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감독> 스틸컷. 문소리가 배우로 출연하고 연출을 맡은 영화다. 제18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상영작.

<최고의 감독> 스틸컷. 문소리가 배우로 출연하고 연출을 맡은 영화다. 제18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상영작. ⓒ 정동진독립영화제


앞으로 배우 문소리가 연출하는 영화를 보지 못하게 되는 걸까. 단편 영화 <최고의 감독>으로 제18회 정동진독립영화제를 찾은 문소리는 6일 저녁 관객과의 대화 중 무대 위에서 "연출 대신 연기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영화 상영 직후 문소리는 한 아이와의 일화를 전했다. 영화제 두 번째 날 섹션 2에 포함된 <최고의 감독>을 본 한 아이가 신랄한 감상평을 남긴 것이다. "영화가 시작한 지 3분도 안 돼 10살 정도 돼 보이는 관객 한 명이 '엄마 난 이런 영화 싫어!'라고 말한 것을 엿들었다"며 문소리는 "그 아이에게 '안 그래도 (영화 연출을) 그만 하려고 했단다'라고 고백하고 싶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웃음 소리가 잦아들 때쯤 문소리는 "앞으로 연기를 열심히 하겠다, 스크린에서 뵙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간 문소리는 <여배우>(2014), <여배우는 오늘도> 등 두 편의 단편을 연출하며 서울독립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최고의 감독>은 세 번째 단편으로 지난해 부산영화제 단편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세 작품 모두 연출 공부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만든 작품들이다.

장례식장에서 싸우는 배우들

영화 <최고의 감독>은 어느 감독의 장례식장에 온 배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각자 죽은 감독의 영화를 말한다. 그리고 각자의 예술관을 내놓다가 어느새 서로 언성을 높여 싸우기도 한다. <최고의 감독>은 장례식장에 모인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의 맛이 흥미로운 영화다. 장례식장이라는 공간이 영화의 자연스러움을 더 극대화시켰다.

문소리 감독은 <최고의 감독>이 실화인지를 묻는 관객에게 "모두 픽션이고, 다니고 있는 대학원에서 영화를 만들어야 졸업이 가능하다고 해서 만들었다"며 "나는 저런 장례식에 가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동진독립영화제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문 감독은 "사람이 뭔지 사람 사는 세상은 뭔지 인간은 왜 이런 건지 고민하면서 영화를 만들다가 여기 오니 (인간이 아닌) 자연의 힘을 만나고 그 힘이 굉장히 커서 색다른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같다"며 "이 곳에서 제 내면의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마음들을 만났다"고 했다. 자신 안의 또 다른 마음을 느낀 셈이다.

영화 속에서 배우들은 언성 높여 싸우지만 곧 무언의 화해를 한다. 특히 장례식장 한 구석에서 감독의 아들과 함께 그가 남긴 영상을 보던 문소리가 깊이 우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객석에선 일부 관객들 역시 눈물을 훔치며 해당 장면을 관람했다.

강릉이 고향이라는 배우 전여빈

 영화 <최고의 감독> 스틸컷.

영화 <최고의 감독> 스틸컷. 장례식장에 모인 배우들. 왼쪽부터 배우 윤상화와 배우 전여빈. ⓒ 정동진독립영화제


<최고의 감독>에서 문소리의 '얄미운 배우 후배' 역할을 맡은 배우 전여빈은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감격에 겨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강릉이 고향인데 가족들이 함께 이 영화제를 찾아주었다"며 "스물 일곱 늦은 나이에 출발선에 선 느낌이다. 문소리 선배, 응원해주신 가족에게 감사하다"라고 끝내 눈물을 보였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전여빈 배우는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최고의 감독> 캐스팅 과정을 밝혔다.

그는 "문소리 감독이 수소문해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찾았다더라"라며, "감독과 선배들이 제가 맡은 캐릭터가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명확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이를 바탕으로 연기했다"고 답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맡은 캐릭터와 이 작품에 애정이 있다"며 "제가 봐도 귀여운 캐릭터다, 굉장히 날 것 같이 툭툭 튀어 나오는 주변에 그런 친구들 많지 않나"고 되물으며 웃어 보였다.

"땡그랑 동전상! 이자 붙여서 돌려드릴게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행사 기간 중 매일 '땡그랑 동전상'을 수여한다. 관객들이 마음에 든 영화에 동전을 넣는 방식으로, 일종의 관객상이라는 의미가 있다.

5일 <못, 함께하는>의 이나연 감독이 이 상을 받은 것에 이어 6일 '땡그랑 동전상'의 주인공은 문소리였다. 총 3036개의 동전이 들어왔고, 합해서 24만7060원에 달했다. 18년 영화제 역사상 역대 최고 금액이기도 하다.

뒤풀이 자리에서 문소리는 함께 고생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그만의 특별한 제안이 있었다. 무엇이었을까. 영상을 확인해보시라.




문소리 정동진독립영화제 최고의 감독 전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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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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