얼굴은 보이지 않는. 심지어 <우결>처럼 출연 계약 같은 관계로도 묶이지 않았다. 배터리가 닳으면 관계가 끝나니 오로지 배터리로만 묶인 관계. (캔디와의 연결은 배터리가 다 닳으면 끝이 난다. 충전은 불가능하고 전화가 꺼지게 되면 이들은 다른 캔디와 연결이 된다. -편집자 주) 그런데 그 연애 판타지를 구축하기에는 공간에 너무 제약이 크다. 등장인물들이 좀 움직였으면 한다. 일상 외의 것에서 느껴지는 판타지가 없다.

욕심쟁이우후훗 나는 사실 연애 시뮬레이션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힐링물 토크쇼'로 봤다. 이들이 방송에서 하는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많지만, 설령 그것이 진심이 아닐지라도 진심으로 믿을만한 장치를 마련해놓고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어주니 시청자들이 이들의 진심을 볼 수도. 동시에 <복면가왕>처럼 말하는 대상이 누군지 맞히는 재미를 더해보는 프로그램 정도로 생각했다.

# 캐스팅

 tvN 예능 <내귀에 캔디> 스틸 사진

장근석의 첫 번째 '캔디'는 유인나였다. 유인나가 등장하는 장면은 프로그램 속에서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제시된다. ⓒ tvN


<내귀에 캔디> 고정 멤버는 장근석과 서장훈, 배우 지수와 경수진이다. 여기에 첫 회 장근석과 통화를 한 '캔디'는 유인나로 서장훈의 '캔디'는 안문숙으로 밝혀졌다. 한편, 지수의 캔디는 개그우먼 이세영이었다.

내로남불 나는 멤버가 고정돼있다는 게 놀라웠다. 고정된 사람이 없고 계속 바뀔 줄 알았고 그게 맞다고 본다. 서로 진심으로 교감할 줄 알았는데 배터리가 다 되고 다음 화에 또 다른 사람과 (진심으로) 교감하는 상황이 굉장히 우스꽝스럽다.

사랑의배터리 장근석이 '로코(로맨틱코미디)'를 잘한다. 말하는 톤이 다 로맨틱코미디 같다.

내로남불 장근석의 톤이 참 신기하고 괜찮았다. 장근석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로맨틱하게 느껴지는데 또 코미디처럼 보는 사람들에게는 웃기고 재미있다. 서장훈의 경우 오히려 더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됐다. 상대가 보이지 않으니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는 느낌이었다. 사실 요즘 <아는 형님> 등에서 굉장히 무례하게 나오지 않나. 그런 점이 서장훈에게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다. 유인나는 캐스팅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나. 사실 목소리만 들어도 설레고 좋고. 유인나는 오디오북도 내고 라디오를 할 때도 인기가 많았던 걸로 안다.

# 폰팅?

일각에서는 '처음 보는 이성 사이에 전화 연결을 하는 포맷'인 예능 <내귀에 캔디>가 '유사 폰팅'이라고 지적한다.  

욕심쟁이우후훗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폰팅'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전화를 주고받는 사람이 연예인이고 방송이라 그렇지 이를 일반인이 한다고 생각하면 변태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물론 이세영이 방송에서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며 펑펑 우는 신이 좋았다. 편견과 선입견 없이 이세영을 바라볼 수 있었기에. 그 사람의 얼굴이나 이미지가 아닌 목소리나 태도만으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복면가왕>의 긍정적인 부분을 가져온 게 아닌가 싶었다.

 tvN 예능 <내귀에 캔디> 스틸 사진

ⓒ tvN


내로남불 나는 이 프로그램이 좀 위험하다고 느꼈다. 유인나처럼 누군지 말은 안 하지만 자기 자신으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전화를 하는 상대가 판타지를 극단적으로 구현하는 방향으로 의도적으로 대화한다. '나는 복숭아야' '19살이야' 같은 대화들. 과연 이세영에 '열아홉 순정'을 시킨 것이 잘한 일일까? 이런 식으로 판타지를 극대화해놓고 나중에는 '짠 사실은 나였지!'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건 오히려 진실성을 해하는 요소인데 왜 이렇게 가는 거지? '이거 그냥 거짓말이네' '뻥치네' 싶은 거다. 반전이라면 반전이겠지만 기획 의도에도 맞지 않고 정말 '폰팅'스럽지 않나. 제일 변태적인 부분은 내 얼굴은 상대방에게 보여주면서 상대방이 나를 볼 수 없는 상황. 발레 하는 동작을 보여 달라는 식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이 프로그램, 목소리만으로 상대와 통할 가능성을 보는 게 아니었나?

