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호 놀이’에 동참한 개그맨 조세호가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조세호 놀이’에 동참한 개그맨 조세호가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 조세호 페이스북


"꽃박람회 왜 안 왔어요?" (고양시 페이스북)
"오늘 우리 부산경찰청, 전국 최초로 '해양범죄수사대' 발족했는데요, 세호씨 왜 안 오셨어요?" (부산경찰청 트위터)
"형 저희 일본 팬미팅때 왜 안 오셨어요?" (빅뱅 태양 인스타그램)
"우리 부모님 결혼식에 세호 오빠 안 왔었네요. 오빠 너무해요. 서운해요." (차오루 인스타그램)
"비 많이 오는데 왜 우산 가지러 안 왔어요?" (누리꾼 댓글)

여기저기서 조세호를 찾는다. 정부기관은 물론이고 동료 연예인, 심지어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누리꾼조차 조세호에게 왜 자녀 돌잔치에 오지 않았냐며 묻고 따진다. 오해는 마시라. 요즘 인터넷과 SNS에 번지고 있는 "왜 안 왔어요" 놀이의 일부일 뿐이니 말이다.

불참의 아이콘이 된 조세호

전설의 시작 지난 2015년 6월 12일 방송된 MBC <세바퀴>의 한 장면. 가수 김흥국이 개그맨 조세호를 향해 "안재욱 결혼식 때 왜 안 왔어?"라고 호통을 치자 조세호가 억울해 하고 있다.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회자되면서 누리꾼 사이에 '놀이'가 되었다.

▲ 전설의 시작 지난 2015년 6월 12일 방송된 MBC <세바퀴>의 한 장면. 가수 김흥국이 개그맨 조세호를 향해 "안재욱 결혼식 때 왜 안 왔어?"라고 호통을 치자 조세호가 억울해 하고 있다.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회자되면서 누리꾼 사이에 '놀이'가 되었다. ⓒ MBC


최근 유행이 되고 있는 '조세호 불참 패러디'의 시작은 무려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6월 MBC <세바퀴>에서 가수 김흥국이 조세호를 향해 "안재욱 결혼식 때 왜 안 왔어?"라고 물은 게 시초다. 당시 조세호는 아주 억울한 표정으로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라고 답해 큰 웃음을 안긴 바 있다.

이후 누리꾼들은 시도 때도 없이 조세호를 소환하며 그를 '억울함의 아이콘', '불참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동료 연예인들이 팬 사인회와 제작발표회 등에서 "조세호 왜 안 왔냐"고 거들기 시작하며 패러디 열풍의 중심에 조세호가 서게 됐다.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패러디야 언제나 있어왔던 현상이고, 또 한때의 유행일 뿐이다. 하지만 이번 조세호 열풍을 주목해야 하는 건,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지금에서야 뒤늦게 당시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는 점, 그리고 특정 계층이나 세대에 갇히지 않고 너나 할 것 없이 이 놀이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이 '조세호 열풍'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6년에 대한 바로보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2016년은 어떤 사회인가. 크게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이 가능하다. 바로, '무책임'과 '불신'이다.

조세호를 소비하는 우리의 심리

예컨대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보자. 239명의 임산부와 영·유아 등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습기 살균제. 2011년도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된 사건이지만, 누구하나 앞장서거나 책임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옥시에 대한 전국민적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주했을 뿐이다. 

여소야대를 만든 지난 대한민국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에 담긴 민의는 또 무엇이었겠는가. 국민들의 삶은 더욱더 힘들어지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제발 좀 누군가는 나서서 책임져 달라는 외침이자 비명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국가나 사회나 결코 개인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되었고, 여기에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개인과 개인 사이에도 불신이 싹트기 시작했다. 공포는 더 깊어지고 불신의 범위는 더 넓어진 것이다.  

답답함과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아마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는 일일 것이다. 마치, 노무현 정권 말기 때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란 댓글이 유행처럼 번졌듯이 말이다.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조세호 놀이'가 '무책임의 시대', '불신의 시대'를 견디게 하는 해방구인지도 모르겠다.

뭐, 아무렴 어떤가. 조세호가 오든 말든,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 게다가 누군가를 향한 비하와 조롱, 그리고 혐오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최고의 놀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나저나 조세호씨, 지금 이렇게 기사 쓰고 있는데 왜 안 오셨나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조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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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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