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2월 1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마돈나 레벨 하트 투어(Rebel Heart Tour) 무대에서 마돈나가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1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마돈나 레벨 하트 투어(Rebel Heart Tour) 무대에서 마돈나가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데뷔 이래 마돈나는 명실상부 '게이 퀸(Gay Queen)'의 자리를 점해왔다. 그녀는 일찌감치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해 왔으며, 조지 마이클과 에이즈 기금 마련을 위한 앨범을 내기도 했다. 앨범 수록곡으로 죽은 동성애자 친구를 추모하는 노래를 담았고, 결정적으로 게이 클럽에서 유행하던 보깅 댄스를 차용한 노래 보그(Vouge)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그녀의 행보는 지금까지도 계속되어, 그녀는 콘서트 중간에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거나 혐오범죄를 규탄하는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데뷔한 지도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그 사이에 그녀의 자리를 노리는 라이벌 가수들이 여럿 등장했다. 특히 레이디 가가가 'Born this way'를 발표한 이후 게이 퀸의 자리를 이제는 넘겨줘야 하지 않냐는 의견까지 대두되었다. 물론 '퀴어퍼레이드에 어울리는 노래' 같은 기사가 나올 때마다 그녀의 이름은 계속해서 언급되지만, '도대체 발표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보그 타령이냐'라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보그 이후에도, 그녀는 성소수자들에게 영감과 용기, 위로와 희망을 줄만한 노래들을 여럿 발표해왔다. 마침 '퀴어 대명절'이라 불리는 '퀴어문화축제(16일)'가 코앞이다. 축제에 가기 전, 당신의 퀴어한 감수성을 자극할 마돈나의 노래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노래는 비교적 최근 곡 위주로 선별했다.

[Frozen] 혐오하는 그들에게 


그야말로 성소수자들의 '명절'이나 다름없는 퀴어문화축제. 이 날 하루, 많은 성소수자들이 광장에 모여 따스한 햇살 속에서 자유롭게 스스로를 드러내고 자긍심을 충전해 가곤 한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한국 성소수자들의 삶 만큼이나, 축제가 걸어온 길도 순탄치 않다. 특히나 성소수자 혐오단체의 축제 방해는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2014년 신촌에서는 퍼레이드의 행렬을 막았고, 2015년에는 시청광장을 둘러싸고 축제 반대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올해는 축제 전날 자정까지 철야 기도회를 연다고 하는데, 이들이 순순히 자리를 자리를 비켜줄 지는 두고볼 일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가 국제 질병 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동성 결혼이 제도화되었고,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전면에 등장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이들은 왜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일까.

마돈나가 1998년 발매한 앨범 'Ray of Light'에 수록된 노래 'Frozen'은 사랑에 대한 매우 서정적인 노래다. 하지만 이 노래가 던지는 메시지는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기에도 충분하다. 마돈나는 이 노래에서 왜 마음을 열고 자신을 바라보지 않냐고, 왜 얼어붙은 마음 속에 스스로를 계속해서 가두냐고 질문한다. 사실 혐오는 당하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괴로운 일이다. 혐오하는 사람은 혐오 대상을 고립시키고자 하지만, 그 혐오를 끔찍해하는 사람에 의해 역으로 고립되기도 한다. 그럴 바에야, 마음을 열고, 다름을 받아들이고, 축제에 함께하는 것이 어떨까. 노래의 한 구절을 전한다.

"당신은 당신의 눈이 보길 바라는 것만 봐요 / 내가 어떻게 당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겠어요 / 당신은 얼어 붙었어요 / 당신의 마음이 열리지 않았을 때는."

 비온뒤 무지개 재단 페이스북에 업로드 된 Ally 소개

비온뒤 무지개 재단 페이스북에 업로드 된 Ally 소개 ⓒ 비온뒤 무지개 재단


[Why is it so hard] 연대의 손길을 내밀까 주저하는 당신에게

올해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비온뒤 무지개 재단'은 흥미로은 캠페인을 진행했다. 바로 성소수자는 아니지만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 'Ally'를 만나고 싶다는 캠페인이다.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것이 꼭 성소수자 당사자들만의 일은 아니다. 성소수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반대한다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연대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사회의 도래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러나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이 'Ally'를 자처하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누군가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지만 선언은 부담스러워서, 누군가는 너무 나서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선뜻 연대하기를 주저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일들을 너무 어렵게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손길을 내밀기까지의, 연대를 선언하기까지의 어색함에 비해 'Ally'가 되길 자처함으로서 우리가 만들어 낼 긍정적인 변화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연대의 손길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마돈나는 1992년에 발표한 노래 'Why is it so hard'를 건네고자 한다. 이 노래에서 그녀는 '왜 고통 속에서 사는 것 대신 시스템에 저항하는 법을 배우지 않냐'고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코러스에서 그녀는 더욱 강력하게 촉구한다.

