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최근 내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


스크린 상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영화를 만나볼 수 있고 영화인과 관객의 소통의 장이 된다는 점에서 부산국제영화제는 '문화인의 내적 성장까지 도모하는 영화제'라는 극찬 아래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런 부산국제영화제가 최근 내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태의 시작은 2015년 영화 <다이빙 벨> 상영 문제를 놓고 벌어진 부산시와 영화 관계자 간의 갈등이었다. <다이빙 벨>은 세월호 참사 당시 '다이빙 벨'이라는 심해 구조 장비를 가지고 학생들을 구하려던 전문 잠수사 이종인 씨를 취재한 다큐멘터리다. 부산시는 마치 영화가 정부와 해경이 고의로 학생들을 구하지 않은 것처럼 편파적으로 묘사해 정치색을 띤다는 이유로 상영을 제지했다. 하지만 영화인들의 단결로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 벨이 상영됐다.

그 이후 영화제는 지원금이 반 토막 나고 집행위원장의 연임이 불투명해지는 등 수난 시대를 맞게 된다. 부산시는 여전히 '세계적 영화제'에 '편향적 정치색'이 들어가선 안 된다는 뜻을 고수하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스스로 각성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는 두 가지 허점이 존재한다.

영화는 결코 거짓 아냐... 보다 다양한 영화를 수용해야

첫째로 영화에 담긴 '대한민국 재난 대책 미흡'에 관한 내용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영화를 보면 안전을 이유로 입수가 거절됐던 다이빙 벨이 이후 희생자 부모님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해양경찰청장의 직접 명령으로 다시 팽목항에 들어온다. 영화 속에는 총 4번에 걸쳐 해양 경찰의 결정 번복으로 시간이 지연되는 장면이 등장한다. 개인의 잘잘못을 떠나 이는 대한민국 재난 대책 부실의 민낯'이라 할 수 있다.

구조 작업에 관한 판단을 내리는 건 전적으로 해양 경찰의 몫이다. 다이빙벨이 구조에 도움이 된다 생각했다면 그들은 '다이빙 벨' 투입에 모든 총력을 기울였어야 하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애초에 입수 자체를 막아야 했다. 다이빙 벨 실효성에 관한 논란을 떠나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해양 경찰이 우왕좌왕하며 '입수 허가와 반대' 사이를 오가는 모습 자체가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영화감독은 기자나 교사가 아니다.

그는 언제나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필요가 없으며 자신이 바라보는 국가의 실책을 영화로 표현하고 비판할 자유가 있다. 더 이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고 영화를 통해 드러난 '재난 대응 부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것이 올바른 민주 국가의 자세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둘째로 개인은 영화를 토대로 얼마든지 자신만의 방법을 생각하는 존재다.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은 같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개인의 자세는 천차만별이다. 같은 <다이빙 벨>을 보고도 누군가는 국가의 컨트롤 타워 부실을 바라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이종인 대표의 기술력을 바라볼 수 있으며, 다른 누군가는 추모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정치적 견해가 편중될 수 있다'라는 명분 아래 상영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국민을 '문화를 즐길 만한 수준을 확립하지 못한 존재'로 폄하하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만일 영화 속 '사실 왜곡' 이 있었다면 근거를 들어 당당히 수정을 요구함이 마땅하지 '정치적 편향'이라는 애매한 사유로 지원금을 반 토막 내고 위원장을 해임하는 등 스스로 국가의 문화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일을 자행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하다.

문화는 다름을 아름답게 보는 시선과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는 원칙 안에서만 꽃 필 수 있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각자 다르고 주장하는 것이 다르기에 그러한 세상이 만들어 내는 문화 또한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이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꽃피고 수많은 사람을 매혹시켰던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미의 문화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갖고 있어야 할 문화가 무엇인지 부산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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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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