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동영상 파문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과거 성매매 의혹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 이건희 회장 동영상 파문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과거 성매매 의혹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 연합뉴스


지난 21일이 오후 10시, <뉴스타파>에서 충격적인 기사가 하나 나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다룬 기사였다. <뉴스타파>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보여주는 동영상 파일과 자료를 공개했다. 그 안에는 이건희 회장이 수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젊은 여성들을 안가나 자택으로 불러 성행위를 한 정황이 담겨 있었다. 이 영상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촬영됐다고 한다.

기사가 나온 뒤의 파장은 무척 컸다.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순위에는 이건희 회장과 <뉴스타파>가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이 기사를 최초로 보도한 <뉴스타파>의 최승호 피디를 걱정했다. 최 피디는 보도하기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두려운 느낌이 어떤 건지 다시 느낀다, 10년 전 황우석 사건 때 늘 코끝에 달고 살았던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뉴스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은 속속들이 썩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대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것도 분명하다. 우리가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피디는 "시민들의 가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승호 피디의 이 글을 보고 지난 2015년 겨울을 뜨겁게 달궜던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 말이다.

<내부자들>은 웹툰 작가 윤태호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정치깡패 안상구 역에 이병헌, 검사 우장훈 역에 조승우, 메이저 신문 논설주간 이강희 역에 백윤식이 캐스팅되어 열연을 펼쳤다.

영화의 스토리는 이렇다. 이강희는 대한민국 정치판을 설계하는 논설주간이다. 친구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 장필우 의원(이경영)을 밀어준다. 이 과정에서 이강희는 안상구를 만나게 된다. 이강희는 안상구를 수족으로, 안상구는 이강희를 연줄로 생각하며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다 안상구와 미래자동차와 장필우 의원 간의 모종의 관계를 알게 된 후, 그는 손목이 잘리고 버려진다. 이후 우장훈은 안상구와 손을 잡고 미래자동차, 장필우, 이강희를 한꺼번에 잡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했다

 한 아이는 영화 '내부자들' 속 이강희(백윤식 분)이 나향욱이 되어 나타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영화 같은 현실이 등장했다. 아니면 영화가 현실을 그만큼 잘 묘사한 것일까? ⓒ 쇼박스


<내부자들>은 청소년 관람 불가였음에도 불구하고 700만 명이 넘는 관객 수를 기록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서 만들어진 결과라 볼 수 있다. 특히 이병헌과 백윤식의 연기가 이 영화의 백미다. 이병헌은 섬뜩하면서도 유들유들한 연기를 통해 몰입하게 만든다. 하나하나 버릴 대사가 없는데,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부터 잔뜩 힘이 들어간 섬뜩한 대사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다. 다만 잔인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꺼리는 장면이 많이 있다.

극 중 장필우와 이강희, 미래자동차 오회장이 술자리에서 여성들과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차마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행위들을 하는데, <내부자들>을 본 관객이라면 모두 뇌리에 박힌 장면일 것이다. 나는 영화를 볼 당시 '과연 현실에서도 저럴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기사를 접하고 알았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뉴스타파>에 동영상을 제공한 여성은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고 한다. 부모형제조차 그녀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극 중 이병헌이 끌려갔던 것처럼 될 수 있다고, 말조심해야 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심심찮게 보인다. 삼성 공화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내부자들>에 대한 글은 교육부의 나향욱 정책 기획관의 '개돼지' 파문 때 작성하려고 했다. 시기를 놓쳐서 아쉬워하던 찰나였다. 국민의 세금을 통해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 국민을 한낱 짐승으로 격하시켜버린 것이다. 문제가 커지자 나향욱씨는 취중에 나온 실언이라며 해명했지만, 나는 이것이 절대 실언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발언을 폭로한 <경향신문> 기자는 나씨에게 재차 물었지만, 그는 그 발언에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망언을 했다. 대학교 4학년 때 행정고시 교육직에 합격하고, 탄탄대로를 달려온 나향욱 기획관의 머릿속에는 선민의식이 들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대중은 개돼지들입니다, 적당히 짖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극 중 마지막 이강희의 대사가 겹친다.

'개돼지 망언'과 '이건희 회장 성매매 사건' 모두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은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은 정의로운 사회에서 평등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올바른 방향을 찾기를 원한다. 하지만 대기업 회장의 부정을 폭로하기 위해 위험을 감내해야 하고, 고위 공무원이 대중을 짐승으로 격하시키는 이 사회의 모습은 우리가 원하는 모습의 세상과는 거리가 멀다. 위험을 무릅쓰고 사회를 바꾸려고 하는 이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내부자들>은 명대사가 정말 많은 영화지만, 그중에서도 엔딩 크레디트에 등장하는 말로 이 리뷰를 끝낸다.

"이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및 단체, 그밖에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는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강한결 시민기자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글쓰기 콘텐츠 동아리 Critics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Critics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춘천지역 주간지 '시민과 동행하는 신문' <춘천사람들>에서도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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