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도루 시도가 모두 실패로 이어졌다. 도루에 성공했다면 1점차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지난 25일 울산구장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도루에 실패한 정주현과 황목치승의 이야기이다.

정주현은 7회 초 8번 타순에 대타로 출장해 중전안타를 쳐내고, 상대 선발투수 조쉬 린드블럼을 강판시켰다. 하지만 뒤이은 손주인의 타석에서 2루 도루에 실패하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황목치승도 9회 초 2루 땅볼로 출루한 서상우의 대주자로 출장하였다.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후속타자 유강남이 롯데의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상대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날 때, 황목치승은 재빨리 2루로 내달렸지만 아웃을 당하며 끝내기 도루 실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1:2로 뒤지고 있는 경기 후반 귀중한 동점 찬스를 날려버리고 승부까지 내준 것이다.

LG식 뛰는 야구의 현주소. 젊은 피의 도루실종

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 개막 전 KBO리그 미디어데이에서 팬들에게 '즐거운 야구'를 약속했다. 세대교체를 통해 팀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를 구현하며 신바람 야구의 부활을 도모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LG는 시즌 초반 채은성, 서상우, 정주현, 이형종, 이천웅 등의 유망주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은 다른 팀들의 젊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특히 시즌을 개막하기에 앞서 목표로 했던 '뛰는 야구'가 그렇다.

 1회 이상 도루를 시도한 LG 타자들의 도루 기록 (5/27 기준)

1회 이상 도루를 시도한 LG 타자들의 도루 기록 (5/27 기준) ⓒ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현재 LG 트윈스 팀 내 최다 도루(6개, 5/28기준)는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다. 히메네스는 홈런 14개로 리그 2위에 올라 있으면서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베이스를 훔쳤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히메네스, 이병규 같은 중심타자들이 팀 내 도루 상위권에 올라 있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우선 테이블세터와 하위타선에서 적극적으로 뛰어주리라 기대했던 선수들이 잠잠하다. 부상에서 복귀한 임훈, 채은성, 오지환이 각각 도루 3개를 기록했고, 이천웅과 박용택 손주인이 도루 2개를 기록 중이다. 정주현과 황목치승, 정성훈은 각각 1개의 도루를 기록하고 있고, 이외의 선수들은 단 하나의 도루도 기록하지 않았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빈번히 도루에 실패하면서 도루의 순도 면에서도 실망스런 모습이 보인다. 이천웅이 9번의 도루 시도 중 6번을 실패했고, 정주현이 5번의 도루 시도 중 4번을 실패했다.

 LG 이천웅

LG 이천웅 ⓒ LG 트윈스


두 선수 모두 도루에 성공한 횟수보다 실패한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오지환과 김용의 안익훈도 도루 성공 없이 실패만 각각 한 개씩 기록하고 있다. LG 유망주들의 도루 성적이 시원치 않은 가운데 LG의 팀 도루는 31개로 6위를 기록하고 있다.

남아 있는 희망. 적은 병살타, 팀 SPD 1위

그러나 LG는 도루 개수가 적은 만큼 병살타도 적게 기록하고 있다. LG가 올 시즌 기록한 병살타는 19개로 모든 팀들 중에서 가장 적다. 주자가 있을 때의 타율은 0.277로 KBO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지만 다른 팀보다 압도적으로 적은 병살타를 기록하면서 득점 기회를 이어간다.

공격력이 약한 탓에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 들어가는 타석수가 757타석으로 가장 적기도 했지만 가장 많은 병살타를 기록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49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숫자다.

어제까지 3연패를 당하며 5위로 내려앉긴 했지만 이전의 세 시리즈 연속 위닝시리즈를 달리며 공동 2위까지 올랐던 LG다.

차츰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 투수진과 주자 만루 상황에서만큼은 확실하게 해결해주는 타선의 집중력도 호재로 작용했지만 베이스 위의 주자들이 시즌 내내 적극적으로 뛰어주는 것도 한 몫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객관화시키기 어려운 주자의 스피드를 비교하는 지표로 SPD(Speed Score)가 있다.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타자의 기본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스피드를 수치화 시킬 수 있어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데, 스피드와 관련된 특성 다섯 가지의 평균값을 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루는 다섯 가지 특징은 도루 성공률, 도루 시도율, 3루타 비율과 출루시 득점 비율, 병살 회피율을 말한다.

 2016 시즌 팀별 도루와 시즌 SPD, 득점권 SPD (5/27기준)

2016 시즌 팀별 도루와 시즌 SPD, 득점권 SPD (5/27기준)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LG의 시즌 SPD는 4.90으로 전체 5위를 기록 중이다.(5/27기준) 하지만 득점권 상황으로 넘어가면 9.76을 기록하며 1위로 훌쩍 뛰어오른다. 득점권 상황에서 한 선수의 SPD는 대략 평균값이 4 정도이고, 대부분의 선수가 3~7 사이의 값을 갖는다.

6 이상이면 훌륭하고, 7 이상이면 리그 최고 수준이다. 지표의 기준이 개인과 팀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LG가 자랑하는 리그 최고의 득점권 SPD는 그 동안 LG의 타자들이 필요한 순간에는 적극적으로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펼쳐왔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여기에 마운드의 안정화와 만루에서의 집중력이 더해져 지난 주까지 이어졌던 LG의 상승세를 주도한 것이다.

적극적인 야구, 돌아온 신바람 야구, 재미있는 야구를 천명하며 시즌을 시작한 LG였다. 일본에서의 연습경기와 국내 시범경기에서의 활약을 통해 올 시즌 팬들에게 기대를 갖게 했지만 정규리그에 들어와선 아직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들 나름대로 방법을 강구하고 플레이로 보여주고 있다.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맞서는 이들에게는 승리와 성장이 뒤따른다. 치열한 순위경쟁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분투 중인 LG 선수단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지켜보도록 하자.

LG 트윈스 2016 팀기록 보기

[기록 출처: 프로야구 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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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 김호연 프로야구 필진 / 편집 및 자료 제공 :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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