"지금 형제들을 사랑하세요 / 자매들에게 어떻게 하는지 똑똑히 보여주세요."

[I'm a sinner] 때론 긍정이 최고의 자기 방어 전략이다 


얼마 전 한국여성민우회의 팟캐스트 '거침없는 해장상담소'에서 들은 이야기. 사연에 따르면 한 여성이 극장에서 남성과 시비가 붙었는데, 갑자기 그 남성이 이렇게 외쳤다는 것이다. '아니, 이 아줌마가!'. 예상치 못한 '아줌마' 공격에 당황한 그녀, 결국 그녀는 우물쭈물하다 몇 마디 제대로 쏘아 붙이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이에 진행자는 절대 아줌마라는 단어에 말려서는 안 된다고, 그럴 때는 이렇게 대응해보라고 조언해주었다. '아줌마면 자네 이모뻘인데, 자네는 이모한테도 그렇게 말하나?'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혐오적 단어는 무수하다. 그 말들이 입에 담기도 싫을 정도라 글에는 옮기지 않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점잖은(?) 단어를 뽑자면 아마 '죄인'이 아닐까 싶다. 성경에는 동성애가 '죄'라고 적혀있는데, 동성애를 하는 동성애자들은 죄인이라는 말. 물론 나는 적당한 시기에 제대로 분노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다보면 금방 탈진에 이르곤 한다. 때로는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아예 '그래 나 죄인인데? 하지만 축제도 즐기고 흥을 아는 죄인이지. 어쩔래?'라고 말하는 것도 가끔은 필요하다. 마돈나가 자신의 노래 'I'm a sinner'에서 말했던 것 처럼.

"모든 소녀들과 소년들이 오늘밤 우리처럼 되고 싶어해 / 모든 소녀들과 소년들이 마법 버스에 오르지 / 나는 죄인이야 / 나는 죄인이야 / 나는 죄인이야 / 나는 그 편이 좋아."

[Rebel Heart] 거친 풍파를 뚫고 살아남아온 당신들에게


또 다시 언급하면 입이 아플 정도지만,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성소수자가 '비정상'으로 규정되는 사회이기에 더욱 그렇다. 커밍아웃을 했든 하지 않았든 성소수자들은 살아가며 다양한 말에 부딪힌다. 도대체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질문부터(일단 할 수나 있게 해주고나서 이야기해보자), 왜 남자나 여자를 사귀지 않냐는 질문, 왜 도대체 너는 다른 멀쩡한(?) 사람들처럼 살지 않냐는 질책까지. 이런 사회에서는 성소수자로 살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저항이 된다. 그렇다, 어떤 사람들은 삶을 사는 것 자체가 투쟁이다.

이러한 말들과 질문들에 투쟁하며 살아온 대표적인 인물이 마돈나다. 굳이 그녀가 러시아의 반동성애법 때문에 푸틴과 대놓고 싸운 일이나 이라크전을 놓고 부시를 정면으로 비판한 일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녀는 자라나면서 부터, '너는 왜 다른 여자애들처럼 살지 않니'라는 질문에 시달려왔다. 이러한 그녀의 인생사가 담긴 노래가, 2015년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과 동명의 노래 'Rebel Heart'이다. 그녀는 이 노래에서 자신은 남들처럼 살지 않았고, 그래서 여러 질문들에 부딪혔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살아남았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2015년 발매된 마돈나의 앨범 'Rebel Heart'

2015년 발매된 마돈나의 앨범 'Rebel Heart' ⓒ 유니버셜뮤직


노래의 제목처럼, '저항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건네고 싶다. 그렇게 저항하고 투쟁하며 지금까지 살아 주어서 감사하다. 그 꿋꿋한 삶의 걸음들을 넘어머, 우리는 분명 다른 세상을 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 중 하나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우리 존재 파이팅'

"나는 다른 사람들이 잘 가지 않은 길을 갔어 / 그리고 겨우 그 길을 걸어갔지 / 어둠을 뚫고 어떻게든 난 살아남았어 / 거친 사랑이야, 난 시작부터 알고 있었지 / 내 저항하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퀴어문화축제 마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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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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