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이미지를 벗고 노래하는 모습으로 놀라움을 안긴 <복면가왕> 속 경리.

섹시한 이미지를 벗고 노래하는 모습으로 놀라움을 안긴 <복면가왕> 속 경리. ⓒ MBC


'모델돌'이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나인뮤지스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섹시'이다. 나인뮤지스는 다른 걸그룹과의 차별성을 내세우기 위해 섹시 콘셉트를 이미지 전략으로 취하고 있으다. 많은 팬이 '나인뮤지스'하면 훤칠한 키에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의상 등을 떠올리고는 한다.

경리는 그 중심에 있다. 그룹 내 센터를 맡고 있기던 한 경리는 늘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르며 뇌쇄적이고 치명적인 표정과 눈빛을 발산하다. 그녀가 출연하는 방송이 그걸 원하고, 대중들 역시 '섹시한 경리'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MBC <복면가왕>은 달랐다. 제작진은 기존 경리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만들어냄으로써, 경리하면 떠오라는 섹시이미지 또한 단순한 편견에 지나지 않음을 일깨워 줬다. 세상의 모든 편견을 거부한다는 <복면가왕>이 일궈낸 또 하나의 반전이자, 복면의 힘이었다.

'노래하는 경리'가 이런 모습일 줄이야

 4일 방영된 <복면가왕>에 출연해 반전을 선사한 나인뮤지스 경리.

4일 방영된 <복면가왕>에 출연해 반전을 선사한 나인뮤지스 경리. ⓒ MBC


지난 4일 방영된 <복면가왕>에서 경리는 첫 번째 무대를 꾸몄다. 하지만 그녀가 1라운드 탈락 후 솔로 곡을 부르고 복면을 벗기 전까지, 그녀의 정체를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수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오긴 해지만, 대부분의 연예인 패널은 경리를 두고 배우 혹은 아나운서로 예상했다.

경리의 정체가 들통 나지 않았던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의상이다. 그간 경리는 '남심을 저격(?)한다'는 이유로 눈을 사로잡을만큼 화려한 옷을 입고 방송에 출연했다. 나인뮤지스로 무대에 오를 때도, 혹은 경리라는 이름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도 그녀의 의상은 늘 비슷한 콘셉트였다.

하지만 이날 <복면가왕> 무대에 오른 경리의 의상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과하게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경리의 큰 키에 어울리도록 코디했다. 이날 의상을 두고 연예인 패널들은 "기품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배우와 아나운서로 범위기 좁혔진 이유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았다. 옷 하나 다르게 입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건, 그동안 경리의 대표 이미지로 굳어진 '섹시돌'이 어쩌면 편견일 수도 있다는 게 아닐까.

두 번째는 바로 목소리다. 이는 외양으로 시청자나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걸그룹의 한계이기도 하다.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노래만 듣고 해당 걸그룹의 정체를 유추하기란 쉽지 않다. 걸그룹이라는 존재가 귀보다는 주로 눈으로 더 소비되어 온 탓일 게다.

이날 경리는 개인기를 통해 목소리 연기를 선보였다. 음성변조를 걷어내고 실제 목소리를 들려줬지만, 그게 경리의 목소리일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경리는 마치 성우가 연기를 하듯, 또박또박 귀에 꽂히는 안정적인 발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솔로곡을 부르며 보여준 달콤하고 감성적인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섹시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톤을 높여온 그간의 목소리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날 <복면가왕> 시청자는 '노래하는 경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눈을 감고 귀를 여니 새로운 경리의 모습이 보였다. 어쩌면 우리는 그간 의상과 목소리에 현혹돼 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면가왕>의 지속가능성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지만, 이렇게 기분 좋은 반전을 선사하고 편견을 깨뜨려준다는 점만으로도 그 존재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무대 위에서 섹시한 모습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그녀의 다짐을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복면가왕 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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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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