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진짜 사나이>는 군대라는 조금 특별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그래서 다른 예능과는 다른, 조금 특별한 노선을 취할 수 있다. 다소 강압적이고 절제된 군대 환경에서 발휘되어야 할 예능감은 일반적인 예능에서의 예능감과는 다르다. 군대라는 환경은 쉽게 웃음을 보일 수도 없고, 과장된 리액션을 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진짜 사나이>에서 탄생한 스타들은 일반적인 예능공식에 능한 예능인들이 아니었다. 군대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뛰어난 먹성 혹은 의외의 애교를 보여준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었다. 박형식, 혜리 등은 <진짜 사나이>를 통해 주가가 단숨에 상승한 케이스. 군대를 잘 알고 있는 연예인들 보다는 군대라는 환경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의 어설픔이나 엉뚱함이 <진짜 사나이>의 웃음 포인트가 됐다.

식상해진 <진짜 사나이>식 웃음 코드

 <진짜 사나이>여군특집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진짜 사나이>여군특집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 MBC


그러나 그 웃음 포인트는 지속되기 힘든 성질의 것이었다. 연예인들이 군대라는 환경에 적응해 가면 갈수록 웃음은 반감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진은 계속해서 새로운 인물들을 투입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나타났다. 반복되는 실수는 패턴화됐고, 시청자들은 비슷한 패턴의 웃음에 곧 익숙해졌다. 결국 <진짜 사나이>에게 성공을 가져다준 군대라는 환경은 이제 독이 되기 시작했다. 예능인들이 예능감을 펼쳐 보이면 군대라는 환경에 가로막혀 '개념 없는' 짓이 되고, 군대에 너무 잘 적응하면 재미가 없었다.

그나마 희망이 있었던 것은 '여군특집'이었다. 여성의 군대체험이라는 소재로 혜리를 스타로 만든 1기부터 3기에 이르기까지, 방영만 하면 동시간대 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현재 방송 중인 여군특집 4기는 10% 초반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꼴찌를 기록했다. 이제 더는 여군도 통하지 않는 단계가 된 것이다.

<진짜 사나이>에는 '가짜 사나이'라는 오명이 더해진 지 오래이다. 군대라는 배경에 대한 괴리감 때문이다. 실제 군대는 길어야 일주일이 채 되지 못하는 촬영 기간 동안 열심히 하면 나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대부분의 남자에게는 최소 21개월 동안 의무 복무를 해야 하는 곳이다. 직업여군도 최소 5주가 넘는 훈련 기간을 거친다.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군 생활을 한다는 것은 입대라는 말보다 차라리 '체험'이라는 표현이 맞다.

그러나 예능의 특성상 그 체험은 과장되고 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체험 기간 동안 부모님 생각에 눈물을 흘린다거나 자신의 한계를 돌파한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를 쥐어짜 내는 것은 감동보다 가식에 가깝다. 그 체험에 적응하지 못하는 연예인은 '무개념'으로 낙인 찍혀 욕을 먹고, 잘 적응하는 연예인은 '노잼'으로 묻히는 게 지금의 여군특집 나아가 <진짜 사나이>의 현주소이다.

군필자라면 코웃음 칠 '군데리아' 찬양

 군대에 대한 과장과 현실과의 괴리감, <진짜 사나이>에는 공감이 갈 수 없다

군대에 대한 과장과 현실과의 괴리감, <진짜 사나이>에는 공감이 갈 수 없다 ⓒ MBC


예컨대 일명 군데리아(혹은 군대리아, 군대에서 제공되는 햄버거의 별칭)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군데리아의 맛에 찬사를 보내는 등, 군대식을 향한 연예인들의 찬양은 군필자들이 봤을 때 실소가 터지는 장면이다. 군인들에게 군데리아는 한 번쯤 먹어볼 만한 별미가 아니다. 일주일에 1회 이상, 아침마다 제공되는 군데리아의 맛에 물리지 않은 군인은 별로 없다.

더군다나 밥을 먹으면서 그 밥맛이 어떤지를 논하며 먹을 수 있는 훈련소는 없다. 밥을 먹을 때는 조용히 밥 먹는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떠들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분위기 자체가 실제 군대와는 너무나도 다르기에, 실제와 다른 군 생활을 실제인 양 방송하는 <진짜 사나이>에 쏟아지는 악평은 이상할 것도 없다. 군대의 이미지를 좋게 포장하면 할수록 실제와의 간극은 더욱 벌어지고, 반응은 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군대는 누군가에게는 현실이다. 사실 가장 부조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곳도 바로 군대다. 그런 부조리함은 <진짜 사나이>가 다룰 수 없는 영역이다. 사실은 그 부조리함과 답답함이 군대를 규정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진짜가 될 수 없는 <진짜 사나이>

훈련을 열심히 받고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 자랑스러운 군인이 될 수 있다는 식의 호도에 공감이 갈 수 없다. 웃음도 사라지고 공감대도 없으니 당연히 시청률은 떨어진다. 그렇다고 군대를 현실로 그리면 그것은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다. <진짜 사나이>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여군 특집에서는 스타 탄생이 없었다. 오히려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든 출연자들이 더 눈에 띄었다. 쉬운 맞춤법이나 기본 상식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연예인들에게서 웃음을 찾아야 할까, 한숨을 지어야 할까. 11자 복근에 명품 몸매라는 타이틀을 가지고도 팔 굽혀 펴기를 단 하나도 하지 못하는 출연자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군대는 며칠 훈련받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극기 훈련장이 아니다. 진짜가 될 수 없는 <진짜 사나이>의 태생적 한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진짜사나이 전효성 나나 공현주 김성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