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시즌3 캡처본

해피투게더 시즌3 캡처본 ⓒ KBS


어떤 변화든 간에, 그 변화가 새로움이 아닌 조급함으로 보인다면 이는 그리 청신호가 아니다. 요 몇 주 간 KBS 예능 <해피투게더 시즌3>의 변화가 그랬다. 새로움이 아닌 조급함으로 점철된 변화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어떤 맥락도 없이 게스트로 나왔던 랩퍼 치타와 개그우먼 이국주가 메이크업 강의를 펼쳤고, 게스트로 방문한 엄현경을 2주 만에 '인턴MC'라는 명목으로 반고정MC에 꽂았다. 또한 <해피투게더>의 상징과도 같았던 '사우나 토크'를 버리고 매 주마다 세트를 변경하다 게스트하우스 콘셉트의 '해피하우스'가 등장했을 때는 그만 그 프로그램의 위태로움을 몸소 느끼고 말았다.

'해피하우스' 콘셉트는 분명 <해피투게더>의 위기감을 잘 보여줬다. 보통 토크 형식의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며 진행자에게 부여되는 역할이 있는데, 해피하우스는 이를 처음부터 모두 설명하고 넘어가려 했다. 여기서 박명수는 또 다시 영문도 모른 채, '명수 이모'라는 캐릭터로 불리며 가발을 뒤집어썼고, 전현무는 '스티브 잡무'라며 안경을 뒤집어썼을 뿐 오직 전현무로서만 존재했다.

프로그램 초반, 박명수는 급기야 "왜 제가 이렇게 차려입어야 하죠?"라는 말로 작위적인 캐릭터 설정의 어색함을 대신했다. 진행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고, 불행히도 제작진 역시 이를 아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인턴'이라는 캐릭터의 한계

여기서 등장한 엄현경이라는 존재는 오히려 신선함을 불러일으킨다. 캐릭터 콘셉트를 잡고 들어갔음에도 오직 유재석은 유재석으로서, 박명수는 박명수로서, 전현무는 전현무로서만 존재하는 '해피하우스'에서 엄현경은 '만능 인턴'이라는 새로운 캐릭터 정체성을 갖게 된다. 인턴 자체가 새로운 정체성이 된 셈이다.

'반고정'으로 활약하는 지난 2주 동안 엄현경은 '인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일을 모두 웃기게 소화해내는' 캐릭터를 얻었다. 춤과 노래, 현대무용까지 일단 주어진 일은 빼지 않고 끝까지 성실하게 소화해내는 캐릭터가 된 것이다.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없지만 말간 얼굴로 그는 "예능이 체질인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몇 주 만에 빠르게 선점한 '만능 엄인턴'은 그가 정규MC로 편성됐을 때, 필연적으로 버려야 할 캐릭터다. 마치 초식동물처럼 인턴 자리가 끊임없이 위협 당하기 때문에 그가 정규MC가 된다면 또 다른 적절한 포지션을 찾아 나서야 한다.

<1박2일> 멤버들이 모두 모여 진행한 최근 <해피투게더> 방송에서 엄현경은 "오늘은 여자가 아무도 없어서 마음이 놓인다"며 다소 안심하는 모습이었지만, 그의 분량은 정작 지난 몇 주간 그가 나오던 방송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그를 위협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동시에 게스트와 인턴 자리를 놓고 대적하는 예능 신인라는 그녀의 포지션 또한 줄어들게 된 것이다.

진행자를 바꾸거나 세트를 교체하거나

 해피투게더 시즌3 캡쳐본

해피투게더 시즌3 캡쳐본 ⓒ KBS


이는 엄현경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다. <해피투게더>는 항상 위기 국면에서 진행자를 교체하거나 야간 매점처럼 세트와 형식을 교체하는 식의 변화를 준다. 늘 진행자가 게스트와 같거나 훨씬 많았다.

<해피투게더>는 '인턴MC'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윤형빈, 황현희 같은 자사 <개그콘서트>에서 흥했던 때의 인물들을 보조MC를 두는 식의 다(多)MC체제로 진행됐다. 물론 그 사이에서 분명한 역할 구분이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유재석이라는 굳건한 중심이 있기에 예상할 순 있지만 이는 결론적으로 누구도 책임지는 구성이 아니다.

원래 MC라는 자리는 굳이 인턴이라는 수식어를 쓰지 않더라도 그 성질상 반고정적일 수밖에 없다. 부득불 인턴이라는 말을 써서 '잠시 앉혀놓는다'는 인상을 준다. 즉, 잘하면 엄현경처럼 신선한 캐릭터를 잡을 수 있지만, 못하면 그만이다. 지나치게 리스크 회피적이다.

변화 방식 또한 세트를 바꾸거나 진행자를 교체하는 식이다. 기존 토크 프로그램에 요즘 잘나가는 '쿡방'(야간매점)을 얹거나 메이크업쇼를 얹는다. <해피투게더>의 존재 이유인 토크 또한 사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깊이가 없으니 오히려 이전만 못하다. 이런 방식의 형식상 변화가 계속 된다. <해피투게더>의 변화가 위태로운 이유가 바로 위기 국면 때마다 이런 방식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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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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