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성과로만 놓고 본다면 유럽축구에서 가장 성공한 구단은 단연 FC바르셀로나다. 하지만 고민도 있다. 불과 2년 전 트레블(단일시즌 리그, 리그컵, UEFA 챔피언스리그 모두 우승)을 달성했지만 2015·2016시즌엔 더블(라 리가, 코파 델 레이)에 그쳤다.

더블이라는 성과를 폄훼할 순 없다. 단지 바르셀로나의 선수층이 좀 더 두터웠다면, MSN(메시-수아레즈-네이마르)의 체력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자원이 있었다면, 충분히 2회 연속 트레블도 가능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어서 아쉬움이 컸다.

실제 그들은 지난 3월에 있었던 월드컵 예선이 치러지기 전까지 공식전에서 39경기 무패를 달리고 있었다. 바르셀로나를 막을 수 있는 상대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A매치 기간 이후 주전급 자원들의 체력이 급격히 고갈(특히 남미로 예선을 뛰고 온 MSN)됐고 이후 치러진 5경기에서 1승 4패를 기록했다. 이 시기의 부진으로 바르셀로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패해 챔피언스리그 방어에 실패했고, 리그 마지막 경기에 가서야 우승을 확정 짓는 어려움을 겪었다.

발 빠른 움직임과 프리시즌의 성과

 바르셀로나 프리시즌의 최고 성과 투란과 무니르의 활약.

바르셀로나 프리시즌의 최고 성과 투란과 무니르의 활약. ⓒ 바르셀로나 공식 페이스북


바르셀로나는 실패를 답습하길 원치 않았다. 2016·2017시즌을 앞두고 열린 여름 이적시장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며 부족한 포지션을 보완했다. 풀백 루카 디네와 센터백 사무엘 움티티, 미드필더 데니스 수아레스와 안드레 고메스까지, 바르셀로나의 유일한 약점인 두텁지 못한 스쿼드를 살찌울 영입이 이어졌다.

다행히 이적 선수들이 프리시즌부터 빠르게 녹아들었다. 데니스 수아레스는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탈압박 능력과 기술력을 겸비한 고메스는 기존 바르셀로나 선수인 듯 움직였다. 움티티와 디네도 짧은 시간이지만 1군 선수들과 발을 맞추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바르셀로나가 프리시즌 중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무니르 엘 하다디의 성장이다. 무니르는 라 마시아에서 큰 기대를 받고 1군으로 콜업된 선수다. 기회는 부족했다. MSN의 존재가 워낙 막강했던 탓이다. 한때 주전으로 활약했던 페드로 로드리게스마저 그들의 그림자를 넘지 못하고 첼시로 떠났다.

그러나 네이마르가 올림픽으로 차출된 틈을 타 스리톱의 한 자리를 차지한 무니르는 자신의 기량이 완숙해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 틈에서 그는 프리시즌과 수페르코파 6경기에 나서 4골을 득점했다.이전보다 더 세밀한 볼 터치와 날카로운 결정력을 보여줬다. 그간 MSN의 백업으로 의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프리시즌의 모습은 물음표보단 느낌표에 가까운 활약상이었다.

공격수 영입 없이 'MSN' 보좌하기

 '바르셀로나 스타일'로 MSN 보좌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바르샤.

'바르셀로나 스타일'로 MSN 보좌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바르샤. ⓒ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화두는 MSN을 보좌할 네 번째 공격수 영입이었다. 구단의 역사와 자금, 그리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뛸 수 있다는 장점에도 공격수 영입은 쉽지 않았다. 바르셀로나가 원하는 수준의 공격수는 한 팀의 주축으로 경기에 나서길 원하지, 결코 벤치에서 머물기 원하지 않는다. 좀처럼 부진에 빠지지 않는 MSN이 경쟁 상대라면 더더욱 그렇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야심 차게 영입했던 알레이시스 비달과 아르다 투란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두 선수는 바르셀로나의 영입 징계로 6개월간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후반기부터 경기에 나섰으나 경기감각이 떨어졌고, 시간이 갈수록 문제가 표면화됐다. 폼이 떨어진 비달과 투란은 바르셀로나의 플레이의 역동성을 저하시켰다.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은 영입 선수들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심기일전했다. 프리시즌을 착실하게 준비했고, 지난 시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몸을 꾸준히 만들었다. 투란은 프리시즌 매 경기에서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고, 비달은 세르지 로베르토와 함께 다니 알베스가 떠난 공백을 메울 만한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투란은 지난 시즌 주로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으나 프리시즌엔 대부분 윙포워드로 나섰다. 바르셀로나는 여름 이적시장 동안 MSN을 보좌할 네 번째 공격수 영입에 공을 들였으나 계약을 이뤄내지 못했다. 루시아노 비에토와 케빈 가메이로의 이적이 불발되면서 엔리케 감독은 기존 자원으로 MSN의 체력을 관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데니스 수아레스 역시 투란과 함께 측면에 나설 수 있는 자원이다. 프리시즌엔 공격을 자제했으나 본래 빠른 발을 바탕으로 상대방 수비에 균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수다. 지난 시즌 비야레알에서 측면 윙어로 출전해 5골 11도움의 준수한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고메스, 이반 라키티치 그리고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부상이 없다면 데니스 수아레스 역시 부담 없이 윙포워드로 활용될 수 있다. 메시는 아직도 세계 최고의 제로톱 자원이다.

바르셀로나의 스타일, 빈자리를 메우는 근본적인 방법

바르셀로나는 공을 운반하며 상대 진영으로 진격한다. 기술력과 서로의 믿음, 그리고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바르셀로나의 대다수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같은 철학 아래 성장했다. 새롭게 영입된 선수 역시 기술력을 겸비하고 패스 능력이 출중한 선수를 영입한다. 그러면서 조합이 실패할 확률을 최소화한다. 바르셀로나가 이번에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 역시 앞서 언급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필드 플레이어 10명은 경기 중 포메이션의 개념은 무색하게 할 정도로 잦은 위치 변화를 갖는다. 또 한 명의 능력으로 경기를 뒤집기보단 팀플레이를 활용해 결과를 만들어낸다. 바르셀로나는 시즌 후반부에 갈수록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적재적소에 '바르셀로나스러운' 선수들을 영입했다. 투란과 비달도 온전한 몸 상태로 나서는 첫 시즌인 만큼 선수의 가용 폭은 넓어졌다. 엔리케의 바르셀로나 3년 차 중 최고의 스쿼드를 갖춘 것만은 분명하다.

네이마르 없이 바르셀로나는 레알 베티스를 상대로 한 2016~2017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개막 홈경기에서 6-2 대승을 거뒀다. 데니스 수아레스와 움티티가 선발로 나섰고, 디네와 무니르가 교체로 출전하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MSN을 보좌하는 방법을 외부보단 내부에서 찾고자 하는 바르셀로나의 도전은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청춘스포츠에도 실렸습니다.(글 : 이종현 기자)
바르셀로나 메시 수아레스 네이마르
댓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