사랑의배터리 참여하는 입장에서도 스트레스일 것 같다. 물론 방송이고 모두 허구라는 걸 알지만 매번 다른 상대랑 관계를 맺는데 그 관계가 아무것도 아님을 깨달았을 때 찾아오는 허무함이나 공허함? 진실된 의사소통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누군지에 따라 출연진의 변하는 반응을 보는 게 목적인가 싶다. 임하는 사람도 보는 시청자도 스트레스다. 정말 그게 정말 기획의도에 맞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tvN 예능 <내귀에 캔디> 스틸 사진

ⓒ tvN


욕심쟁이우후훗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교감하고 소통하는 폰중진담 리얼리티'라고. 요즘 사회가 개인적이고 그래서 교감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해석은 맞지만 적어도 <내귀에 캔디>는 이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배터리가 다 되면 끝나는 일시적인 관계이고 절대 여기서 관계가 발전하지 않는다. 나는 차라리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제대로 잡았으면 좋겠다.

#화제성이_떨어지고_있는_이유

CJ E&M에서 산정한 콘텐츠 영향력지수(CPI) 기준에 따르면 <내귀에 캔디>는 지난 8월 3주에 4위(230.8)로 방송이 되자마자 높은 순위로 신규 진입했으나 8월 마지막 주 19위(202.5)로 15계단이나 떨어졌다. 회자되는 양도 급격하게 줄었다.

사랑의배터리 대부분의 사람이 나처럼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생각했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는 게 계속 확인이 되니까 재미가 없어서 더 보지도 않고 이야기하지도 않는 것 같다. <나 혼자 산다> 류의 일상물로 보기에는 고정 출연진의 일상이 단조롭고 또 계속 통화를 해야 하니까 볼거리도 떨어지고. 사실 이런 리얼리티는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면 진행할 수가 없는데 배터리가 한 번 꺼질 때마다 계속 상대가 바뀌니 감정이입도 쉽게 되지 않는다. 차라리 고정 출연진 없이 돌아가면서 전화를 받는 건 어떨까?

 tvN 예능 <내귀에 캔디> 스틸 사진

ⓒ tvN


내로남불 프로그램을 굉장히 서정적으로 연출할 때가 있는데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저 관계가 진짜인가?'라고 의심을 하게 만든다. 그런 의구심이 이 프로그램을 보는 걸 더 힘들게 한다. 나는 여기서 캔디가 고용된 연기자나 서비스 제공자처럼 느껴진다. 차라리 가볍게 봤으면 좋겠다. 서장훈과 안문숙의 관계처럼 진행할 때도 재밌고 끝날 때도 유쾌했으면.

사랑의배터리 출연진이 계속 바뀌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또 '폰팅'이나 '가상 연애' 같은 게 아니라 정말 '폰중진담'이 되려면 비슷한 나이 또래의 이성이 아니라 동성이나 폭넓은 나잇대의 상대와 통화를 해야만 한다. 형식적으로 하나만이라도 내줬으면 한다.

내로남불 이성 관계 이상의 것을 넣어야 한다. 관계를 이성끼리만 맺는 것도 아니고 비슷한 연배와 맺는 것만도 아닌데 연애 시뮬레이션을 의도했다가 실패하고 있으면 좀 다양한 관계를 보여주면 안 되나? 젊은 남성과 나이가 있는 여성 같은 관계도 괜찮지 않나? 그리고 뭐라도 했으면 한다. '캔디의 미션 카드' 같은 미션지를 넣어서라도!

 tvN 예능 <내귀에 캔디> 스틸 사진

ⓒ tvN



TV덕담 내귀에캔디 장근석 유인나 서장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